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변명과 ‘정부방관’[뉴스와 시각]

임대환 경제부 부장

요즘 전자 금융 업계가 말 그대로 벌집을 쑤셔 놓은 분위기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인해 수많은 소비자가 피해를 봐 혼란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카카오페이의 개인 신용정보 해외 유출 사고가 터졌다. 동시에 ‘원투 펀치’를 제대로 맞은 전자 금융 업계는 그야말로 ‘그로기(groggy)’ 상태다.

이들 사고의 1차 책임은 당연히 해당 업체들에 있다. 올바른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면 자사 고객을 이렇게 형편없이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이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금융 당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최우선적으로, 금융시장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한 브리핑을 열었다. 일련의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은 이미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사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다. 금감원은 “7월 11일 위메프가 491개 판매자에 대해 369억 원가량의 대금 정산을 지연했으며, 7월 셋째 주에는 티메프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이탈해 매출이 급감하고 유동성이 악화해 추가적인 정산 지연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시한폭탄’이 터질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법적인 감독 권한이 없다는 게 금감원의 해명이다. 금감원의 해명은 구차한 ‘변명’이다. 권한이 없다면, 권한이 있는 부처와 협의해 문제가 터지기 전에 신속히 대응해 사태를 해결했어야 했다.

카카오페이 사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일부 언론에서 카카오페이가 고객 동의 없이 개인 신용정보를 알리페이에 제공해 왔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확인했다. 금감원은 자료에서 “2018년 4월부터 매일 1회, 총 542억 건(누적 4045만 명)의 고객 ID와 핸드폰 번호, 카카오페이 거래 내역 등의 정보가 고객 동의 없이 알리페이에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계속됐던 ‘불법’을 6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적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카카오페이 사고의 경우 금감원이 감독 권한을 갖는 책임 있는 기관이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을 6년 동안이나 방치했던 것인지 금감원은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카카오그룹 죽이기’ 일환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카카오그룹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 기소와 맞물려 ‘지난 6년간 가만있다가, 이제 와서 왜’ 하는 의문이 음모론자들의 ‘먹잇감’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했다는 후문이다.

‘시장실패(市場失敗)’와 대칭되는 개념으로 ‘정부실패(政府失敗)’가 있다. 시장의 실패로 발생한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음에도 비효율성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비효율성이 증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가 시장실패 앞에서도 팔짱만 끼고 있다가 혼란만 더 커진 현상은 무엇이라고 지칭해야 하나. 티메프와 카카오페이 사태를 다루는 금융 당국의 행태는 ‘정부방관(政府傍觀)’에 가깝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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