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 판가름할 ‘몇 주’[뉴스와 시각]

박수진 경제부 차장

‘2→10위’. 지난해 37개국 중 2위라는 최상위권 ‘경제 성적표’를 받아 들었던 우리나라가 올해는 간신히 10위에 턱걸이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3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23년 4분기∼2024년 3분기까지 국내총생산(GDP)·주식시장·근원 물가·실업률·정부부채 등 5개 부문을 평가해 매긴 순위다. 지난해의 경우 선제적 물가 관리가 높은 점수의 요인이 됐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해당 보도를 직접 소개하고 “내년에는 국민이 이러한 경제 성과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내년’이 끝나가고 있는 시점, 우리나라 성적은 8계단이나 밀렸다.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던 윤 대통령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계엄 선포로 탄핵 위기를 맞았고 사실상 ‘무정부’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코노미스트는 “실시간으로 보면 한국 주식시장은 3일 발생한 친위 쿠데타 시도 여파로 혼돈에 빠져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미 계엄·탄핵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은 경제 지표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진 와중이었다. 내수 부진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우리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 경기 침체, 고율 관세를 앞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수출마저 시계(視界) 제로다. 국제통화기금(IMF)·OECD·아시아개발은행(ADB) 등 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뿐 아니라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안팎까지 하향 조정했고 8개 해외 투자은행(IB)은 내년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2%에서 1.8%까지 내려 잡았다. 이런 살얼음판 분위기에 계엄·탄핵 쇼크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는 불과 일주일 만에 ‘그로기 상태’에 빠진 것 같은 모양새다. 경제팀이 ‘일상업무(Business As Usual)’를 강조하며 수습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대외 신인도가 생명인 우리나라에 대해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벌써부터 정치 불안 장기화 시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9일 내놓은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 보고서는 앞선 두 번의 탄핵 사태와 이번 탄핵 사태의 대외 여건 차이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특히 더 뼈아프고 두려움을 자아낸다. 보고서는 “2004년(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중국 경기 호황, 2016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내년 한국은 중국 경기 둔화,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으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정 비상경제점검회의 구성을 제안하고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여·야·정 경제협의체가 정치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말만 번지르르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 향후 몇 주에 우리 경제 운명이 달린 만큼 여야 모두 정치 손익 따지기에 골몰하지 말고 산적한 경제 현안을 풀어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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