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KDDX 경쟁입찰’ 추진 속 내부 엇박자…“선도함 수주해도 답 없다”[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 문화일보
  • 입력 2024-07-11 19:02
  • 업데이트 2024-07-1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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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실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 선도함 선정방식 관련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관계자들이 올린 글. 블라인드 캡처



KDDX 선도함 선정방식 HD현대중 ‘수의계약’ vs 한화오션 ‘경쟁입찰’ 대립
한화오션 직원, 블라인드에 “기본설계 업체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상식적”
제작 과정 결함 발견 시 유기적 대응·KDDX 전력화 지연 우려



오는 2030년까지 6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7조 8000억원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선도함(초도함) 및 상세설계 업체 선정 방식을 두고 국내 방위산업인 특수선 사업부 양대 산맥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을 주장하면서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경남 거제와 울산 등 지역구 의원까지 가세하며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사업 주체인 방위사업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쟁입찰을 강하게 요구하는 한화오션 내부 직원들 사이에 엇박자가 감지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공식적으로 한화오션은 KDDX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을 업체를 경쟁입찰로 선정해야 한다며 자신들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화오션 임직원 사이에서는 기본설계를 완료한 업체(HD현대중공업)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까지 수행하는 게 ‘상식적 결정’이라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일부 직원들은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을 통해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경쟁 입찰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지난 6일 모 매체 보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 직원은 “갑자기 지침을 왜 바꾸는지, 기본설계 한 업체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까지 하는 게 맞다”며 “중간에 하던 것을 받아오면 히스토리 파악하는 데만 하세월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이 직원은 “제발 순리대로 갑시다”라는 말도 부연했다. ‘히스토리’란 연구개발 설계과정을 엔지니어가 처음부터 제로베이스에서 스터디해야 한다는 의미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구축함(KDDX)이 항해하는 모습 가상도. HD현대중공업 제공



한화오션 또 다른 직원은 “우리는 기본설계를 안 해서 가져와도(수주해도) 답이 없다”며 “(기본설계 한 업체가 상세설계 하는 게)아주 상식적 결정이고 선도함 일정도 맞춘다”고 짚었다. 방사청은 ‘차기 구축함 사업, 경쟁입찰로 진행’ 제목의 모 매체 보도에 대해 즉각 “경쟁입찰 방식 언론보도 직후 ”경쟁계약 등 사업추진 방안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바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KDDX 전력의 중요성, 함정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련 법령과 규정에 명시된 절차와 과정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측은 “글로벌 함정 건조 사업 추진 절차를 보면, 소요결정 이후 개념설계를 시작으로 각 사업 추진 단계별 개별 입찰로 진행하는 게 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다”며 “기본설계 이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 역시 별개의 사업으로 인식해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한다. 단지 우리 해군의 경우 사업 추진 편의 등의 사유로 최근까지 기본설계 이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으로 이어온다. 위 의견은 함정 사업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이의 단순한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KDDX는 선체부터 전투 체계, 레이더 등 각종 무장까지 국내 기술로 만드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KDDX 계약 방식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는 배경은 함정 사업 특수성에 있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은 업체가 다를 경우, 막상 제작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결함을 즉각 수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경쟁업체 간 유기적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설계상 오류가 발생할 경우 기본설계업체와 상세설계업체 중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책임 소재를 따지는 데 어려움이 뒤따른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전 사전 연구 기간이 추가로 발생하며 사업 기간도 늘어나게 돼 전력화 일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화오션 측은 “기본 설계 결과물은 정부의 소유이기 때문에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업체가 결정되고 난 후 즉시 기본 설계 자료를 선정된 사업자에게 제공하게 되면 결함을 즉각 수정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한화오션은 2012년부터 2024년까지 KDDX에 소요되는 핵심 기술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기에 경쟁사와 대비해 기술적 핸디캡도 없다”고 해명했다.

