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가족이 내 우울증 믿지 않는데 어떻게 하나요[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9 09:13
  • 업데이트 2024-06-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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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무기력, 불안, 불면에 시달리다가 용기를 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지 3개월이 지났고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대학생이라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께 굳이 알리기 싫어서 제가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다니기 시작했고요.

우연히 약 봉투를 부모님께서 발견하셨는데, 어머니는 펑펑 우시면서 왜 네가 우울증이냐, 나는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고 하시네요. 아버지는 우울증은 나약함에서 온다고 하시길래, 설문지 검사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설문지야 제가 체크하기 나름 아니냐고 하면서 도움을 주시긴커녕 제가 우울증인 점을 믿어주시지 않으니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우울증은 남들에게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A : 객관적 검사받고 부모님과 전문가 진단 듣는게 도움

▶▶ 솔루션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단은 아무래도 환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임상가의 면담을 통해서 진단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수사관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들이 괴로운 증상을 지어낼 리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진료에 임하기도 합니다. 아직은 임상적인 증상보다도 더 확실한 진단이 없는 질환들이 많으며 우울증 역시 그렇습니다.

우울증의 정도와 성격을 평가하는 검사 역시 대부분 환자가 체크하는 자기보고식(self-report)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객관적인 성격을 첨부한 검사도 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MMPI-II)의 경우, 문항 수가 많은 대신에 타당도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포함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환자가 검사에 임하면서 자기 증상을 과장했는지 일부러 숨기는지, 일관적으로 임했는지에 대해서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즉 똑같이 ‘우울하다’고 했더라도 증상의 표현 정도가 각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검사인 것입니다. 정량뇌파도 우울증의 보조적인 진단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정량뇌파의 모습이 반드시 증상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미 3개월 치료받으셨다고 하니 약물치료를 통해 우울증이 호전될 경우에는 뇌파도 정상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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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생물학적 기질과 환경적 요인 등이 결합해서 생기는 것이므로, 낳고 키운 부모님은 그 누구보다도 우울증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우울증을 인정하지 못하는 까닭에는 죄책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죄책감에서 벗어날 때 오히려 더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습니다. 객관적 검사로 증명보다 중요한 것이 가족으로서 우울증의 치료 경과와 회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명이 어렵다면 원래 다니던 정신건강의학과에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여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자녀로서 부모님을 직접 설득하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니까 설득이 어려운 상황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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