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풀잎·땅에 행복이 있어요”… 아이가 발견한 세상[어린이 책]

  • 문화일보
  • 입력 2024-06-21 09:20
  • 업데이트 2024-06-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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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로시오 아라야 글·그림│너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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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는 무채색 배경과 침울한 표정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엄마는 외롭대요”라고 말하는 ‘나’는 항상 농담을 하는 삼촌도, 요란한 음악을 듣는 이웃집 형도 외로워한다는 걸 안다. 사람들은 함께 있거나 여행을 떠나도 외로움을 느낀다. 경험이 많은 할머니거나 마음껏 노는 어린이조차도 외롭다.

외로움은 인간의 실존적인 전제다. 탄생과 죽음을 홀로 관통하는 자로서 자신의 생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관계와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의식은 고립과 무의미라는 삶의 조건으로부터 발로한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사유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지만, 바로 그 외로움으로 인해 고유한 자기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

모두가 외로움을 겪고 있지만 ‘나’에게 세상은 놀랍고 흥미로운 일로 가득하다. ‘나’는 땅, 물, 바람과 친구가 되고, 별과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떠난 이와 함께 하기도 한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라며 몸을 동그랗게 구부리고, “엄마, 저것 좀 봐요!”라며 밤하늘에서 빛나는 달을 가리키며 “엄마, 얘 좀 봐요!”라며 풀잎 같은 곤충을 들여다본다. 마침내 “엄마, 나를 보세요!”라고 했을 때 엄마는 ‘나’의 작은 어깨너머로 뜬 무지개를 본다.

아이들에게는 발견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더 탁월한 것은 발견한 것이 좋은 것임을 깨닫는 능력이다. 사랑, 용기, 행복 같은 좋은 것들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그것은 더 차지하려고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늦게 발견해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 자체로 고요하고 충만하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는 세상이 결코 잘못되거나 지루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자꾸만 엄마를 부른다. 아이의 부름에 이제 어른들이 기꺼이 응답할 차례다. 56쪽, 1만5000원.

신수진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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