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10 수요일
일본 가고시마시 사쿠라지마의 온타케산 아래 유노히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가고시마만의 모습. 햇빛을 받아 금박지처럼 반짝이는 오키코지마 주위의 바다 위로 페리호가 지나고 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일본 땅 규슈(九州). 규슈 지방의 남쪽 끝에 가고시마(鹿兒島)가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 남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그리고 연기를 내뿜는 활화산 하나가 섬이 돼서 바다에 떠 있는 이국적인 여행 목적지입니다.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국내 저비용 항공사의 일본 중소도시 취항이 크게 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의 국적기만 드나들었던 가고시마에도 드디어 저비용 항공사의 비행편이 닿았습니다.
번잡스러운 대도시 여행도 좋지만, 일본의 지방 중소도시 여행도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도시는 고즈넉하고, 물가는 저렴하며 주민들은 더 친절합니다.
항공료도, 숙박비도 대도시보다 싼 건 따로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러나 이런 비용 대비 편익 따위로는 잴 수 없는 매력이 일본 중소도시에는 있습니다.
그 매력을 찾아 가고시마로 떠났습니다.


가고시마현의 남쪽 끝 이부스키 해변의 야마카와 제염공장 유적지. 온천 열을 이용해서 소금을 만들던 곳이다. 1944년부터 1964년까지 소금을 생산했다. 제염공장 유적지를 가운데 두고 한쪽에는 검은 모래 찜질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 다른 쪽에는 바닷가 노천온천이 있다.




# 기리시마(霧島)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

▲ 가고시마를 다스리던 영주의 별장 센간엔에서 본 사쿠라지마.
가고시마 공항은 가고시마시가 아니라 기리시마시에 있다. 공항에서 가고시마 시내 중심까지는 40㎞에 달하지만, 기리시마까지는 10㎞가 조금 넘는다. 기리시마는 그래서 가고시마로 들고 날 때 들르면 좋다. 가고시마에 앞서서 기리시마 얘기를 꺼내는 건 그래서다.

두 곳 모두 가고시마현에 속하지만, 가고시마와 기리시마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가고시마가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 중심의 여행지라면 가고시마현의 중앙에 있는 기리시마는 첩첩한 산과 계곡, 그리고 수많은 온천을 거느린 자연 중심의 여행지다. 제주 올레가 수출한 ‘규슈 올레’의 가고시마 도보 코스도 기리시마에 있다. 가고시마와 기리시마가 다르다는 건 저마다 갖고 있는 매력으로 서로를 채워줄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고시마 여행에서 기리시마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나 더 귀띔하자면, 일본의 다른 도시에 비해 가고시마 물가가 싼 편인데, 기리시마는 그런 가고시마보다 더 물가가 저렴하다.

기리시마를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기리시마 신궁이다. 일본에서는 신을 모신 곳을 신사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왕실의 선조이거나 왕족과 인연이 있는 신사만을 따로 ‘신궁’이라고 부른다. 기리시마 신궁은 일본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신을 모시고 있다. 1500년 전 창건됐다는데, 당시의 신궁은 화산 폭발로 불에 탔고 지금의 건물은 1715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 신궁에서 인상적인 건 경내 곳곳에 심어진 어마어마한 크기의 삼나무다. 수령 700년이 넘는 삼나무들의 거대한 위용 앞에서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 기리시마 신궁. 수령 700년이 넘는 삼나무들로 꽉 차 있다.
이름난 온천지구가 여럿 있다는 점도 기리시마의 매력이다. 크고 작은 9개 온천이 모여 있는 기리시마 온천마을도 있고, 신궁 주변에서 운치 있는 여관부터 대형 호텔까지 다양한 종류의 온천을 갖춘 기리시마 신궁 온천마을,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가 신혼여행 때 묵은 온천 등 오래된 여관들이 늘어선 신카와(新川) 계곡 온천마을, 강을 끼고 스무 채의 여관이 들어선 히나타야마(日當山) 온천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 바다 위의 화산섬, 사쿠라지마(櫻島)

가고시마의 아이콘이라면 단연 ‘사쿠라지마’다. 가고시마 시내 어디에서나 바다 건너로 보이는 사쿠라지마는 화산 폭발로 이뤄진 섬의 지명이다. 1914년과 1946년 대분화 당시 흘러내린 용암으로 지금은 육지와 붙은 땅이 됐지만, 완도보다 조금 작은(80㎢) 면적에 4000여 명이 거주하는 사쿠라지마는 여전히 ‘섬(島)’으로 불린다. 사쿠라지마는 땅 전체가 살아 있는 화산이다. 섬 중앙에 검은 흙이 드러난 해발 1117m 온타케(御岳) 산정 일대의 황량한 모습도 그렇고, 미나미타케(南岳) 분화구에서 김이 펄펄 나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가고시마 쪽에서 바라보면 진청색 바다 위에 연기를 뿜으며 떠 있는 화산은 압도적이다.

