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양적 팽창은 우리 사회의 여전한 화두지만 미래를 향한 시선은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해야 한다. 더구나 21세기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사회 각 분야의 역량이 물질적 풍요를 재창출해내는 선순환구조를 가질 전망이다.

제4338주년 개천절을 맞아 문화일보는 이같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주목 받는 차세대 인물 30인’을 선정했다. 대상 분야는 노동과 자본 투입의 효율성을 보장하고 생활의 편의를 증진시켜줄 경제와 과학기술분야, 쾌적하고 건강한 삶에 필수적인 환경·생활분야, 의미있고 유쾌한 여가시간을 위한 문화예술과 스포츠분야, 국경 없는 지구촌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해외분야 등 6개다.

해당 분야에서 취재중인 문화일보 기자들은 지난달 18일부터 선정작업에 착수, 관련 인사들의 조언을 듣고 내부 심사를 거친 끝에 지난 1일 인선을 완료했다.

선정작업 과정에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업적과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고전적 의미에서 사회를 리드해왔던 정치권 등이 국민을 좌절시키고 혼돈에 빠뜨리는 동안에도 미래를 향한 우리 사회의 역량은 꾸준히 성장해온 것이다.

이에 따라 선정작업은 지난했고 선정된 30분들보다 더 큰 업적과 훌륭한 경력을 쌓아온 분들이 누락되기도 했다. ‘리더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하는 기준으로 평가되지, 무엇을 성취했고 얼마나 성공했느냐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조지 갤럽의 표현처럼 이번에 선정된 인물들은 ‘차세대의 가능성이자 잠재력’이란 말로 변명을 대신한다.

진행형인 이들의 목표가 성취되는 미래에 우리의 삶의 질이 한단계 향상될 것을 기대해본다.


경제 산업) 박현주, 펀드 투자문화 변혁 선도

21세기에는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는 일이 일어난다. ‘베짱이형 인간’이 ‘개미형 인간’보다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근면’보다 ‘창의력’으로 승부가 갈리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21세기 환경에서 경제리더들에게 가장 크게 요구되는 덕목 역시 창의력이다.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로 하루 아침에 거대한 기업이 우뚝서는 세상이다. 재계·금융계 등에서 무섭게 부상하는 젊은 리더들은 모두 이런 덕목을 갖춘 사람들이다. 한국의 차세대 경제리더 5인을 소개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 박현주(48) 회장은 1998년 국내 최초로 뮤추얼펀드(회사형 투자신탁)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 투자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등 국내 자본시장의 변화를 선도해온 금융계의 리더다. 동원증권 펀드매니저 출신인 박 회장이 처음 내놓은 ‘박현주 펀드’는 평균 수익률이 90%를 웃도는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뮤추얼펀드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증권사, 투신사 등을 잇달아 설립·인수했고 2005년에는 SK생명을 인수,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시켰다. 2003년부터는 적립식 펀드에도 승부를 걸어 국내 주식투자 문화를 뒤바꿔놓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금융강국 코리아를 꿈꾸면서 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에 현지자산운용법인을 설립했고 인도와 중국 등 신흥자본시장에도 거점 마련에 나서는 등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경쟁의 최일선에 나서고 있다.

