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후 200~300년 사이에 조선반도는 전후로 3개 국가가 건립되었다. 고구려는 반도 북부에 나라를 세웠고, 백제는 한강 하류 마한(馬韓)지역에서 흥기하였으며, 신라는 경주를 중심으로 하여 진한(辰韓) 지역에서 건국하여, 조선사상 ‘삼국시대’라고 한다.”
중국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인 ‘세계문화사’ 102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를 설명하면서 고구려를 ‘반도 북부’로 명기, 한반도 내에 국한시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진(秦)의 강역도’를 보면 장성이 한반도 지역까지 그려져 있으며, 2~3세기까지 한반도 중부 지역이 마치 중국의 영역이었던 것처럼 표시돼 있다.
말썽 많았던 중국의 소위 ‘동북공정’은 지난 2월말로 일단락됐다. 그렇다고 중국의 역사 공세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이제부터다. 동북공정에서 나온 연구결과들이 중국 역사 교과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훨씬 심각한 문제다. 역사 교과서란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학생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역사 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중·고교 때 배운 역사 지식은 어른이 돼서도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다른 어떤 역사서보다도 교과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은 최근 중국의 역사 교과서를 분석한 책 2종을 발간했다. ‘중국 역사 교과서의 한국 고대사 서술문제’와 ‘중국 역사 교과서의 민족·국가·영토 문제’가 그것이다. 이 책들에선 2005~2006년도 중국에서 발행된 중·고교 교과서 및 대학 역사교재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2002년 2월부터 추진됐던 중국 동북공정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교과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해부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거의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한반도 관련 기술이 동북공정의 연구결과를 반영하고 있었다. 한국 고대사 관련 기술을 아예 줄이거나 중국 중심의 역사관을 그대로 드러냈다. 심지어 대학 교재에선 동북공정식 역사 인식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중·고교 역사 교육을 담당하게 될 사범대학 역사계열 학생들의 교재인 ‘고교판 세계고대사’를 보자.
“대략 기원전 3세기에 개시하여 조선반도는 점차 금석병용시대를 거쳐 청동시대로 도달했고, 몇 개의 비교적 큰 부락연맹을 형성했다. 그 중남부에는 유명한 마한·변한과 진한의 삼한 부락연맹이 날로 강대해져 기원 3~4세기에는 두 개의 국가를 형성했다. 하나는 반도 서남부의 백제, 하나는 반도 동남부의 신라였다.”
김현숙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고조선·고구려·부여사를 완전히 제외하고, 금석병용시대→청동시대→삼한→백제·신라로 한국사의 발전과정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삼한에서 백제와 신라가 나왔고, 그 중 신라가 번영하여 조선반도를 통일한 것으로 서술해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에선 더욱이 “고구려는 당시 중국 동북의 소수민족 정권이었다”는 주석(213쪽 주1번)까지 달아 고구려사가 중국사임을 강조했다.
동북공정의 논리가 액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중국 역사 교과서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조선과 부여사를 중국 고대사에 포함하거나 아예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발해 역시 당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당의 일원’으로 서술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동북공정의 연구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우리는 ‘뭘 하고 있느냐’며 정부와 학계, 언론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선 관련 연구를 진척시켜 왔으며, 이번에 중국 역사교과서 분석이 나온 것도 그 중 하나다. 문제는 정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김영번 문화부 차장]] zerokim@munhwa.com
중국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인 ‘세계문화사’ 102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를 설명하면서 고구려를 ‘반도 북부’로 명기, 한반도 내에 국한시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진(秦)의 강역도’를 보면 장성이 한반도 지역까지 그려져 있으며, 2~3세기까지 한반도 중부 지역이 마치 중국의 영역이었던 것처럼 표시돼 있다.
말썽 많았던 중국의 소위 ‘동북공정’은 지난 2월말로 일단락됐다. 그렇다고 중국의 역사 공세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이제부터다. 동북공정에서 나온 연구결과들이 중국 역사 교과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훨씬 심각한 문제다. 역사 교과서란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학생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역사 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중·고교 때 배운 역사 지식은 어른이 돼서도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다른 어떤 역사서보다도 교과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은 최근 중국의 역사 교과서를 분석한 책 2종을 발간했다. ‘중국 역사 교과서의 한국 고대사 서술문제’와 ‘중국 역사 교과서의 민족·국가·영토 문제’가 그것이다. 이 책들에선 2005~2006년도 중국에서 발행된 중·고교 교과서 및 대학 역사교재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2002년 2월부터 추진됐던 중국 동북공정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교과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해부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거의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한반도 관련 기술이 동북공정의 연구결과를 반영하고 있었다. 한국 고대사 관련 기술을 아예 줄이거나 중국 중심의 역사관을 그대로 드러냈다. 심지어 대학 교재에선 동북공정식 역사 인식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중·고교 역사 교육을 담당하게 될 사범대학 역사계열 학생들의 교재인 ‘고교판 세계고대사’를 보자.
“대략 기원전 3세기에 개시하여 조선반도는 점차 금석병용시대를 거쳐 청동시대로 도달했고, 몇 개의 비교적 큰 부락연맹을 형성했다. 그 중남부에는 유명한 마한·변한과 진한의 삼한 부락연맹이 날로 강대해져 기원 3~4세기에는 두 개의 국가를 형성했다. 하나는 반도 서남부의 백제, 하나는 반도 동남부의 신라였다.”
김현숙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고조선·고구려·부여사를 완전히 제외하고, 금석병용시대→청동시대→삼한→백제·신라로 한국사의 발전과정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삼한에서 백제와 신라가 나왔고, 그 중 신라가 번영하여 조선반도를 통일한 것으로 서술해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에선 더욱이 “고구려는 당시 중국 동북의 소수민족 정권이었다”는 주석(213쪽 주1번)까지 달아 고구려사가 중국사임을 강조했다.
동북공정의 논리가 액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중국 역사 교과서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조선과 부여사를 중국 고대사에 포함하거나 아예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발해 역시 당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당의 일원’으로 서술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동북공정의 연구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우리는 ‘뭘 하고 있느냐’며 정부와 학계, 언론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선 관련 연구를 진척시켜 왔으며, 이번에 중국 역사교과서 분석이 나온 것도 그 중 하나다. 문제는 정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김영번 문화부 차장]]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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