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벽화 / 김혜원 지음 / 바람의 아이들

‘고래벽화’는 가짜 고래벽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이들과 어른의 유쾌하고, 재미있는, 하지만 그저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3일간의 이야기이다.

조용한 농촌마을을 벌컥 뒤집어 놓은 고래벽화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은 마을의 단 네명뿐인 아이들이다. 어느날 우연히 숲속에서 풀에 가려진 굴을 발견하고, 이곳을 자신들의 비밀 본부로 사용한다. 별다른 재미거리가 없는 아이들은 매일매일 비밀본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그림에 재주가 있는 한 아이가 아버지 책상서랍에 있던 반구대 암각화 탁본을 갖고와 동굴 벽에 고래 그림을 새긴다. 문제는 이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재미로 터뜨린 불꽃놀이의 불똥이 튀어 산불이 나고, 현장조사를 하던 어른들에게 비밀본부가 들키면서 시작된다.

산불때문에 한바탕 혼이 난 사총사들은 얼떨결에 벽화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그 순간 조용하던 시골 마을은 시끌벅적해진다. 학교 선생은 고대 벽화가 틀림없다고 말하고, 이장은 관광지를 만들겠다며 군청을 찾는데 이어 신문사 기자가 들이닥친다. 사총사의 부모들은 엄청난 문화유산을 발견한 자식들 자랑에 어깨가 으쓱한다. 마을은 마을이 생긴 이후 가장 시끄러운 사흘을 보낸다. 하지만 문화재를 발견할 경우 국가에서 거액의 보상금을 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총사 부모들은 서로 돈을 갖겠다며 싸움을 벌이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은 작은 거짓말이 부른 엄청난 상황에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사실을 털어놓는다.

고학년용으로 씌어졌지만 저학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햄릿, ‘툭하면 거들먹거리지만 누가 시비라도 걸면 주먹한번 못쓰는’ 겁쟁이 돈키호테,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그럴싸한 거짓말을 지어내는’ 제갈공명,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 등 네 어린이의 별명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으로 시작해 독자의 눈을 잡아 끈다. 이어 가짜 고래벽화 사건이라는 우스꽝스런 상황을 중심에 두고 사건이 점점 확대되고, 번져가는 모습도 경쾌하고 유쾌하게 치달아간다. 이 즈음에서 독자들은 웃음을 크게 터뜨릴 것이다. 다만 상황이 돈욕심으로 인한 어른들의 다툼으로 번져가는 모습, 학교담장에 그리고 싶은 벽화를 그리라는 벌아닌 벌을 내리는 교장선생님 등 중반을 넘으면서, 다소 눈과 귀에 익은 이야기로 전개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현미기자 ch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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