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의 서울에 다녀왔다. 1년 반만의 한국방문이었지만 문화일보 기자들을 포함해 여러 친구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는 한국의 대학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큰 ‘미션’이 있었다. 실제 공동연구나 공동조사의 가능성을 둘러싸고 많은 대학교수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대화를 하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실감했다.
우선, 한국과 일본의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는 COE(Center Of Excellence)가, 한국에는 BK21이 실시되고 있는데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국제경쟁력을 가진 인재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와세다(早稻田) 대도 CEO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세대나 고려대에 근무하는 나의 친구들도 BK21의 매니지먼트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대학의 생존을 위해 교수들이 예전과 달리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공통점이 있다.
두번째로 대학 수업에 영어가 비집고 들어가, 많은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연구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글로벌 경쟁의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이기도 한 것이 바로 대학교육의 영어화다. 해외로부터 우수한 유학생을 확보하려면 수업의 대부분을 영어로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의 우수한 학생을 해외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도 대학의 국제화는 필수이며, 이 경우 자연히 언어는 국제어인 영어를 이용하게 된다.
역사나 문화 등 각국의 고유한 사정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의 개별 사정을 깊게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한국어나 일본어 문헌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영어화의 물결은, 이러한 종래 대학교육 본연의 자세를 크게 바꾸려 하고 있다.
세번째는 종래와 같이 교수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적극적인 참가를 요구하는 유형의 수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은 교수가 말하는 것을 듣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지만, 시장의 성숙화로 새로운 산업분야의 개척이 요구되면서, 현재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 이를 해결해내는 힘이 필요해지고 있다. 그 때문에 교수도 새로운 커리큘럼의 개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올해 5월에 쓴 ‘해외 세미나’에 대한 칼럼에서도 소개했지만 올해는 한국의 연세대, 중국의 푸단(復旦)대와 공동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는 대학원생들이 스스로의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질문표를 만들어 3개국의 직업관, 가족관, 문화소비 패턴 등을 조사하게 된다. 실제로 공동 작업을 해 보면서 한국과 일본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우선, 교수와 학생이 같은 눈높이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연구 ‘동료’의 관계지만 중국의 경우 교수와 학생의 거리가 멀고, 학생이 교수의 ‘조수’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스스로의 문제 의식을 분명히 하라’고 해도, 학생들이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또, 한국과 일본에서는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조사작업이 진행되는데 반해, 중국의 경우 돈이 압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학생에게 조사 협력을 의뢰해도 일정의 인센티브 없이는 질문표를 회수하기가 어려워 고액의 조사 경비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학생 식당이나 수업 종료 후의 교실에서 질문표를 나눠줘도 회수에 큰 지장이 없다.
게다가 이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3개국의 데이터 사용법을 둘러싸고도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9월 말에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최초의 모임을 열어 각각의 관심분야를 서로 확인한 결과,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국제 비교에 강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던 것에 반해, 중국 학생들은 중국 내 조사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3개국에서 어떤 보고서가 나올지 모르지만, 한국과 일본만이 나라간 비교를 테마로 보고서를 집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 대해 더욱 깊게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서울 방문은 지금부터라도 한국와 일본의 대학이 더 활발한 제휴를 통해 학생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었다.
[[소노다 시게토 ·와세다대학원 동아시아태평양학과 교수]]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는 한국의 대학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큰 ‘미션’이 있었다. 실제 공동연구나 공동조사의 가능성을 둘러싸고 많은 대학교수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대화를 하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실감했다.
우선, 한국과 일본의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는 COE(Center Of Excellence)가, 한국에는 BK21이 실시되고 있는데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국제경쟁력을 가진 인재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와세다(早稻田) 대도 CEO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세대나 고려대에 근무하는 나의 친구들도 BK21의 매니지먼트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대학의 생존을 위해 교수들이 예전과 달리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공통점이 있다.
두번째로 대학 수업에 영어가 비집고 들어가, 많은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연구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글로벌 경쟁의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이기도 한 것이 바로 대학교육의 영어화다. 해외로부터 우수한 유학생을 확보하려면 수업의 대부분을 영어로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의 우수한 학생을 해외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도 대학의 국제화는 필수이며, 이 경우 자연히 언어는 국제어인 영어를 이용하게 된다.
역사나 문화 등 각국의 고유한 사정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의 개별 사정을 깊게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한국어나 일본어 문헌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영어화의 물결은, 이러한 종래 대학교육 본연의 자세를 크게 바꾸려 하고 있다.
세번째는 종래와 같이 교수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적극적인 참가를 요구하는 유형의 수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은 교수가 말하는 것을 듣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지만, 시장의 성숙화로 새로운 산업분야의 개척이 요구되면서, 현재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 이를 해결해내는 힘이 필요해지고 있다. 그 때문에 교수도 새로운 커리큘럼의 개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올해 5월에 쓴 ‘해외 세미나’에 대한 칼럼에서도 소개했지만 올해는 한국의 연세대, 중국의 푸단(復旦)대와 공동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는 대학원생들이 스스로의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질문표를 만들어 3개국의 직업관, 가족관, 문화소비 패턴 등을 조사하게 된다. 실제로 공동 작업을 해 보면서 한국과 일본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우선, 교수와 학생이 같은 눈높이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연구 ‘동료’의 관계지만 중국의 경우 교수와 학생의 거리가 멀고, 학생이 교수의 ‘조수’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스스로의 문제 의식을 분명히 하라’고 해도, 학생들이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또, 한국과 일본에서는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조사작업이 진행되는데 반해, 중국의 경우 돈이 압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학생에게 조사 협력을 의뢰해도 일정의 인센티브 없이는 질문표를 회수하기가 어려워 고액의 조사 경비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학생 식당이나 수업 종료 후의 교실에서 질문표를 나눠줘도 회수에 큰 지장이 없다.
게다가 이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3개국의 데이터 사용법을 둘러싸고도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9월 말에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최초의 모임을 열어 각각의 관심분야를 서로 확인한 결과,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국제 비교에 강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던 것에 반해, 중국 학생들은 중국 내 조사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3개국에서 어떤 보고서가 나올지 모르지만, 한국과 일본만이 나라간 비교를 테마로 보고서를 집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 대해 더욱 깊게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서울 방문은 지금부터라도 한국와 일본의 대학이 더 활발한 제휴를 통해 학생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었다.
[[소노다 시게토 ·와세다대학원 동아시아태평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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