2006년 1월 방위사업청 출범 후 지난 19년간 추진된 함정 연구개발사업만 총 18건이다. 이 중 17번의 함정 건조 사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한 사업자가 상세설계와 초도함(1번함) 건조를 맡아왔다. 선도함 또는 초도함으로 부르는 1번함은 연속 건조되는 해당 함급의 기준 사양을 갖춘 최초의 함정으로, 발주 시점에 군이 원하는 기술력의 결정체다. 2번함부터는 소위 그대로 찍어내는 ‘양산함’으로 통하며 이 경우 경쟁입찰을 통해 양산업체로 선정되면 방사청으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건조하면 된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는 통상 결격 사유가 없으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수주하는 것이 방사청이 정한 규정이며 관례로 자리잡아왔다.

단 한 번 경쟁입찰을 진행했는데, 이 때는 애초 기본설계 참여 사업자가 2곳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장보고-Ⅲ 배치-Ⅰ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는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됐다. 당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공동으로 기본설계 연구에 참여했던 특수한 경우다. 이후 단계에 참여할 사업자 선정 역시 경쟁입찰로 가도 문제될 게 없는 구조였다. 이를 두고 수의계약 원칙을 깨고 경쟁입찰 사례가 존재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환화오션측은 “1999년에 KDX-II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이 경쟁으로 진행된 바 있으며, 이 때 기본 설계를 수행하지 않았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주해 납기 지체 없이 성공적으로 함을 건조해 해군에 인도한 바 있다”며 “방사청 출범 이전에는 그런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고 설명했다.

KDDX의 경우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두 단어가 전달하는 뉘앙스는 비슷하지만, 핵심은 기본설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밑그림인 개념설계는 자동차의 ‘컨셉트(Concept)카’와 마찬가지로 대략적인 개념일 뿐, 이후 기본설계 단계에서 그 컨셉이 자주 바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KDDX 개념설계의 사업 기간은 2012년 10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12개월에 불과하다. 반면 기본설계는 2020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6개월로 소요 기간만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총 사업비 규모는 개념설계 6억원, 기본설계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계약 목적 문건 수의 경우 개념설계는 약 50건으로 추정되지만, 기본설계는 약 800건으로 16배의 격차를 보인다. 지적재산 소유권의 주체도 다르다. 한화오션이 수행했던 개념설계(기술용역) 결과물은 해군에 제출됐으며, HD현대중공업이 수행한 기본설계 결과는 방사청에 귀속됐다. 상세설계도 방사청에 귀속된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로 보안 감점을 받은 만큼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업체를 경쟁 입찰 방식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법률과 규정에서 정하는 경쟁계약의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과 평가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의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은 부정당업체 제재 처분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유출 건이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지만, HD현대중공업은 기술유출 사안으로 부정당업체 제재 처분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한화오션측은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제3항은 ‘방위사업계약의 방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되, 다음 각호의 경우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론을 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4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중인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DDG· 7600t)이 지난 10일 오전(하와이 현지시간 9일 오전)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고속으로 접근하는 대공무인표적기를 향해 SM-2 함대공유도탄 실사격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있다. 율곡 이이함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유일한 이지스함이다. 한화오션은 이지스함 기본설계, 상세설계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해군 제공



현재로서 방사청은 구체적 사업 추진 방안을 확정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을 사업자를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 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러나 방산업계 현장에 근무하는 전문가들이 ‘이지스급 구축함의 성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대 사업자의 함정 연구개발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첨단 기술이 집약돼 꿈의 함정으로 불리는 이지스함 분야에서 기본설계를 완수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지스 방공체계 탑재 구축함 KDX-Ⅲ에서 배치-Ⅰ 사업 1번함인 세종대왕함(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함)과 서애류성함을 건조했다. KDX-Ⅲ 배치-Ⅱ 사업에선 선도함 정조대왕함을 비롯한 3척 모두를 수주했다.

