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등 부정 ‘파산’ 투자자 500억달러 날려 “9·11 맞먹는 충격” 평가 엔론 스캔들이란 지난 2001년 당시 미국 재계 7위였던 텍사스의 거대 에너지 기업 엔론이 회계부정 파문으로 파산, 투자자들에게 5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히는 등 미국 경제는 물론 사회·정치 각 분야에 큰 충격을 던졌던 사건을 가리킨다.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터진 이 사건은 미국 자본주의의 부패와 탐욕 등 경제 사회 전반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또한 이 회사의 급성장 뒤에는 정계의 후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회사 경영진이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관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파장을 일으켰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엔론 스캔들을 “9·11테러 공격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미국 경제 시스템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1985년 텍사스 휴스턴에서 천연가스 및 전기를 공급하는 소규모 회사로 탄생된 엔론은 90년대 초반 에너지산업의 규제완화를 틈타 에너지 중개, 발전 등 사업분야를 크게 확장하면서 급성장했다. 설립당시 120억달러였던 자산규모도 2000년 330억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엔론 경영진은 높은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 분식회계로 영업이익 부풀기를 무모하게 저질렀고, 결국 엔론의 실적이 과대포장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자자의 신뢰는 급전직하했다. 2000년 매출액이 당초 발표된 1007억달러가 아니라 63억달러이며, 순이익도 25억7000만달러가 아니라 4억7400만달러에 불과했던 것.

엔론 경영진은 2001년 12월4일 파산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엔론의 파산으로 4000여명의 직원이 직장을 잃었으며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초래됐다. 엔론의 회계감사를 담당해온 세계적인 회계회사 아더 앤더슨은 회계조작을 묵인하는 차원을 넘어서 관련 서류를 파기하는 등 부정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비판 속에 문을 닫았다.

검찰은 케네스 레이 회장과 제프리 스킬링 최고경영자(CEO)의 불법행위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004년 두 사람을 정식으로 기소했다. 레이 전회장과 스킬링 CEO는 현재 42건의 사기 및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같은 텍사스 출신으로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레이 회장은 만약 유죄가 인정되면 수십년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엔론의 대담한 부정행위는 미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도덕적 해이가 낳은 결과였다. 엔론의 임원들은 관련기관들의 감시소홀을 틈타 회계장부를 마음대로 주물렀으며, 파산 직전에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은밀하게 처분하고 간부들에게 50만~500만달러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기까지 했다. 또 친분을 쌓은 정치권 인사들을 동원해 구명로비를 펼쳤다. 한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엔론 주식을 다수 소유했으며, 로버트 졸릭 현 국무부 부장관 등 부시 행정부의 전·현직 관료 중 상당수가 엔론사에 근무했거나 엔론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진했던 사실도 밝혀져 정경유착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오애리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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