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가장 재미있었었던 일 중 하나가 어느 잡지와 함께 했던 기획 대담이었다. ‘중국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중국 학자 4명과 대담을 나눴다. 중국에서 빈부 격차 확대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민간기업가가 중국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이들의 장래는 어떨게 될 것인가. 중국학자들과의 대담 주제는 이런 테마로 결정했는데, 대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극이 컸던 덕분에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첫 대담자는 “지금은 중국의 어느 누구도 공산주의 시대의 도래를 믿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며 공산주의 교육의 실패를 지적했다. 입시경쟁이 저연령화돼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른바 명문 소학교들에는 고위층, 특권층 자제들만 입학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는 이런 현실이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중국 학자의 혀끝은 날카로웠다.

두 번째 대담자는 “현재의 부유층이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해 사회 전반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중국 사회에 대한 여러차례 조사 경험으로 봤을 때 타당한 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농촌 출신인 세 번째 대담자는 도시에 유입된 농촌 출신자에 시민권을 주지 않는 중국 정부의 자세를 비판했다. 이 학자는 “중국 정부는 인도의 뉴델리나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루처럼 슬럼가가 생겨나 사회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는 도쿄(東京)와 서울처럼 급속한 인구유입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과 한국의 경험을 통해 배우려는 열성적인 중국인 학자의 자세가 느껴졌다.

마지막 대담자는 중국 사회에 현재 사람들의 마음을 결집시키는 원리가 없다면서 “유교의 국교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주장을 펼쳤다. “공산주의는 살상을 용인하는 사상이지만 유교는 그렇게 과격한 사상이 아니다. 모럴(도덕)을 잃은 공산당원들이야말로, 정치를 하기 위해 유교부터 공부를 해야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며 ‘시계침을 1세기 전으로 되돌리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되는 것은 아마도 나뿐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흥미로운 발언들을 들으면서 필자도 대담을 면밀히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가 발표한 논문을 정독하고 대담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때로는 상대의 말에 납득을 하고, 때로는 상대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대회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 대담들이 내게 유익했던 것은, 이쪽도 상대에게 무언가 정보를 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저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신경을 썼던 포인트는 어학이었다. 상대가 편하게 대화할 수 있으려면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한 대로 대화가 되지 않아, 대담이 부드럽게 진행될 수 없다. 대담의 재미를 알게 된 지금은 ‘한국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시리즈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최대 장애물은 내 한국어 실력이다. 중국어는 대담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만 한국어는 ‘받침’이라는 발음상의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이 글도, 문화일보의 유능한 기자들이 한글로 번역을 해주고 있어 가능한 형편이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한국인 유학생 부인에게 한글 쓰는 법을 배웠고 중국 유학 중에는 조선족 여학생들에게 한글 읽는 법을 배웠으나 아직도 힘들다. 요즘도 매일 신승훈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도 한국어가 능숙해지지 않는 것은, 어학을 공부하기엔 이미 늦은 나이가 돼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1년의 계획은 새해 첫날에 달렸다”고들 한다. 연초에는 그 해의 포부를 이야기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는데, 올해야말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그러려면 여러가지 일을 좀 접어두고 어학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소노다 시게토 / 와세다대학원 동아시아태평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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