◆김범수 NHN 대표이사 사장(해외담당)= 김범수(41) 사장은 한발 앞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밝은 눈’을 타고난 사람이다. 1990년대 초반 이미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게임의 사업성에 주목한 인물이다. 1999년 ‘한게임’ 상용서비스, 2001년 3월 한게임의 부분 유료화 성공, 2002년 10월 코스닥 입성 등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을 연이어 벌인다. 김 사장은 후배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꿈을 가져라.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 = 변대규(46) 사장은 1989년 서울대 공대 대학원 동료 6명과 함께 서울 관악구 봉천동 낙성대 입구에 있는 손바닥만한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 6535억원(2006년 9000억원 예상)의 국내 대표적인 방송용 셋톱박스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변 사장은 말한다. “휴맥스는 창업공신들에게 기득권을 버리도록 하면서 비로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모멘텀을 찾았습니다.” 변 사장의 구상이 야무지다. “5년 뒤를 생각하면 소비자가전(CE)에 일가견이 있는 글로벌 기업이란 말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병훈 유니베라(구 남양알로에) 사장 = 이병훈(44) 사장은 전세계 알로에 원료시장(5000만달러)의 40%를 공급하는 세계 최고의 알로에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다. 2002년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아시아 차세대 리더’ 한국인 명단 12명중에 들 정도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장은 말한다. “한 우물만 열심히 파면 어떤 분야에서든 세계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죠.” 이 사장은 그러나 알로에 사업에만 안주할 생각은 없다. 그는 “천연 소재에서 의약품 등에 쓰이는 첨단 신소재를 찾아내는 사업이 앞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BT)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알로에 연구를 통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천연물 사업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 안철수(44) 의장은 지금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준 안 의장은 그해 5월 훌쩍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현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밟고 있다. 1995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뒷골목에서 3명으로 시작한 주식회사 안철수연구소. 그때까지만 해도 일반에게 생소한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는 보안업체였다. 그런 작은 ‘구멍가게’ 업체가 올 상반기 매출 220억원, 순이익 80억원의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안 의장의 무서운 점은 그렇게 잘나가는 회사를 두고 훌쩍 공부를 하러 떠났다는 점이다. 안 의장은 말한다. “선택 앞에서는 과거를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10년 후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공부를 마치고 경제계로 복귀할 안 의장에게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박상주·서의동기자 sjpark@munhwa.com


과학 기술) 김태국, 노화억제 신약개발 선구자

기초과학은 미래세계의 삶과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학문이다. 한국 과학계가 희망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30, 40대 초반의 소장학자들의 인력이 풍부하고 수준도 세계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나노, 바이오 등 각 영역의 이론과 연구, 실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과학계에 리더로 자리잡을 때는 세계를 선도할 많은 연구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를 향해 약진하고 있는 차세대 과학자들 중 대표적인 학자 5명을 소개한다.

◆현택환 서울대 공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 현택환(42) 교수는 지난 2004년 ‘네이처 머티리얼’지에 발표한 ‘균일한 나노 입자의 대량생산 공정 개발’논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뉴 핫 페이퍼(New Hot Paper)’로 공식 선정되는 등 나노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 받고 있다. 이 논문에서 현 교수는 하드디스크에서 암진단 센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를 가진 나노입자를 기존 방법보다 1000분의1로 저렴하면서도 생산량은 1000배 많게 생산하는 기술을 밝혀내 주목을 받았다. 현 교수는 지난 8년간 국제학술지에 8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 2200회 이상 논문이 인용될 정도로 양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황준묵 한국고등과학원 수학과 교수 = 황준묵(43) 교수는 수학의 핵심 분야인 기하학의 오래된 미해결 난문제를 해결해 국제적인 수학자 반열에 올랐다. 15년간 미해결이던 공간 사이의 변환에 관한 라자스펠트 예상을 1999년에 증명했고, 40여년간 미해결 문제였던 공간과 물체 사이의 본질을 정의한 변형불변성의 증명을 1997년부터 2005년까지 9년에 걸쳐 총 100페이지가 넘는 4편의 논문을 통해 완성했다. 황 교수는 이 같은 성과로 특히 수학계 최고 권위를 가지는 국제수학자총회(ICM)의 2006년 회의에 강연 초청을 받음으로써 국제 수학계의 리더임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기도 했다.

◆김태국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 김태국(42) 교수는 인간 노화 억제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6월 인간 노화 억제 신약후보물질 ‘CGK733’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CGK733을 중심으로 한 화합물을 이용해 노화 조절은 물론 치매 등 노화 관련 질병의 치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온라인판에 표지기사로 소개됐다.

지난해 7월 인간세포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매직(MAGIC)’ 나노 - 바이오 신기술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김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해 노화 억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내 앞으로 유전체학, 신약 개발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백성희 서울대 자연대 생명과학부 교수 = 백성희(36) 교수는 암 전이 과정과 관련된 ‘스모(SUMO)’ 단백질의 기능을 지난 5월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지인 ‘네이처 셀바이올로지’에 실렸다.

