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일동안 한국영화계는 68억원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30억원을 투자한 ‘광시곡’이 첫 주말 서울관객이 7000명, 38억원이 든 ‘천사몽’은 8000명의 관객을 모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허와 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패 속에서 교훈을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패장(敗將)이 된 ‘천사몽’의 박희준감독을 만났다.

평소 말수가 적고 어눌했던 그는 흥행참패의 원인,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문제, 영화저널리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천사몽’의 흥행실패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고백할 것이 있다. ‘천사몽’의 실제 제작비는 38억원이 아니라 18억원이다. 배급사와 홍보사측에서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처럼 보여야 한다’고 해서 과장하게 된 것이다. 이는 블록버스터 과다 경쟁이 낳은 거짓말이다. 18억원 중에 리밍(黎明)의 출연료가 5억원이었다. 13억원으로 SF영화를 찍었으니 여러 한계가 있었다. 물론 영화 전반을 아우르지 못한 나의 역량문제가 제일 크다. 변명을 하자면, 자금문제로 비롯된 어설픈 세트와 좋은 조연을 쓸 수 없었던 점, 리밍 스케줄 때문에 두 달밖에 되지 않았던 촬영 일정때문에 힘들었다.”

―배우들의 미숙한 연기, 기존 SF영화 모방이 많이 지적되었다.

“연기력 지적부분에 대해선 할말이 없지만, 칼싸움하면 ‘스타워즈’고, 악령이 나오면 ‘퇴마록’, 삼각관계 SF면 ‘은행나무침대’라고 생각하는 건 그만큼 영화기자들이 SF영화를 많이 접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천사몽’에 대한 비평이 복제된 것처럼 닮은 것에 놀랐고, 실제 내가 불안해했던 사운드 이펙트, 빛의 조절실패 같은 부분을 집어 내지 못하는 것에 또 놀랐다. ‘천사몽’ 비평이 유난히 가혹했던 것은 ‘단적비연수’ 이후 계속 문제가 되어온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반감이 폭발한 거라고 생각한다.”

―아동용을 제외한다면, 한국 최초의 SF라서 많은 우려도 많았는데….

“영화를 완성할 때까지 ‘리밍이 도망갔다’ ‘영화가 엎어졌다’는 등의 엄청난 악선전에 시달려서 중간에 개인투자자들이 손을 떼기도 했다. 또한 똑같은 장면이라도 ‘스타워즈’라면 넘어갔을 장면을 한국 SF면 무조건 ‘우뢰매’같다고 얕본다. 왠지 우리는 한국사람이 나오는 SF를 무시한다. 그래서 ‘천사몽’은 외국시장에서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 제작비가 18억원이라고 해도,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홍콩의 골든하베스트가 아시아 9개국 판권을 10억원에 사기로 되어있고, SF가 인기인 일본에서 최소한 5억원 정도는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디오 판권으로도 5억원이 확보되어 있어 손해는 안볼 것이다.”

〈우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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