“가격에만 매몰된 사과수입 논란… ‘과수화상병’ 유입 사례 잊지말아야”[기고]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9 09:12
  • 업데이트 2024-06-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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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이은진 교수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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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도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따뜻한 날씨와 91.5㎜로 다소 많은 강수량 탓에 충북 충주와 충남 천안 사과 과수원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현재도 전북 무주 등으로 번지고 있어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국내에 첫 과수화상병 발생 보고는 10년이 채 되지 않았으나, 한 번 발병하면 과수원을 매몰시킬 정도로 피해가 막대하다. ‘과수의 구제역’이라 불리며 잎과 줄기, 열매가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변하고 말라 죽는데, 아직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가축 구제역은 백신이라도 개발됐지만 과수의 구제역은 발병과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과수화상병은 과연 언제 어떻게 처음 우리나라에 유입됐을까. 유전자 검사 결과 2015년 미국으로부터 불법 반입된 묘목을 통해 화상병 세균이 처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손실보상액은 247억 원, 방제비용은 365억 원을 사용했다고 하니 국가의 경제적 손실 또한 막대하다. 10년 전 불법 반입된 묘목에 숨어 있던 아주 작은 막대 모양의 세균이 대한민국 대표 과일인 사과 과수원을 습격한 것이다.

화상병 세균에서 유럽 고추나방까지 골칫거리 외래병해충의 유입 증가는 폭염·폭우 등 글로벌 이상기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올해 초 사과값이 전년 대비 70% 이상 오른 것도 재배면적 감소와 기후변화로 사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평년 대비 20%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과 한 알에 1만 원이 웃도는 ‘금사과’에 놀라 한시적으로라도 사과를 수입해서 국내 수급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부상했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국가별 무역방법 보고서(NTE)’를 통해 지난 수년간 한국의 과실류 수입금지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즈음 기후변화와 과수 전염병이라는 우리 앞에 놓인 두 커다란 당면과제를 농업정책과 농업 연구·개발(R&D)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먼저 외국산 사과를 수입하는 농업정책으로 사과값 폭등을 잠재울 것인가. 우리 정부는 그동안 농업 분야 협상에서 사과를 초민감품목으로 분류해 추가 양허를 하지 않았다. 특히 과일을 수입하기 위해선 세계무역기구 동식물 위생검역(SPS)협정과 국제식물보호협약(IPPC)에 따라 매우 엄격한 8단계 수입위험분석(IRA)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장 급한 마음에 엄격한 수입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10년 전 과수화상병 세균이 불법 반입된 묘목에서 처음 유래됐다는 아픈 기억을 잊는 것이다. 앞으로 생산량 감소와 가격 폭등이 발생하면 때마다 수입이라는 일시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매우 깊이 고민해야 한다.

농업 R&D 측면에서 해법을 얻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쌀과 밀 등은 정부가 나서서 비축한다. 경제적 이득이 목적인 저장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사과, 배, 배추, 양파 등 주요 농산물 품목에도 비축 전용 산지유통센터(APC)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농촌진흥청과 농식품부에서는 과수화상병 R&D 과제들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과수화상병 진단 및 방제 기술, 화상병 병원균 유전체 진화 특성, 화상병 방제용 합성물질 개발, 화상병 저항성 품종 육종, 예찰 기술 등이다. 마지막으로 생산량이 5% 부족하면 가격이 20% 상승하고, 생산량이 5% 늘어나면 가격이 20% 하락하는 우리나라 농산물 생산·유통의 구조적 어려움도 R&D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은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한 거시적 관점이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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