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와 닭다리, 누룽지탕 맛이 만나면? 답은 입안이 활활 타오르는 ‘불닭’이 된다. 프라이드 치킨, 양념통닭구이, 춘천닭갈비, 안동찜닭등 각양각색 조리법으로 까다로운 현대인의 입맛에 적응하며 빠른 진화를 거듭해온 치킨 식품업계에 난데없이 불닭 돌풍이 뜨겁다. 요즘 신촌과 홍대, 종로 일대에는 저녁 무렵이면 ‘홍초불닭’ 간판아래 20∼30대 젊은 남녀들이 길게 줄을 서서 몇십분씩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중 70% 정도는 20대 젊은 여성들.

실내에서는 얼굴이 땀범벅이 되거나, 누룽지탕을 연방 들이켜며 화끈거리는 혀를 식히느라 진땀흘리는 이색 풍경이 시선을 끈다. 붉은 고추(紅椒)를 뜻하는 ‘홍초’를 브랜드로 한 홍초불닭은 특히 젊은 미식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치킨업계에 회오리바람을 몰고온 것. 맛세포를 자극하는 폭발적 매운맛이 뇌에 입력돼 한번 먹으면 다시 찾게 된다는 ‘중독성’ 강한 청양고추 특유의 맛이 맛의 비결.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젊은층 사이에 폭발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자극적인 매운 맛은 무교동 낙지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불닭 조리법은 한번 찐 닭다리를 양념처리한 뒤, 바비큐처럼 숯불 석쇠위에 구워낸다. 먹기 좋게 스테이크처럼 잘게 잘라 깔끔하게 파슬리 가루를 뿌리면 불닭이 완성된다. 찜통에서 닭다리를 찔 때 기름기를 빼, 칼로리가 적어 여성들의 다이어트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홍초불닭의 맛의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아주 자극적인 톡 쏘는 맛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 매콤달콤한 소스. 청양고추(요즘은 밀양에서 주로 생산)를 주재료로, 마늘등 30여가지 재료로 버무린 ‘홍초소스’는 아무나 흉내내기 힘들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이 소스를 개발한 홍성표(37)사장을 제외하고 경영진조차 소스 비법을 알지 못할 정도로 극비에 붙여져 있다.

무교동낙지 매운맛과 궁합을 이룬 게 콩나물국이라면 홍초소스의 매운 맛을 식히는 보조식품은 누룽지탕. 조개탕·홍합탕·계란탕·콩나물국등 갖가지 국물을 내놓았으나, 고객들이 가장 열렬한 반응을 보인 바로 이 누룽지탕이 불닭과 환상적 궁합을 보이는 짝으로 자리잡았다.

불경기를 타지않는 홍초불닭이 최근 1년새 선풍적 인기를 얻자 최근들어 유사브랜드가 우후죽순으로 등장, 이른바 불닭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홍초불닭은 3년전에 경기도 일산 마두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으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 홍씨가 일본등 외국 유학시절 경험한 소스맛을 기초로 나름의 소스 개발에는 성공했으나 입맛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2002년 9월 신촌에서 재개업해 홍씨가 절치부심하며 직접 개발한 소스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하루종일 소스 개발에 매달리고 소스를 계속 업그레이드시킨 결과 지난해 4월부터 미식가들로부터 별미로 맛을 인정받으면서 상승기류를 탔다.

2003년 7월에 체인점1호 부산대점을 시작으로 1년만에 100여개의 홍초불닭 체인점이 등장, 프랜차이점 업계에서 고속성장한 대표적 사례로 꼽힐 정도다. 지금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체인점 150개, 내년 상반기까지 200개의 체인점 개설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초불닭은 단순히 닭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매운 맛을 팔려고 한다.”

‘홍스푸드’ 김영수(40)이사는 “특급소소인 홍초소스에는 한국사람에게 익숙한 매콤한 매력을 넘어서 멕시칸 칠리소스처럼 우리 소스를 세계화할 구상을 갖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홍스푸드측은 최근 이 소스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의 승인을 받아놓았다.

불닭 맛을 업그레이드시킨 ‘쌈닭’도 8일부터 출시한다. 쌈닭이란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치즈로 불닭을 쌈처럼 싸서 먹는 퓨전스타일.

오는 15일 일본 도쿄 메이지대학 근처 시부야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내년 3월부터 일본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중국,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토종 청양고추 소스로 탄생된 불닭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처럼 세계인의 입맛을 제패할 수 있을지 국내 미식가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가격은 불닭이 1만2000원, 쌈닭 1만5000원, 누룽지 5000원, 닭발 9000원. ‘홍스푸드’ 02-337-9990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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