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차라리 탄핵? 계파별 우왕좌왕… 與 ‘질서없는 퇴진론’

■ 탄핵표결 D-4… 대책없는 여당

친한, 탄핵보다 하야 입장
친윤은 빠른일정 강력 반대
TF선 2,3월 퇴진방안 내놔
‘제각각’ 당내의견 통합 난망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하야를 ‘질서있는 퇴진’ 카드로 검토하고 있지만, 당내 의견이 하야로 모일지는 미지수다. 친윤(친윤석열)계는 대통령 선거 시간표를 앞당기는 데에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당장 오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계파별 이해득실만 계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정국안정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이양수 의원은 오전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취를 두고 ‘2월 하야·4월 대선’ 또는 ‘3월 하야·5월 대선’ 로드맵을 제안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6월에 윤 대통령이 내려오고 8월에 대선을 하게 돼 자진 하야로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면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이에 앞서 TF는 이 같은 내용을 한 대표에게 보고했고, 한 대표는 고심에 들어갔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가 ‘탄핵보다 이른 하야’로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한 대표가 하야로 생각을 굳힌 것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대통령 탄핵에는 선을 그으면서 자신이 카드로 내세운 대통령 ‘2선 퇴진’에 부합하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이를 통해 야권으로부터 “한 대표가 또 말을 바꿨다”는 비판도 피할 수 있다.

당권을 지켜야 한다는 점도 한 대표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친한계에서 이탈표가 나왔다” “한 대표가 당 대표로 탄핵을 막지 못했다” 등 배신자 프레임이 씌어지고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친윤계가 오는 14일 탄핵안 표결 참석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언제 되느냐는 사실보다, 한동훈 체제를 계속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계파를 떠나 탄핵 표결이냐 하야냐를 두고 당내 의견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퇴 의사를 밝힌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한 대표의 생각에 반대한다”고 했다. 만약 대통령이 하야하면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친윤계 내에서는 조기 하야보다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헌법재판소 심리 국면으로 넘어가는 게 시간을 더 벌 수 있어 대선 국면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변수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기를 포함해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한다고 했다. 친윤계 의원은 “당에 일임한 것이지 한 대표에게 일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세운 조기 하야라면, 우리 의원들이 동의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윤정선·염유섭·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