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마켓플레이스 CEO존 도너휴지금처럼 눈 깜짝할 사이 모든 게 변해버리는 초고속 사회에서 혁신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이 빠른 속도로 바뀌는 배경 속에 머물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같은 속도로 끊임없이 달려야 하듯이 우리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변화해야 하기 때문. 소비자의 입맛을 발빠르게 포착해야 하는 기업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아마도 모범 답안 중 하나는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업체 이베이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베이 마켓플레이스 최고경영자(CEO) 존 도너휴(46·사진) 회장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 혁신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이베이 본사에서는 지금 조그만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도너휴 회장이 전직원에게 더이상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 이 때문에 3월부터 이베이 직원들은 2005년 인수한 자회사 인터넷전화서비스 스카이페(Skype)만을 이용해야 한다. 도너휴 회장은 또 기술팀과 마케팅팀 등 분야별로 나눠져 있던 직원들의 자리도 직무와 관계없이 함께 어울리도록 재배치할 계획이어서 지금 직원들은 짐을 정리하고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전했다.

이것이 바로 도너휴 회장의 ‘패턴 깨기(breaking patterns)’ 리더십의 요체. 작은 것에서 출발, 대대적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전략인 셈이다. 도너휴 회장도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패턴 깨기’의 열성 팬”이라고 말했다.

너무나 소소해 보이는 이런 변화가 축적되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2005년 3월 취임한 도너휴 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베이의 간판 쇼핑몰 마켓플레이스가 지난해 이베이 전체 수입의 70%를 내고, 순익은 오히려 전체 순익보다 더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법칙은 증명되고 있다. 멕 휘트먼(여·50) 이베이 회장도 한 인터뷰에서 도너휴에 대해 “우리 사업 모두가 잘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존이 이끄는 마켓플레이스는 우리 회사의 성공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부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 에너지와 근면성이 혁신을 뒷받침한다 = 그렇다면 도대체 도너휴의 ‘혁신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NYT는 매일 오전 4시30분에 일어나 오전 7시까지 회사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는 도너휴의 근면성에서 에너지의 근원을 찾았다. 다트머스대 학사와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도너휴는 194㎝의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책상에 앉아 매주 70시간씩 근무하는 ‘일벌레’로 유명하다. 도너휴가 이베이 직전에 20년간 근무한 베인&컴퍼니의 직장 동료였던 이베이 이사 토머스 티어니는 NYT에 “그는 회사 안내원에서부터 CEO까지 직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친근하게 대하며, 이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도너휴는 2005년 스카이페(26억달러)와 온라인티켓 매매사이트 스터브허브(3억700만달러), 쇼핑닷컴 등 주요 인터넷업체 인수에 성공했고, 올초에는 검색사이트 야후, 구글과 제휴를 맺고 대규모 온라인 광고를 이베이에 끌어오기도 했다.

도너휴가 올해 내건 이베이의 비전은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맞춤형 쇼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지난해 경영의 적으로 선언했던 ‘사기’와 각종 폐해를 지난 1월 고객을 위한 대대적인 피드백 시스템 구축을 끝으로 어느정도 진압하자마자 바로 새 목표를 세운 것. 도너휴는 “진정한 목표는 고객에게 새로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효율성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며, 효율성을 1%라도 끌어올리는 것은 수억달러를 버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휘트먼 회장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인 도너휴에게도 한가지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휘트먼 회장이 앞으로도 8~10년간 직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시사하면서 최정상의 목전에서 자칫 무릎을 꿇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바로 그것. 도너휴는 이 질문에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지금 일에 만족하고 있고 회장과 함께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고 NYT는 전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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