사쿠라지마는 그것 그대로 가고시마의 상징이다. 그러니 사쿠라지마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리가 곧 가고시마의 명소가 되는 건 당연한 일. 가고시마의 가장 이름난 관광지이자, 사쿠라지마를 조망하는 최고의 명소가 바쿠후(幕府·막부)시대 사쓰마번(薩摩藩·지금의 가고시마현) 영주였던 가문의 별장인 ‘센간엔(仙巖園)’이다. 센간엔은 수년 전 방송된 일본의 인기 대하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이라, 이곳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자못 감회가 깊은 모양이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곳은 그저 풍경으로 소비할 따름이다. 일본의 정원은 자연 경치를 빌려서 정원의 일부처럼 활용한다는데, 과연 이곳 센간엔도 푸른 바다와 사쿠라지마를 마치 정원의 연못과 동산처럼 배치해 놓고 있다. 바다를 거대한 정원으로, 거친 화산을 수반 위에 얹은 기이한 수석으로 삼고 있는 저택이라니….

▲ 가고시마의 명물은 흑초. 수만 개의 흑초 발효항아리를 둔 생산공장도 있다.
사쿠라지마를 바라보는 가고시마의 두 번째 명소는 시로야마(城山) 전망대다. 언덕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쯤 걸으면 해발 107m의 전망대에 닿는다. 센간엔 정원이 바다에 바짝 붙어서 사쿠라지마의 위용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면, 여기 시로야마 전망대는 뒤로 물러나서 도시의 시가지와 그 너머의 바다, 사쿠라지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같은 곳을 보는데도 거리와 높이에 따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 화산의 발치에서 불의 산을 보다

사쿠라지마는 섬은 아니지만 가고시마에서 육로로 가려면 가고시마만을 빙 둘러서 가야 한다. 이렇게 가려면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육로로 사쿠라지마로 들어가는 길 곳곳에는 흑초 공장이 있다. 가고시마의 특산물 중의 하나가 흑초다. 흑초란 현미를 자연 발효해 빚은 검은색 식초를 말하는데, 주로 물에 타서 먹는 건강식품으로 소비된다. 흑초는 일본 전역에서 빚지만 에도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제조방식으로 만드는 가고시마산의 품질이 월등하다. 긴코(錦江)만의 가장 깊숙한 지역에 모여 있는 흑초 공장들은 제품 시음 등을 할 수 있는 전시장 등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데, 흑초의 새큼하고 깊은 맛도 맛이지만, 그보다 놀라웠던 건 수만 개가 넘는 발효 항아리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늘어선 모습이었다. 줄을 맞춰 놓은 항아리들이 해안의 구릉을 가득 메운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사쿠라지마는 대부분 가고시마항에서 페리호를 타고 건너간다. 육로로 가면 2시간 30분이나 걸리는데 배를 타면 불과 15분 만에 사쿠라지마로 건너갈 수 있다. 사쿠라지마에는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섬 안의 화산을 바라보는 전망대도 있고, 건너편 가고시마를 바라보는 전망대도 있으며, 화산 분출로 이뤄진 기이한 바위의 형상을 보는 전망대도 있다.

▲ 사쿠라지마의 유노히라 전망대에서 본 온타케의 위용.
그중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화산의 분화구에서 가장 가까운 해발 373m 높이에 있는 유노히라(湯之平) 전망대다. 여기서 보면 두 개의 산이 겹쳐져 보이는데, 앞쪽의 산자락은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진 기괴한 모습이다. 분화구의 연기는 뒤쪽의 산에서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지구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숨소리가 느껴지는 듯하다. 사쿠라지마 남쪽의 아미무리(有村) 용암전망대에서는 용암이 흘러 굳어진 바위와 연기를 뿜어내는 ‘불의 산’인 미나미다케(南岳)를 정면에서 볼 수 있다.

