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회 베니스 비엔날레 내일 개막
볼거리들로 난장(亂場)처럼 분주하던 베니스비엔날레가 미술관 기획전처럼 차분해졌다. 컴컴한 방의 비디오쇼 위주에서 현대미술 대가의 회화나 전쟁 폭력의 문제를 경고하는 사진 같은 평면작업이 강세다.
2년 마다 열리는 세계 현대미술의 축제 베니스비엔날레가 8일 사전행사를 통해 2007년 52회 비엔날레의 모습을 드러냈다. 베니스 동쪽 지아르디니공원과 옛 선착장을 개조한 아르세날레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에 출품한 국가는 모두 76개국.
예일대 미대 학장이자 필라델피아 미술관 큐레이터 로버트 스토르가 미국인으론 처음으로 총감독을 맡은 이번 전시의 주제는 ‘감각적으로 생각하기-마음으로 느끼기-현재 시제의 미술’. 스토르는 참여 작가및 국가에서 다양성을 추구, 아르세날레관에 아프리카현대미술전을 기획하는 한편 터키관을 신설했다. 또한 올해 황금사자상 공로상 수상자로 아프리카 말리의 말릭 시디베(71)를 선정, 10일 개막식에서 시상한다.
#현대미술 대가들의 경연 = 지아르디니공원 국가관에 자리잡은 이탈리아관은 거장의 작품들로 특히 관심이 쏠렸다. 현재 세계미술시장 최상위의 독일 작가 지그마르 폴케의 청동색 대형그림과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지워버린 듯한 그림이 4개 벽면을 가득 채웠고, 솔 르윗의 낙서같은 연필 벽화는 미국관 작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황금색 문장식및 거울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청색 가로 세로줄이 교차하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74장의 종이드로잉, 제니 홀처의 작업노트도 눈길을 모았다. 전시총감독 로버트 스토르 기획의 이번 전시에선 예년에 비해 로버트 라이만의 흰 단색계열의 그림과, 기하학적 선이 이뤄내는 엘스워스 켈리의 색면등 미니멀계열의 작품들이 두드러졌다.
#전쟁-폭력의 고발, 아프리카의 발견 =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선 입구 전시작인 화염이 타오르는듯한 찰즈 게인즈의 그림등 전쟁과 폭력의 실태와 위험성을 일깨운 작품이 많았다. 이라크 아프간에서 사망한 미군의 사진을 연필과 펜으로 재현한 에밀리 프린스의 벽화 외에, 닐 하먼의 사진은 1917년 독일병사, 1975년 베트남파병 미군을 담았다. 가브리엘레 바실리코의 ‘베이루트 1991’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베이루트의 도시사진이다.
#아프리카의 소리 = 공로상 수상자 말리의 말릭 시디베는 헤드폰으로 아프리카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인들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장에 소개된 유일한 만화가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파우스틴 티티와 카메룬 출신 이움 응가우에의 작품이다.
#기획전속 한국 = 국가관이외의 기획전에 참여한 아시아국가는 중국 일본뿐. 한국 작가는 예년과 달리 한국관에만 출품했다. 다만 10개 국가별로 ‘나는 죽을 거야’라고 말하는 모습을 담은 중국작가 양젱총의 영상작품에 서울사람들이 등장하며, 일본 작가 요미타 도모코가 특수분쟁지역을 촬영한 사진작품중 ‘파주에서 본 개성’이 다뤄졌다.
#이형구의 한국관 = 투명한 유리헬멧속으로 눈과 입이 유난히 커보이는 얼굴사진이 입구에 붙어있다. 어두컴컴한 내부의 첫 전시품은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착안한 개와 고양이가 쫓고 쫓기는 장면의 형상을 뼈다귀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어 자연사박물관처럼 각종 뼈조각과 관련자료들이 전시중인 반원형 공간을 지나면, 온통 희게 칠해진 전시장에 헬멧 등 신체에 쓰거나 부착하는 각종 도구들이 놓여있다. 옆방에선 작가가 베니스에서 진행한 5분19초 길이의 퍼포먼스 비디오가 상영중이다. 한국관 대표작가 이형구씨는 “미국 유학시절 왜소한 동양남자로서 콤플렉스를 느꼈다”며 신체 일부가 확대돼 보이도록 유리 등으로 각종 기구를 만든 ‘오브젝추얼스’시리즈와 관상학의 시각을 반영한 뼈다귀 조형물 ‘아니마투스’시리즈들이다.
#비엔날레밖의 대가전 =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해변없는 바다’가 산마르코광장 인근 산갈로 교회에서 비엔날레와 동시에 개막했다. 한편 한국작가 이우환 전시도 팔루보포사티궁에서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