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재산분할’ 노소영, 최태원에 국민연금 분할 요구했을까

  • 문화일보
  • 입력 2024-06-20 08:13
  • 업데이트 2024-06-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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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관장 측, 2심서 재산분할로 현금 2조원만 요구하고 별도로 국민연금 분할신청 않은 듯
최 회장 측, 따로 재산분할 이야기하지 않아



최태원(64)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의 하나로 상대방에게 국민연금도 나눠 달라고 요구했을지 관심을 끈다.

부부 각자가 국민연금을 받을 권리를 확보하면 이혼하면서 헤어진 배우자(전 남편이나 아내)에게 국민연금을 나눠 갖자고 청구할 수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령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을 받을 나이를 넘었기에 국민연금 수급권을 갖고 있다.

20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고,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처음에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했다.

그러다가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반소)을 내면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42.29%(650만 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요구 주식 비율을 50%로 확대했다.

1심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의 이혼 청구는 기각했지만,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 보유 SK㈜ 주식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이유였다.

양측은 1심 판결에 항소했고, 노 관장은 2심에서 재산분할 액수를 2조원으로 늘렸다.

구체적으로 노 관장은 2심에서 최 회장에게 30억원의 위자료와 더불어 “재산분할로 2,000,000,000,000원(2조원) 및 이에 대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만 요구했다.

즉, 노 관장 측은 단지 현금으로 2조원을 청구했을 뿐 별도로 특정해서 최 회장의 국민연금을 분할해서 달라는 요구하지는 않았다.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에 노 관장에게 국민연금을 나눠 갖자고 따로 신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2심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맞서 최 회장 측은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의 오류를 지적하며 상고 의사를 밝혔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의 일부 수정이 있었더라도 재산분할의 비율과 대상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부부가 이혼하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각자의 국민연금을 쪼개서 나눠 가질 수 있다.

이른바 ‘분할연금’ 제도는 1999년 1월 1일부터 도입됐다. 가정에서 자녀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혼인 기간 정신적, 물질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해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다.

분할연금을 청구하려면 몇 가지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혼한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고,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여야 한다. 나아가 분할연금 신청자 본인은 물론 이혼한 배우자가 모두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1953년생 이후부터 출생 연도별로 61∼65세)에 도달해야 한다.

구체적 출생 연도별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953~1956년 61세, 1957~1960년 62세, 1961~1964년 63세, 1965~1968년 64세, 1969년 이후 65세 등이다. 이런 요건을 갖춰서 분할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면 재혼하거나 이혼한 배우자가 숨져 노령연금 수급권이 소멸 또는 정지되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최 회장은 1960년생, 노 관장은 1961년생이고 계속 사회생활을 해서 국민연금 직장가입자로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기간인 10년 이상을 가입해 수급권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기에 수령 시기를 늦추지 않았다면 이미 노령연금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노령연금을 나누는 비율은 2016년까지는 혼인 기간 형성된 연금 자산에 대해 일률적으로 50 대 50으로 반반씩 나눴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당사자 간 협의나 재판을 통해 분할 비율을 정할 수 있다.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만 분할하는데, 이를테면 연금이 월 120만원이고, 혼인 기간 해당액이 월 100만원이면 보통은 월 50만원씩 나눈다.

가출이나 별거 등으로 가사나 육아 등을 책임지지 않는 등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기간 등은 2018년 6월 중순부터 분할연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제외된다.

이혼 당사자 간에 또는 법원 재판 등에 의해 혼인 관계가 없었다고 인정된 기간도 빠진다.

분할연금은 원칙적으로 수급권자 본인이 청구해야 하며 본인에게 지급된다.

분할연금을 청구할 권리는 수급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5년 이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제척기간(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해 법률이 정한 존속 기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사라짐) 만료로 소멸한다.

올해 2월 현재 전체 분할연금 수급자는 7만7421명으로, 8만명에 육박한다. 성별로는 여자가 6만8239명(88.1%), 남자는 9182명(11.9%)으로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올해 2월 현재 월평균 분할연금 수령액은 24만7482원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이 금액은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기준 중위소득 32%인 월 71만3102원)의 34.7% 수준에 그치는 적은 액수다. 최고액은 월 198만4690원이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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