화산을 등 뒤로 놓고 돌아서면 긴코만의 바다 건너편으로 가고시마의 도시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바다 쪽 전망대 안내판에는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해안가 지형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그걸 실제 지형과 비교해가며 읽다가 하나의 들판도, 하나의 구릉도 이유 없이 만들어지는 건 없다는 데 생각이 닿는다. 자연도, 사람도 그럴 것이었다. 오후 나절의 볕을 받아 금박지처럼 반짝이는 바다 위로 유유하게 배가 지나갔다.


# 모래찜질과 바다 온천…이부스키(指宿)

가고시마에서는 모래찜질(스나무시·砂むし)로 이름난 이부스키도 유명한 관광명소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이부스키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남짓. 가고시마에서 이부스키까지는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해안도로와 내륙의 산자락을 타고 넘는 유료 도로가 있다. 해안도로는 앞을 막는 저속 차량 때문에 답답하지만, 유료 도로는 구불구불 곡선구간이 어찌나 많은지 핸들을 붙잡고도 멀미가 날 지경이다. 굳이 통행료를 따로 내고 유료 도로를 택할 이유는 없겠다.

▲ 가고시마만을 돌아 육로로 가는 길가의 공원에서 본 사쿠라지마 모습.
이부스키의 명물 모래찜질은 바다 쪽을 흐르는 온천수가 덥혀 놓은 뜨거운 모래로 해변에서 찜질하는 것을 말한다. 이부스키역에서 가까운 사라쿠(砂樂) 등 몇 곳의 모래찜질 명소가 있지만, 최근 인기를 누리는 곳이 사유리(砂湯里) 모래찜질 시설과 다마테바코(たまて箱) 온천이다. 모래찜질 해변과 온천은 1944년부터 1964년까지 온천 열로 소금을 생산하던 제염소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있다.

사유리 모래찜질 시설과 다마테바코 온천에서는 각각의 입장권도 팔지만, 모래찜질과 온천욕을 다 할 수 있는 통합권도 판매한다. 통합권 가격은 1130엔(약 1만700원)이고, 온천만 한다면 510엔(4800원)이다. 모래찜질과 온천욕은 순서가 있다. 해안가의 검은 모래에서 모래찜질하는 게 먼저고 온천욕이 나중이다. 이부스키에서 이름난 건 모래찜질이라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래찜질보다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다마테바코 온천에서의 온천욕의 감동이 몇 배나 컸다.

해안가 모래사장에서의 모래찜질은 손님이 누우면 삽을 든 직원들이 적당한 깊이에서 파낸 적당한 온도의 모래를 덮어주는 노련함이 필수. 하필 여중생쯤 돼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모래를 덮어줬는데, 몸의 반쪽은 뜨겁고 다른 반쪽은 차가워서 견딜 수 없었다. 모래찜질의 만족도는 삽을 든 이의 솜씨에 전적으로 좌우했다. 모래찜질이 기대 이하였다면 모래찜질 후에 들어간 다마테바코 온천은 별다른 시설 없이 노천탕 딱 하나만 있었을 뿐이었는데도 운치가 각별했다. 탁 트인 바다를 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온천욕의 운치라니…. 아니나 다를까. 다마테바코 온천은 인터넷 기반의 여행사 트립어드바이저 일본 법인이 고객 평판으로 선정한 ‘당일치기 온천 및 스파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를 한 곳이란다.


■ 여행정보

가고시마 가는 길 = 지난 6일부터 제주항공이 가고시마에 인천발 노선을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스타항공이 가고시마 정기편을 운항해 오고 있다. 날짜별로 다르지만 저비용 항공의 경우 특가운임을 적용받으면 20만 원 안쪽에 왕복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 기리시마에서는 주택가에 있는 회전초밥집 메츠케몬 고쿠부점(國分店·0995-47-2008)을 추천한다. 회전초밥집인데도, 원하는 메뉴를 일본어로 적어서 주문해야 하는 게 번거롭지만 놀랄 만큼 재료가 신선하다. 흑초를 만드는 공장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가쿠이다(0995-55-3231)는 흑초를 넣어 만든 음식을 내는데 자타가 공인하는 기리시마 최고의 맛집이다.

가고시마는 흑돼지 요리로 유명한데, 흑돼지 샤부샤부와 돈가스가 대표 메뉴다. 가고시마 중앙역의 상가 아뮤플라자의 이치니산(099-252-2123)은 가고시마에서 가장 유명한 샤부샤부 체인점이다. 덴몬칸의 아지모리(099-224-7634)도 못지않은 명성을 누리는 식당이다. 가고시마의 흑돼지 돈가스는 부드러운 비계가 많은 고기를 튀겨내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가고시마 = 글·사진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게재 일자 : 2018년 1월 10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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