백 교수의 연구성과는 스모 단백질이 암을 퍼지게 할 수도 있고, 막을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정상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을 골라서 공격하는 신개념 항암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 교수의 이번 연구와 관련된 논문들은 지난 1년 동안 네이처(Nature), 셀(Cell), 미국학술원회보(PNAS) 등에 잇따라 실리며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 정재승(34) 교수는 KAIST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파로 대뇌정보처리 분야에서 세계적 과학자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정 교수는 현재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와 미국 콜롬비아 의대 교수를 겸임하며 1년 중 8개월은 한국에서, 4개월은 미국에서 연구하며 강의하고 있다.

정 교수의 연구분야는 인간의 의식활동에 관한 영역으로 뇌의 정보처리 기능을 분석하고 이를 모델링해 정신질환자들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시스템 개발 등이 주된 관심 사항이다. 그는 연구 외에 방송활동과 글쓰기 등 다방면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과학과 대중의 간격을 좁혀나갈 대표주자로 기대된다.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


국제) 국제 PGA 도전 ‘당돌한 17세’ 미셸 위

해외에서도 한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위대한 차세대 주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국제적 감각을 갖고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해 우뚝 선 사람들이다.

◆미 여자프로골퍼 미셸 위 = 미셸 위(17·한국이름 위성미)는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다. 1989년생으로 17세에 불과한 미셸 위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슈퍼스타로서 진면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들어 미국 남자 프로골프대회인 PGA투어에 나섰다가 컷오프되면서 ‘여자대회에서 실력을 쌓으라’는 미국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으나 미셸 위의 인기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인들의 미셸 위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키 183㎝의 미셸 위는 지난해 프로골퍼로 전환, 올 5월 한국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남자대회)의 컷오프를 통과했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공동3위, 에비앙 마스터스 공동 2위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다만 PGA투어에서의 부진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지만 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김용 하버드대 의대 교수 =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 5월 선정한 ‘2006년 세상을 변화시킨 영향력있는 100인’에 뽑힌 김용(46·미국이름 짐용김)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한국민의 저력을 드높인 인물이다. 당시 미셸 위, 가수 비와 함께 나란히 뽑혔다. 지난해에는 US뉴스앤드 월드리포트가 선정한 미 주요지도자 25인에도 선정된 바 있다.

김 교수는 세계가 인정하는 ‘에이즈 해결사’다. 5세때 미국으로 이민가 브라운대와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한 김 교수는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담당국장을 맡아 국제무대에 진출했다. 그는 에이즈담당국장으로서 3×5정책(2005년까지 300만명 치료)을 추진해 명성을 높였다.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고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라”는 어머니와 외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함돈희 하버드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 지난 2003년 28세때 하버드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발탁된 함돈희(31)교수는 한국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과학계 차세대 주자다. 함 교수는 올 7월 세계한민족과학기술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공학에만 매달린 인재보다 과학 전체를 두루 섭렵한 공학엔지니어가 신영역 개척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론 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1992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뒤 자연대 수석으로 졸업했고,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전자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포스트닥(박사후과정)을 거치지 않고 하버드대 교수로 곧바로 임용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최준희 에디슨 시장 =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에서 첫 한인시장으로 선출된 최준희(35·미국이름 준 최) 뉴저지주 에디슨 시장은 미 정계의 한국계 차세대 주자다. 71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 시장은 3세때 미국에 이민가 세탁소집 아들로 자랐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뒤 연방정부 예산관리국 조사관 등을 지냈다. 에디슨시는 한인이 6% 정도 되지만,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3선의 조지 스패도로 시장을 패기로 눌렀고, 지난해 11월 본선에서도 승리했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미국인들도 변화를 원하고 있고, 그 때문에 무명의 젊은 한인 2세를 뽑아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석지영 하버드대 법대 교수 = 33세의 나이로 올해 첫 하버드대 법대 교수가 된 재미교포 석지영(영어이름 지니 석)씨는 미국 법조계가 주목하는 젊은 인재. 6세때 내과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이민갔으며,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했다. 영국정부가 주관하는 마셜장학생으로 선정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가을 학기부터 하버드대에서 형법을 강의하고 있다.