국내에서 이지스 구축함 배치-Ⅰ, Ⅱ의 기본설계부터 선도함 건조까지 연구개발사업을 주관한 업체는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전투체계 통합과 시험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체계통합팀(Integrated Test Team)도 일치감치 꾸렸다. 2007년 진수한 이지스 구축함 배치-Ⅰ 세종대왕함 건조 때부터 양성했으며 현재 30여명 규모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측은 “ KDDX 연구개발의 성공 여부는 최초로 적용되는 통합마스트와 전전기 추진체계의 성공적인 통합이 핵심인데(통합마스트/전전기추진체계 장비는 협력업체가 생산), 한화오션은 KDDX 개념설계 수행 당시 함정 상부의 RCS(레이더반사면적) 감소를 위해 한국 전투함 최초로 통합마스트 적용성을 검토하고 이를 탑재하기 위한 개념설계와 함정요구사항을 설계한 이래 해군의 관련 용역과제들을 수행하면서 그 핵심기술을 확보했다”며 “최근까지도 자체적으로 스마트 기술 적용 방안, 통합마스트-함정 통합방안, 전기추진체계, 통합생존성 향상 방안, 첨단선형 적용, 무인체 계 적용방안 등을 연구하면서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위한 기술을 이미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6척의 이지스함 중 1척을 건조했다. 2010년 8월 해군에 인도된 율곡이이함은 이지스 구축함 배치-Ⅰ의 2번함이자 대우조선해양 시절 한화오션이 만든 첫 번째 이지스함이다. 사실상 양산업체로 선정돼 생산 설계만 수행한 것으로 연구개발 실적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으로선 미국 함정의 주축이고 미래 함정을 핵심이 될 이지스구축함과 관련해 기본설계 또는 상세설계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이 글로범 함정제조업체로 도약하는 데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측은 “ KDDX와 동종의 함정인 KDX-Ⅰ·Ⅱ·Ⅲ(미 이지스체계 등 해외전투체계 탑재 구축함) 사업에 있어서도 한화오션은 총 12척 중 7척의 구축함을 시리즈별로 건조해 해군에 인도한 실적이 있다”며 “ 또한 유사한 운용개념과 기술적 난이도를 가지는 호위함(FFG) 역시 한화오션에서 9척을 인도 내지 건조 중으로 그 어떠한 조선소보다 훌륭한 실적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DX 사업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역시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지난해 11월 한화오션은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5, 6번함을 수주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이지스 구축함과 이에 준하는 이지스급 함정에 대한 연구개발 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 만약 한화오션이 경쟁입찰을 통해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기본설계 수행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가 맡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자칫하면 해군의 주력이자 수출 주요품목이 될 한국형 이지스함 전력 일정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1999년 발주가 시작된 KDX-Ⅱ 사업 충무공이순신함에서 수중방사소음(URN·Underwater Radiated Noise)이 발생했는데, 당시 소음발생 원인을 비롯해 귀책 사유가 불분명했다. 이 사업은 해군이 1995년까지 KDX-Ⅱ 개념설계를 진행한 뒤 1996년 HD현대중공업과 기본설계 계약을 맺었다. 이후 상세설계 및 함정 건조계약은 1999년 한화오션과 체결했다. 기본설계를 완료한 업체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를 수행하는 관행이 자리잡기 전의 일이다.

수중방사소음은 함정의 생존율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일정 목표치 이하로 저감되지 않을 경우 작전 시 적에게 포착돼 격침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인도 시 결격 사유는 아니었으나, 이 사례는 방산업계와 해군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충무공이순신함의 교훈을 얻은 방사청은 개청과 함께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선도함의 상세설계 및 함건조를 수행하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방위력 개선사업 관리규정도 제정됐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측은 “당시 우리 해군에서는 함정 수중방사소음 관련 평가 기준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당시 소음발생은 함정 건조 업체가 아니라 추진기관을 담당했던 협력업체의 기능 불량이었던 것으로 귀책 사유가 밝혀진 바 있다”며 “충무공이순신함은 한화오션이 건조한 명품 전투함 중 하나다. 한화오션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수상함 종가로서 최고 수준의 함정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현존 함정 중 최고의 수중방사소음 저감 성능을 기록하고 있는 대구함 역시 한화오션의 기술력이 녹아 있다.”고 해명했다.

함정 기본설계 수주에서 ‘일반 개산 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관행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이유다. 개산 계약은 미리 가격을 정할 수 없을 경우 개략적인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 완료 후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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