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화씨는 공간을 만드는 작가다. 그가 만들어낸 공간에는 알듯말듯 긴장과 탐색의 즐거움이 있다. 그는 사진과 거울, 비디오카메라와 모니터를 가지고 전시장 공간 전체를 작품화하며 실재와 이미지, 복사와 반사, 지연(diffarence)같은 기호학적 개념들을 곳곳에 숨긴다.
정씨의 복합설치 ’공간의 움직이는 표면들’이 열리고 있는 금산갤러리.육중한 철제대문을 밀고 갤러리안에 들어서자 전혀 의외의 공간이 나타난다. 첫눈에 들어오는 벽 전체에는 갤러리를 밖에서 찍은 실제 크기의 흑백사진이 걸려있다.
입구문이 있는 위치엔 같은 크기의 거울이 있다. 관객이 문을 열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방금전 그가 보았던 갤러리 외곽과 갤러리안으로 들어서는 자신의 모습, 바깥 길거리 풍경까지가 관객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관객은 이 느닷없는, ’전지적 시점’의 체험에 당황하게 된다.
옆에는 6대의 비디오화면이 켜져 있다. 그중 하나에는 지금 막 문을 열고 들어선 관객자신이 비추고 나머지들에서는 전시장의 다른 공간,다른 관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전시장을 다 돌아보고 나면 그 비디오 화면들은 상당수가 지금 전시장이 아니라 과거 전시장의 모습임을 알 수 있다. 현재와 과거라는 서로 다른 시간이,안팎이 뒤섞인 공간처럼 혼재돼 있는 것이다.
전시장의 다른 공간들도 이같은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관객이 앞으로 만나게 될, 혹은 지나온 공간을 실제 크기의 사진으로 벽에 붙이고 이를 거울을 통해 반사시킨다. 실제공간의 복사,복사된 것의 반사,반사된 것의 재복사같은 연속적인 공간복제,시간의 순차적 흐름이 뒤섞인 카메라 이미지에 둘러쌓여 관객은 실재와 환영의 불문명한 경계를 체험한다.
그 공간들은 인식을 명료하게 하기 보다 가능한한 지연시키고 논리적 추론을 불가능하게 하는 모호한 공간이다. 그 공간은 마치 한개의 조각을 잃어버린 퍼즐처럼 아무리 짜맞추려 해도 어긋날 수 밖에 없는 부조리의 공간이며, 이미지의 끝없는 반복뿐 실체에 귀속될 수 없고 완결이 유보되는 공간이다.
교차편집된 것 같은 이 복잡한 공간의 역학속에서 관객은 미궁에 빠진 듯 어리둥절하다가도 곧 유쾌해진다. 그것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동화적인 쾌감이기도 하고, 작가의 치밀한 배치와 의도를 눈치채는 순간 지적인 쾌감으로 탈바꿈한다.
작가는 프랑스 마르세이유 미술대와 독일의 함부르크 미술대를 졸업했고 현재 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다. 시간과 공간, 원근법의 원리에 천착하는 비디오 설치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9일까지. 02-735-6317
<미술=양성희기자>
정씨의 복합설치 ’공간의 움직이는 표면들’이 열리고 있는 금산갤러리.육중한 철제대문을 밀고 갤러리안에 들어서자 전혀 의외의 공간이 나타난다. 첫눈에 들어오는 벽 전체에는 갤러리를 밖에서 찍은 실제 크기의 흑백사진이 걸려있다.
입구문이 있는 위치엔 같은 크기의 거울이 있다. 관객이 문을 열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방금전 그가 보았던 갤러리 외곽과 갤러리안으로 들어서는 자신의 모습, 바깥 길거리 풍경까지가 관객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관객은 이 느닷없는, ’전지적 시점’의 체험에 당황하게 된다.
옆에는 6대의 비디오화면이 켜져 있다. 그중 하나에는 지금 막 문을 열고 들어선 관객자신이 비추고 나머지들에서는 전시장의 다른 공간,다른 관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전시장을 다 돌아보고 나면 그 비디오 화면들은 상당수가 지금 전시장이 아니라 과거 전시장의 모습임을 알 수 있다. 현재와 과거라는 서로 다른 시간이,안팎이 뒤섞인 공간처럼 혼재돼 있는 것이다.
전시장의 다른 공간들도 이같은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관객이 앞으로 만나게 될, 혹은 지나온 공간을 실제 크기의 사진으로 벽에 붙이고 이를 거울을 통해 반사시킨다. 실제공간의 복사,복사된 것의 반사,반사된 것의 재복사같은 연속적인 공간복제,시간의 순차적 흐름이 뒤섞인 카메라 이미지에 둘러쌓여 관객은 실재와 환영의 불문명한 경계를 체험한다.
그 공간들은 인식을 명료하게 하기 보다 가능한한 지연시키고 논리적 추론을 불가능하게 하는 모호한 공간이다. 그 공간은 마치 한개의 조각을 잃어버린 퍼즐처럼 아무리 짜맞추려 해도 어긋날 수 밖에 없는 부조리의 공간이며, 이미지의 끝없는 반복뿐 실체에 귀속될 수 없고 완결이 유보되는 공간이다.
교차편집된 것 같은 이 복잡한 공간의 역학속에서 관객은 미궁에 빠진 듯 어리둥절하다가도 곧 유쾌해진다. 그것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동화적인 쾌감이기도 하고, 작가의 치밀한 배치와 의도를 눈치채는 순간 지적인 쾌감으로 탈바꿈한다.
작가는 프랑스 마르세이유 미술대와 독일의 함부르크 미술대를 졸업했고 현재 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다. 시간과 공간, 원근법의 원리에 천착하는 비디오 설치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9일까지. 02-735-6317
<미술=양성희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