석 교수는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 한인으로는 최초로 법률서기관으로 근무했으며, 뉴욕 맨해튼 검찰청 검사로도 재직했다. 해외 한국인으로는 이밖에 소프라노 조수미(44), 미국 뉴욕 브루클린검찰청 부장검사 정범진(37), 9월 뉴스위크가 선정한 차세대 여성지도자 20인에 뽑힌 장영주(26), 환경운동가 대니 서(29),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49)씨 등이 주목받아왔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

문화 예술) 피아니스트 김선욱 ‘깜짝 세계 정상’

한국 문화와 예술, 더이상 변방이 아니다. 순수 국내파들이 세계 클래식 음악과 발레, 문학 등 순수예술과 영화, 대중가요 등에서 세계 정상급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 김선욱(18·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3년)군은 올해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한국 클래식의 차세대 대들보로 화려하게 자리매김했다. 장영주, 장한나 이후 세계를 압도하는 뚜렷한 재목이 보이지 않은 가운데 나타난 희소식이다. 한국인이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하기는 이번이 처음. 1975년 정명훈 씨가 공동 4위를, 1984년에는 서주희 씨가 2위, 1990년에는 백혜선 씨가 5위를 차지했다. 김군은 순수 국내파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다.

3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김군은 중학교 졸업 후 곧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입학, 장래 세계적인 지휘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리즈 콩쿠르는 세계로 향하는 도약대다. 그는 이제 시작이다.

◆발레리노 김용걸 =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단으로 평가되는 프랑스 파리오페라 발레의 솔리스트 김용걸(33). 1990년대 국립발레단의 주역무용수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는 1996년 모스크바 콩쿠르 개인 동상, 1998년 파리 국제콩쿠르 2인무 부문에서 1등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 2000년 발레의 종가 파리 오페라발레의 연수단원으로 입단했다. 연수단원도 그나마 그의 경력을 고려한 것일 만큼 파리 오페라의 벽은 높다. 그는 5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군무에서 드미 솔리스트, 솔리스트로 한단계씩 올라 지난 3월 이 발레단의 간판 스타 마뉴엘 르그랑과 더블 캐스트로 아부 라그라가 안무한 모던 발레 ‘시간의 숨결’의 주역을 맡았다. 김씨는 오는 11월 세르주 리파 안무의 ‘쉬트 앙 블랑(Suite en Blanc·하얀 연속)’에 단독 주역으로 발돋움, 파리 오페라의 스타를 노린다.

김씨 역시 순수 국내파. 골목대장에서 과감히 탈피, 세계 무대에 도전해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세계의 정상에 한발한발 다가가는 그의 모습은 장르를 넘어선 교훈이다.

◆가수 비 = 비(24)는 지난 2월 미국 뉴욕 맨해튼 매디슨 스퀘어 가든 시어터에서 가진 단독 콘서트를 계기로 ‘월드 스타’로 우뚝 섰다. 그간 국내 인기 가수들이 아시아 무대를 중심으로 한류 붐을 일으킨 적은 있지만, 미국에서 본격적인 한류 바람을 일으킨 대중가수는 비가 처음이다. 그는 미국 가수들 못지 않은 노래와 춤 실력, 관중을 흡입하는 무대매너 등 3박자를 골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시작으로 12개국 월드투어에 나서는 비는 세계 한류 바람을 본격적으로 일으킬 차세대 스타다.

◆영화감독 봉준호 = 올해 영화 ‘괴물’로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봉준호(37)는 관객들에게 기발한 발상의 재미와 웃음을 선사할 줄 아는 영화인이다. 오락영화의 요소들을 솜씨좋게 요리하는 영리한 감독이기도 하다. 대학(연세대 사회학과)을 졸업하고 영화공부를 위해 한국영화아카데미로 갔던 그는 1993년 졸업 즈음에 발표한 단편 ‘백색인’, ‘지리멸렬’ 등을 통해 현대인의 일상을 색다른 시각으로 조명하는 감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2000년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기발한 상상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2003년 ‘살인의 추억’은 국내에서의 흥행은 물론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도쿄영화제, 뮌헨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3년여 동안 그가 공들인 ‘괴물’은 관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중 오락영화의 모범이 됐다. 이제 세계무대를 꿈꾸기 시작한 봉 감독은 2006년 한국영화가 얻은 소중한 이름이다.

