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대통령’ 재판 놓고 충돌… ‘신속한 재판’ 따른 확정판결이 답[Deep Read]

  • 문화일보
  • 입력 2024-06-20 09:47
  • 업데이트 2024-06-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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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수의 Deep Read - ‘헌법 84조’ 의 해석

헌법 84조 불소추특권에 재판 포함되나… ‘문구에 충실한 해석’ 對 ‘제정 의도에 충실한 해석’
합리적 해결방안은 ‘재판 지연’ 없이 대선 전 대법원 판결로 이재명의 유·무죄 가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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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 제84조는 제헌헌법 제67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의원내각제를 채택했던 제2공화국을 포함, 역대 헌법에서 계속 인정되고 있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것이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으로 헌법 제84조 불소추특권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 불소추특권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명시하지 않지만,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의 많은 선진국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했다. 특히 프랑스 헌법 제67조 제2항은 소추 이외에 취조와 예심, 법정 출두를 모두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인정하는 헌법 제정의 취지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형사소추돼 법정에 서는 것은 국가의 위신 및 대외적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불체포특권은 재직 중 소추가 중지된다는 것이지 퇴임 이후에까지 소추가 면제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 헌법학계의 학설과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해 널리 인정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 불체포특권이 적용되면서 소추가 아닌 수사는 가능한지 논란이 일어난 바 있으며,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이후 행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헌법 제84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당선된다 하더라도 재판은 중지되지 않으며,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다면 대통령직을 상실한다는 주장이다.

◇ 문구에 충실한 해석

헌법 제84조 해석을 놓고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소추만을 금지한 문구를 엄격하게 해석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은 중지되지 않는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형사 법정에 세우는 것을 피하려는 헌법 제정자의 의도에 따라 소추뿐 아니라 재판도 임기 동안에는 중지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다.

문구에 충실한 해석은 대통령에게는 불소추특권이 인정될 뿐이고, 재판에 관한 특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해석하면 재판 중인 상태로 대선에서 당선된 사람은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헌법 제84조에 따라 임기 중 새로운 형사소추를 할 수 없을 뿐,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은 대통령으로서 임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계속된다. 즉 재판 결과에 따라서 대통령직을 상실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해석은 법치를 수미일관하게 관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대통령이 된 후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그 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확실하게 관철되는 것이다. 설령 ‘재판 지연’ 등에 의해 대통령직 취임 이전에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지 못하더라도 재판을 계속 진행해 대통령의 당선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

다만 대통령 취임 이후의 재판이 과연 대통령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는 문제다. 또한 최근 팬덤 정치 현상에 비춰볼 때 이러한 재판이 매우 심각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도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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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에 충실한 해석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헌법 제정자의 의도에 충실한 해석은 대통령이 형사소추에 의해 형사피고인이 돼 법정에 서는 것뿐 아니라, 대통령 당선 이전에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선거에 승리해 대통령에 취임하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신분으로 법정에 서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 재직 중에는 소추뿐만 아니라 형사재판도 중단되고, 임기를 마친 이후에 형사재판이 재개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헌법 제정자의 의도뿐만 아니라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통령선거의 후보자, 또는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의 구속을 벗어날 수 없지만, 국민의 선택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을 바로 형사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울 경우에는 현실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해석이다.

이와 관련, 헌법 제정자가 헌법 제84조에서 ‘재판’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던 이유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 제정자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형사피의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50년의 대통령제 역사를 지닌 미국에서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대선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비로소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경우도 1948년 당시 헌법 제정자의 판단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합리적 해결

가장 합리적이고 깔끔한 해결은 차기 대선 이전에 법원이 ‘신속한 재판’ 원칙에 따라 확정판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2027년 3월 치러질 차기 대선까지 2년 8개월 이상의 시간이 있으며, 특별한 재판 지연 없이 신속한 재판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갈 시간적 여유가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울산시장선거 사건, 최강욱 전 의원 사건 등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재판 지연이 매우 많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표의 의혹 사건을 담당하던 판사가 중도에 사직하는 일이 발생함으로써 재판 지연이 더욱 심해지기도 했다.

문구에 충실한 해석을 통해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재판을 계속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이지만, 국민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헌법 제정자의 의도에 충실한 해석을 따르자면 탄핵심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이므로(헌법 제65조) 대통령이 되기 이전의 불법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

◇ 신속한 재판

헌법 제84조와 ‘제64조 제4항’의 해석은 유사성이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형사피고인으로서 대선에서 당선되거나 대통령에 취임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원이 신속한 재판을 통해 사전에 유죄 또는 무죄의 확정판결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재판 지연을 전략으로 삼기보다는 신속한 재판 진행에 협조해야 한다. 형사피고인의 신분으로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이 결코 명예로운 일은 아닐 터이니까.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자

■ 용어 설명

‘신속한 재판’의 원리란 헌법 제27조 제3항에 의거,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판을 지연 없이 행해야 하는 원칙. 미국 수정헌법 제6조에도 명문화.

‘헌법 제64조 제4항’은 국회의원 자격심사나 징계를 법원에 제소하지 못하게 함. 헌법 제84조 대통령 불체포특권과 유사하게 문구에 충실한 해석과 헌법 제정자의 의도에 충실한 해석이 대립.

■ 세줄 요약

불소추특권 : 헌법 제84조에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며 불소추특권 규정. 한동훈이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을 가정한 문제제기로 관련 논란이 읾.

두 개의 해석 : 문제는 불소추특권에 진행 중인 재판이 포함되느냐는 것. 헌법 문구에 충실한 해석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은 중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제정 의도에 충실한 해석은 대통령은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것.

합리적 해결 : 가장 합리적인 해결은 2년 8개월 남은 차기 대선 이전에 법원이 ‘신속한 재판’ 원칙에 따라 이재명의 죄 유무를 확정판결하는 것. 재판 지연 없이 죄 여부를 가리는 것이 피고인 대통령을 만들지 않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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