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키워라’는 도움 안돼… 미혼모 입장 고려한 상담 필요”

  • 문화일보
  • 입력 2024-06-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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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6개 지역상담기관 지정
위기 임산부 핫라인 구축 나서


서울에 거주하는 A(23) 씨는 지난 2월 태어난 지 5일밖에 안 된 아들을 안고 베이비박스 문을 두드렸다. 대학생이던 A 씨는 임신 6개월이 돼서야 임신 사실을 깨달았다. A 씨는 출산 후 자신보다 더 잘 아이를 키워줄 가정으로 입양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어머니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임신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아이가 태어났지만 집으로 데려올 수 없었다. A 씨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베이비박스를 찾았고, 베이비박스 관계자들은 A 씨를 대신해 아이를 밤낮으로 돌봤다.

하지만 A 씨는 자라나는 아이의 까만 눈동자를 보며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고, 입양 마지막 절차인 입양동의서에 사인을 하기 전 종이를 내려놓았다고 했다. A 씨는 “최근 100일이 지난 아기를 보면 가슴이 벅찬다”며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미혼모나 위기 임산부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출산하고 아이를 기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생 미신고 아동’의 비극을 막기 위해 도입된 보호출산제가 오는 7월 19일 시행을 앞두면서 정부도 막바지 점검에 돌입했다. 2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A 씨와 같은 위기 임산부를 위해 현재 전국 16개 지역에 상담기관 지정이 완료됐다.

제도가 시행되면 위기 임산부는 이 상담기관을 통해 보호출산 상담을 한 뒤 의료기관을 선택해 가명으로 진료 및 출산을 할 수 있다. 임산부가 7일간 숙려기간을 보내고 나면, 아이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인도된다. 위기 임산부 중앙상담기관으로 지정된 아동권리보장원의 정익중 원장은 “보호출산을 선택하기 전 임신부들에게 원가정 양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아이의 알 권리 등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는 과정의 상담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효과를 위해서는 위기 임산부의 입장을 고려한 지속적이고 깊은 상담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박스 관계자는 “무조건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식의 상담은 오히려 위기 임산부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한 상담 건수나 지원 건수를 중시하는 등 질이 아닌 양 중심의 상담 운영도 경계해야 한다”며 “원가정 양육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장기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율·노지운 기자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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