◆소설가 김영하 = 김영하(38·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교수)는 자신의 문학상 수상식에 귀고리를 한 복장으로 참석할 정도로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신세대 작가의 대표주자. 도시적 감수성에 바탕한 냉철한 시선으로 당대의 현실과 한국 근현대사의 음영을 그려내고 있다. 대중성과 문학성을 함께 갖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문학상(1999년),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산문학상(이상 2004년) 등 국내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해외에 한국의 대표적 신세대 작가로 알려지며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작품의 판권이 팔렸고, 새 계약 체결이 잇따르고 있다. 소설 이외에 영화산문집을 펴내고 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하는가 하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연곤기자 kyg@munhwa.com


환경 생활) 공동체 삶 실천하는 환경박사 임경수

환경을 대상화해 개발 또는 보호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인간은 환경의 일부다. 환경이 병들면 인간도 아플 수밖에 없다. 환경부가 환경성 질환에 대한 연구 등 보건 문제를 자신의 업무로 껴안은 것도 바로 그러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자연과 하나됨을 꿈꾸며 삶터와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는 이들도 많아졌다. 귀농, 생태마을 만들기, 생태공동체 운동 등이 바로 그 구체적인 실천이다.

또한 환경오염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게 마련. 환경 문제는 사회 복지 및 정의와 직결되며, 환경운동 역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전략과 전문성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문화일보의 환경·생활 분야 주목받는 차세대 인물은 이러한 인식 아래 선정됐다.

◆임경수 ㈜이장 대표이사 = 임경수(40) 대표이사는 생태적 삶의 가치를 기업활동을 통해 사회에 전파하는 벤처 지식인이다. 생태공학 박사인 그는 두 가지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하나는 생태가치를 실현하는 사회공헌기업 ‘이장’ 대표이사 명함. 생태농장·생태마을·생태휴양단지 조성, 생태서적출판, 생태환경 조사 분석 등 사업분야가 소개돼 있다. 또 한 장은 한국퍼머컬처연구소 소장 명함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시절부터 “내 꿈은 마을의 ‘이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던 그가 이끄는 ‘이장’은 이름 그대로 이장 역할을 자임하며 마을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강원 춘천에서 시작, 충남 서천과 경기 안성에 잇따라 지사를 설립하고 직원들도 마을에 함께 정착해 일하며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그를 차세대 인물로 꼽은 것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개척해가고 있는 그에게서 진정 기뻐 일하면서 농촌과 공동체를 살리고 사회를 조금씩 바꿔가는 저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임종한 인하대 산업의학과 교수 = 임종한(45) 교수는 환경보건 문제를 이슈화하고 정책화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대기오염에 의한 호흡기 질환과 임산부 건강 문제, 보육시설과 학교의 실내 공기질과 어린이 환경성 질환, 황사 발생과 초등학생들의 행동 변화, 선천성 기형의 환경적 위험인자 분석 등 환경오염과 건강 피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사·연구해왔다. 환경부가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과 ‘어린이 환경보건정책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환경단체인 환경정의 다음지킴이본부장으로 활약하면서 환경오염에 특히 취약한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문은숙 소비자시민모임 기획처장 = 문은숙(42) 기획처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힘있는 소비자 운동을 이끌 차세대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1989년부터 10년간 소비자운동 현장을 지키다 미국 유학을 떠나 오리건주립대에서 박사학위(소비자경제학)를 받은 뒤 지난 2004년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소비자 운동이 ‘소비자 권익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구호를 외치는 데서 머물러선 안된다는 문제의식 아래 전문가 집단과 소통하며 증거를 만들고 제도를 바꾸는 과학적인 운동을 추구하고 있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 = 시대의 변화는 환경운동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생태계 파괴 반대만을 절대 가치로 내세우는 환경운동은 이제 변해야 하며 국제적 시야와 종합적인 전략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환경운동 분야의 전략가로 손꼽히는 박진섭(42) 부소장은 올해 이러한 고민 속에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라는 기치를 내걸고 ‘생태지평’을 창립했다. 환경운동연합에 10년간 몸담으며 익힌 현장감각에 이론을 결합해 환경운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처장 = 김태호(38) 사무처장은 에너지 운동에 승부를 걸었다. 전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으로 폭넓은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에너지의 날 캠페인, 에너지기본법 제정 운동 등에 앞장서왔고, 올해는 에너지운동을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전의 차원을 넘어 나눔과 평화 운동으로 승화시키고자 ‘에너지나눔과평화’의 창립을 주도했다. 그는 에너지 문제가 세계 평화를 좌우하는 핵심이며 현대의 생필품인 전기에너지는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믿음을 나눔발전소 설립, 에너지 빈곤층 지원 등의 사업을 통해 실천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m


