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윤과 상의, 포고령 직접 썼다” 진술… 용산 향하는 檢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檢, 이르면 尹 금주 소환

金 영장에 “내란 중요임무종사”
오후 법원 영장 발부여부 결정
金, 실질심사 포기 법판단 수용

尹 내란수괴 혐의자로 지목돼
법정 최고형은 사형·무기징역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지목하고 나섰다. 특수본이 비상계엄 사태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급물살을 타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에 관련한 모든 책임은 오직 저에게 있다”며 “부하 장병들은 저의 명령과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영장실질심사 포기를 밝혔다. 법원의 법적 판단을 받고 그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김 전 장관은 위헌·위법한 계엄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부하들에게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히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는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켰다고 적시됐다. 검찰은 김 전 장관 수사에서 “포고령을 내가 직접 작성했다. 윤 대통령과도 (포고령) 내용을 상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번 내란을 윤 대통령 지시에 김 전 장관이 따른 것으로 봤다는 것은 결국 이번 사태의 ‘수괴’ 혐의자로 윤 대통령을 지목했다는 의미다. 내란죄는 수괴·중요임무종사자·단순가담자 등 위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내란 수괴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중요임무종사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개최된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무대에서 행진을 지켜보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법원이 이번 사태의 내란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본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받는 혐의가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키고,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포고령을 발표하는 등 비상계엄 사태에 깊숙이 관여한 것”인 만큼 윤 대통령 수사에도 물꼬를 트게 된다. 현재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각각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대통령실과 관저 압수수색,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 및 체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이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검찰에 없다고 보고 구속영장 청구가 위법하다고 보면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 전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법률상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지 내부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영장 기각 시 검·경·공수처 간 수사권 조정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뿐 아니라 국회 강제 진입과 중앙선관위에 대한 계엄군 투입 등에 관여한 군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빨라질 전망이다. 검찰은 영장에 여 전 사령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조지호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김 전 장관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전날 박 전 참모총장과 곽 전 사령관을 부른 데 이어 이날 여 전 사령관을 불러 비상계엄 당시 국회 진입 상황과 계엄 포고령 작성 등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역 군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면 주요 인사 체포·수사를 맡는 합동수사본부를 이끌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지정되는 등 이번 사태 핵심 인물이다.

정선형·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