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학 100년史’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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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학사연구모임 6인
‘한국 여성문학 선집’ 출간

“왜 우리에게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같은 전복적인 여성문학사 선집이 없는가?” ‘여성문학사연구모임’ 소속 6명의 교수는 지난 9일 ‘한국 여성문학 선집’(사진)의 출간을 발표하며 선집이 기획된 최초의 문제의식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국문학 연구자 김양선(한림대), 김은하(경희대), 이선옥(숙명여대), 영문학 연구자 이명호(경희대), 이희원(서울과학기술대), 시 연구자 이경수(중앙대) 교수가 12년 동안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거쳐 출간한 선집은 근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100년의 역사를 아우른다.

선집은 여성 근대문학이 개화기 양반 계층 여성인 이 소사와 김 소사가 신문에 투고한 ‘여학교설시통문(1898)’과 ‘부인회 애국가(1898)’에서부터 태동한 것으로 봤다. 김양선 교수는 “나혜석 이전에도 여성의 목소리는 끊긴 적이 없다”며 “배운 여성들이 공론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여성 근대문학의 시초”라고 말했다. 김은하 교수도 “해외에서도 여성 문학은 가려졌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편지와 일기, 선언문에서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선집은 1930년대 통속 소설이라며 비판받던 김말봉의 ‘찔레꼿(꽃)’을 여성의 주체성을 드러냈다는 관점에서 새롭게 읽고 사회주의 계급소설로 읽히던 박화성의 소설도 젠더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또한 ‘여류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주변부로 평가절하됐던 박순녀와 이정호의 1960년대 소설을 전후 시대의 시대 정신으로 복원한다. 희곡 부분을 맡아 집필한 이명호 교수는 “희곡은 특히 여성 작가들의 흔적이 지워졌다”며 “모든 조명이 발굴”이라고 덧붙였다.

1980, 1990년대를 다루는 6권과 7권은 다른 시기의 두 배에 달하는 두께 자체로 여성 문학의 폭증을 드러낸다. 최승자, 김혜순, 은희경, 한강의 작품이 포함된 1990년대를 두고 연구자들은 주류가 된 여성 문학을 제외한 채 한국 문단을 논하지 못하게 된 시기라고 평가했다.

최근 주요 문학상의 수상자 목록에서 여성 작가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문학의 계보를 정리하는 시도는 최초로 이뤄졌다. 연구자들은 최초의 시도에 대해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어떤 역사를 지우는 일이 될까 걱정이 된다”면서도 “후배 연구자들이 더 좋은 연구로 비판하고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을 닦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말을 남겼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