스포츠) 박태환, 한국수영 ‘희망 물살’

스포츠 분야에서는 특히 ‘세대교체’가 중요하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월드컵 등 큰 국제대회가 매 4년 주기로 열려 적절히 세대교체를 이뤄내지 못하면 국제대회에서 형편없는 성적과 함께 ‘스포츠 약소국’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종목이나 코칭스태프들은 ‘꿈나무 육성’과 ‘차세대 주자’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을 지녀야 한다.

◆남자수영선수 박태환 = 한국수영은 이제까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본 적이 없다. 박태환(17·경기고)은 수영 후진국 한국의 희망이다.

지난 8월 범태평양 수영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선 아시아신기록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정규코스(50m)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세계 랭킹 2위에 성큼 올랐다. 박태환은 고교 2학년으로 아직은 어린 나이다. 키(181㎝)가 계속 크고 있고 체력도 향상중이다.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12월)과 2008 베이징올림픽 메달권 진입을 기대하는 것도 그같은 ‘성장 가능성’때문이다.

◆프로야구 한화 투수 류현진 = 해외로 빠져나간 스타들 때문에 침체국면을 보이고 있는 ‘국민 스포츠’ 프로야구의 중흥을 이룰 재목이다. 신인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200탈삼진 기록을 세운 류현진(19)은 지난 86년 김건우(당시 MBC)가 세운 신인 최다승 기록(18승)을 깨뜨릴 것이 유력시된다. 만 19세인 그는 다승뿐만 아니라 방어율과 탈삼진 부문에서도 선두를 달려 92년 선동열 이후 투수 3관왕이 유력하다. 또 99년 정민태(현대) 이후 시즌 20승도 가능해졌다. 188㎝ 96㎏의 체격으로,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올해 계약금 2억5000만원, 연봉 2000만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류현진은 올시즌 프로야구 신인돌풍의 핵으로 자리매김하며 일찌감치 올스타전에도 등판했고, 오는 12월 있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도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21) = 박철우(21·198㎝)는 84년 LA올림픽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어 온 남자배구의 희망이다. 지난달 열린 2006 KOVO컵 양산 프로배구대회(9월14~25일)는 그의 독무대였다. 대회내내 팀 해결사 노릇을 했고 삼성화재와 치른 24일 결승전에서도 27득점을 올리며 우승의 주역이 됐으며 대회 최우수선수로도 뽑혔다. 입단 3년차의 소속팀 ‘막내’인 박철우는 경북사대부고 시절 ‘제2의 장윤창’으로 불렸다. 막상 성인 무대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으나 최근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월드리그 등을 경험, 뒤늦게 성숙된 기량을 보이고 있다.

◆남자골퍼 노승렬 = 세계무대를 휩쓰는 여자골프에 비해 한국 남자골프의 레벨은 아직 낮은 편이다. 중학교 2학년때인 작년 5월 국내 최고권위의 한국아마추어선수권 우승과 함께 올초 최연소 국가대표에 선발된 노승렬(17·고성중 3)은 한국남자 골프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줄 기대주. 노승렬은 나이에 비해 좋은 체격(180㎝, 70kg)에 드라이브샷 비거리도 300야드에 육박한다. 쇼트게임 능력도 날로 향상돼 국내선수중 미국프로골프(PGA)무대에서 뛸 몇 안되는 재목감으로 꼽힌다. 올들어서도 매경오픈 공동3위, 한국오픈 공동 10위를 비롯, 송암배아마추어선수권 3위, 한국·일본·대만 3개국초청 네이버스 컵 개인전 3위를 차지하는 등 성장이 빠른 편이다.

◆프로축구 FC서울의 박주영 =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축구는 2006독일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의 벽에 막히고 말았다. 박주영(21)도 덩달아 2006 독일월드컵 이후 슬럼프에 빠졌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인물로 꼽히고 있다.

골지역에서의 창조적인 움직임, 침착함과 정확성은 이전 한국축구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가 ‘일시적인 슬럼프’를 딛고 ‘축구천재’의 예전 모습을 곧 되찾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경택·최명식·김윤림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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