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체포 불법이민자 관타나모로 첫 압송

‘비인도적 대우’ 쿠바 해군기지
트럼프 “3만명 수용” 밝히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체포한 불법 이민자들을 비인도적인 대우로 악명 높은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로 압송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군용기를 동원해 불법 이민자들을 과테말라·페루·온두라스·인도로 보냈는데, 관타나모 해군기지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리샤 매클로플린 미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이날 군용기가 구금돼 있던 불법 이민자 9명에서 10명 정도를 태우고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향해 떠났다면서 이들은 “매우 위험한 외국인 범죄자들”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불법 이민자들을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무기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법에 따라 이들을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타나모 해군기지 수용시설을 3만여 명 규모로 확장하길 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관타나모 해군기지 내 바다를 통해 불법 이민을 시도하던 사람들을 수용하는 이민자 수용시설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샌디에이고와 엘패소에 구금된 5000여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미국은 9·11테러 이듬해인 2002년 쿠바와의 조약을 통해 영구 임대한 관타나모만의 해군기지에 테러 용의자 구금·수용시설을 만들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한때 780명 이상이 수감돼 있었는데, 미 당국에서 기소 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채 용의자를 장기간 가둬두거나 물고문을 자행하는 등 인권 침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관타나모 해군기지 내 수용소를 폐쇄하려 했지만, 수감자 수를 줄이는 데 그쳤다. 한편 이날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멕시코 외교장관은 자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이민자를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받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