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상담 전제에… 병원밖 출산 심화 우려

  • 문화일보
  • 입력 2024-06-21 12:07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베이비박스가 열려 있다. 백동현 기자



■ 보호출산·출생통보제 D-29

주사랑공동체 운영 베이비박스
올해 찾아온 아기 5명중 1명꼴
병원밖출산 태반조차 제거 못해

“익명출산하려면 先상담 받아야
사각지대로 더 숨을 가능성 커”


올해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기 5명 중 1명은 모텔 등에서 태어난 ‘병원 밖 출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재단이 출산 유형에 대한 통계를 내온 2018년 이후 최대치다. 오는 7월 19일 의료기관의 출생 신고를 의무화한 ‘출생통보제’와 익명 출산이 가능한 ‘보호출산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위기 임신부의 병원 밖 출산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베이비박스에는 26명의 아기가 찾아왔다. 연평균 150∼180명의 아이들을 받아왔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감소한 수치라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 주사랑공동체는 지난 2010년부터 위기 임신부가 출산한 아이들을 일시 보호하고 임신·출산 관련 상담을 지원해 왔다. 재단은 이러한 수치를 위기 임신부의 출산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수사기관의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수원 한 가정집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이 발견돼 충격을 준 ‘수원 영아 살해’ 사건 이후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도 수사 대상이 되면서 신원 노출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혼모 등이 베이비박스를 덜 찾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병원 밖 출산 비율은 늘었다. 올해 5월 기준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26명 중 5명(19.2%)은 친구 집, 고시원, 화장실, 모텔 등 병원 외 장소에서 출산됐다. 부모 연령대는 20대가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도 5명이나 됐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혼모(부)였다. 지난해에는 79명 중 8명(10.1%)이 병원 외 출산이었는데, 올해 비율이 두 배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베이비박스 관계자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기초 처치를 받지 못해 태반이 달린 채로 맡겨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베이비박스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출생통보제까지 시행되면 병원 밖 출산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호출산제가 함께 도입돼 위기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이를 선택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위기 임산부 상담기관’을 통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신원 노출을 꺼리는 미혼모 등이 더 사각지대로 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한 병원 밖 출산과 아동 유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충북 충주시에서는 20대 미혼모가 가족들에게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갓난아기를 발로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집에서 혼자 아이를 낳은 뒤 비닐봉지에 넣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린 30대 미혼모가 살인미수죄로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해당 미혼모는 임신 후 산부인과 등의 진료 기록도 발견되지 않았다.

황민숙 주사랑공동체 센터장은 “베이비박스에서 만난 병원 밖 출산 산모들은 임신 사실이 타인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극한의 공포를 보였다”며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출산 사실이 의료기관을 통해 국가에 알려진다면 이들은 더 큰 공포를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센터장은 “출생통보제에 따른 부작용을 덜기 위해 보호출산제가 함께 시행되는 만큼 산모가 보호출산제를 선택하면 산모의 선택을 존중하고 철저하게 익명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들이 출산한 아이를 일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조율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