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모집 중지·축소해야” 전의비, 의대총장에 촉구

의사단체, 의개특위도 불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불발로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의료계가 의료개혁을 백지화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수십 년간 필요성이 제기된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폭넓게 이뤄져 있고, 이미 논의가 많이 진척된 사안인 만큼 국가 미래를 위해서도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성명을 내고 “40개 의대 총장들은 의대총장 협의회·의대학장협회·의대교수단체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구성하고,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중지와 정원 감축을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전국 40개 의대생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성명을 내고 “정부의 책임 회피로 2025·2026학년도 중 한 해에는 모집 정지가 불가피하다”며 “의료 개악의 실패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 등 의사단체 3곳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모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각 대학이 13일까지 수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하고 이달 말 정시모집이 시작돼 내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개혁이 당분간 차질을 빚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국민 생명과 직결된 과제라서 계획대로 이행하겠다는 방침이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정치적 난맥상과 의료정책 추진을 연결 짓긴 어렵고 구조적 개혁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 원점을 되돌려선 안 된다고 봤다. 2차 개혁안인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은 부처 간 협의가 마무리되는 단계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비상계엄 등 정치적 상황을 (의료개혁 백지화) 빌미로 삼는 건 맞지 않다”면서 “의료개혁은 이미 국민의 의제가 됐고, 사회적 협의체에서 논의가 상당히 이뤄져 의료개혁은 계획한 대로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의료개혁은 야당도 몇 년 전부터 추진하려고 했던 사안”이라며 “이 정도로 진척된 의료개혁안이 없었던 만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