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트럼프… ‘캠프 데이비드 선언’도 무력화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이스라엘의 ‘생큐’ 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호텔 외벽에 걸려 있는 대형 광고판에 ‘고마워요, 대통령’이라는 영문 문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고 있다. AFP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가자지구의 ‘신음’ 5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두 어린이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재 위에 앉아 물을 공급받기 위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 ‘미국 우선’ ‘바이든 지우기’ 속도전… 한미일 협력도 위기

2023년 한·미·일 정상회의서
3국 협력 강화 등 합의했지만
선언 주역 물러나고 직무정지
트럼프, 다자체제 불신하기도

후속조치 이행 불확실성 커져
한미 핵협의그룹 변화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2주 만에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이 관세 폭탄과 영토 팽창 시도로 현실화하면서 한·미·일 3국 협력을 상징하는 ‘캠프 데이비드’ 선언도 유명무실화할 위기에 처했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일 사무국을 맡은 한국은 캠프 데이비드 선언의 후속조치 이행을 위해 트럼프 신(新)행정부의 주요 인사 및 전략 변화 방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2023년 8월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의 큰 틀을 명시한 합의문이다. 당시 합의문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 납북자·억류자·미송환 국군 포로 문제 해결,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에서 약속했던 주요 원칙 중 일부를 흔드는 발언이 미 행정부에서 쏟아지면서 우리 정부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방점을 뒀던 조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현실적으로 북핵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한·미·일 삼각협력이 캠프 데이비드 선언 수준에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한·미·일 협력이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서 합의된 수준까지 유지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기조가 유지되는 한, 대북 억제에 관한 한·미·일 협력은 상당히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캠프 데이비드 선언의 주역이 3국 모두 사라진 상태여서 기존 동력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일본 총리는 새로운 리더십에 밀려 교체됐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직무가 정지됐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주의를 선호하고 다자체제를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핵협의그룹(NCG)을 정례화했지만 성격과 기능이 이전 정부와는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워싱턴 선언’에서 약속했던 미국의 핵전략 자산 한반도 수시 전개 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정치권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 트럼프 2기 체제에서 한·미·일 삼각협력의 미래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행정부의 외교 전략이 세워지려면 100일가량이 걸린다”며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과 조 장관과의 통화 이후 “두 장관이 미·일·한 3자 협력 증진의 ‘결정적인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권승현·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