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미술. 많은 영화감독들이 미술가 출신이고 또 많은 미술가들은 영화에 매료되고 있다. 이제 ‘미술가가 만든 영화’란 결코 낯선 말이 아니다.
그러나 미술과 영화가 이처럼 서로 섞이고 경계를 오가더라도 ‘미술가의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가 아닌 미술을 지향한다. 미술가의 영화는 영화 자체가 아니라 미술적 표현수단,매체의 확장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미술에 있어 미술과 영화의 만남은 그다지 세련되지 못하다. 이른바 ‘비디오아트’라 불리는 싱글채널 비디오가 내세우는 작가적 경험의 체화,나열적 서사구조는 기존 영화의 스펙터클에 비해 관객의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또 ‘로테크’라는 그럴 듯한 포장으로 홈비디오적 영상의 내용적 열악함까지 합리화시키는 일도 잦다.
동숭아트센터에서 18∼23일 열리는 ‘더 크로스-영화관에서 보는 미술’전은 미술과 영화,두 장르의 교합과 차이를 탐색하는 자리다. 같은 기간에 마련되는 재외한인영화제와 함께 열리며 총 8편의 비디오작품이 총 60분짜리 ‘미술가의 영화’로 상영된다.
기존 영화상영의 형식을 빌렸지만 작품들은 미술가적 실험과 미적 탐구가 돋보이며,작가 개개인의 본작업과의 연장선 속에서 비로소 온전히 이해된다. 상영시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10분 하루 두차례.
참여작가는 강홍구(디지틀 사진),강영민(회화),김세진(영상),김현수(영상),박은영(회화)/박일현(회화),박화영(영상),이동기(회화)/강영민(회화),이중재(설치),홍성민(영상)씨.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강영민씨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방화범 밤돌이’ ‘이불맨’같은 반영웅적 캐릭터들을 만들어 다른 작가들의 작품 사이에 삽입하며(‘영,민&무빙 스틸’),이동기 강영민씨는 아토마우스와 박스 로봇의 대결을 그린 ‘아토마우스의 모험’을 상영한다. 비디오 아티스트 홍성민씨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동명의 동화 중 ‘미치광이들의 파티’부분을 인용,인생과 예술에 대한 분열된 선문답을 들려준다.
김세진씨는 일탈적 성욕을 담은 ‘중독’을 발표한다. 전시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상영되며 작가들과의 자유토론도 가능하다. http://www.insadong.co.kr. 02-741-3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