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건설 영웅과 창조 주역-③기술개발의 주인공 “독도 해저도시, 남대문지구 지하공간 개발, 한·일 수중 투명터널….”
지난 1997년 대한건설협회가 ‘한국건설 반세기’를 반추하면서 그렸던 한국 건설 기술의 미래다.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올 가상현실로 여겨질지 몰라도 한국 건설역사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었다. 1945년 해방 당시 국내에는 건설 기술이라고 여길 그 어떤 것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삽과 망치, 손으로 철로를 놓고 시멘트를 비벼 교량을 건설했다. 60여년이 흐른 현재의 한국 건설업체들은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고, 해저 터널을 뚫고, 세계 최대 플랜트를 건설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세계 건설사에서 빛나는 신기술로 난관을 뚫으며 미래를 향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대림산업의 서해대교 주탑 케이블 연결공사는 한국 교량건설의 기술발전을 상징하는 백미로 손꼽힌다. 전체길이 7310m 중 주탑 사이의 990m 구간을 케이블로 이어야 했다. 엄청난 무게의 케이블을 들어올려 63빌딩 높이의 주탑에 연결시켜야 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모든 작업이 물거품으로 끝난다. 최대 9.3m에 달하는 조수간만, 최고 25.7m가 넘는 초당 풍속, 최대 초속 2.3m의 유속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가운데 근로자들은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하지만 주탑을 수심 22m의 견고한 해저암반 위에 세웠고 한치의 오차없이 케이블을 연결했다.
2000년 11월10일 서해대교 개통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긴 다리를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은 우리 교량기술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쾌거”라고 말했다. 기념식장의 VIP 좌석에는 없었지만 당시의 주인공은 대림산업 근로자들과 기술진이었다. 1993년 11월에 공사를 시작해 꼬박 7년을 바닷물과 해풍에 맞서 싸웠다.
경기 용인시 기흥읍 공세리 삼성기술연구소. 이곳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전세계 곳곳에서 짓는 초고층 빌딩의 ‘비밀’이 숨어 있다. 삼성건설은 세계 최고층인 버즈 두바이(800m 160층) 시공과정에서 두 가지 난제에 부딪혔다. 하나는 콘크리트가 굳는 속도고 다른 하나는 건물 기울기다. 빌딩 높이가 800m에 이르다 보니 지상에서 배합한 콘크리트를 고층부로 옮기는 사이 굳어져 쓸모 없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엄청난 무게의 콘크리트를 빨리 옮겨야 했다. 연구소 엔지니어들은 거대한 초대용량 유압 콘크리트 펌프를 제작했다. 지상에서 580m 높이로 밀어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빌딩 기울기 측량은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 추적 시스템을 활용했다. 인공위성으로 건물이 비뚤어지지 않도록 수직도와 수평도를 측량하면서 한층 한층을 쌓아올렸다.
현대건설은 올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강도였던 180메가파스칼(㎫·1㎫은 1㎠당 1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보다 더 단단하고 견고한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강도는 200㎫로 바둑판 4개 정도인 1㎡ 면적에서 2만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웬만한 항공모함 한척을 올려 놓아도 끄떡없는 강도다.
조윤구 현대건설 기술연구소 차장은 “초고층 빌딩이나 특수 해양 구조물 공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며 “이만한 강도가 필요한 구조물이 지구상에는 아직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국내 최초의 침매터널인 경남 통영의 거가대교를 건설하면서 침수가능성이 0%, 100% 방수함체, 철근 부식화율 10% 미만의 고난도 선진기술을 접목시켰다.
GS건설은 편도 4차로터널로 세계에서 가장 긴 경기 양주 장흥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을 만들면서 노르웨이, 일본 등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상·하부를 동시에 굴착하는 롱벤치(Long Bench)공법을 도입, 공기를 6개월이나 앞당겼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부장은 “한국 건설업체들은 6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다”며 “세계 정상의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설계기술 부분 등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지난 1997년 대한건설협회가 ‘한국건설 반세기’를 반추하면서 그렸던 한국 건설 기술의 미래다.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올 가상현실로 여겨질지 몰라도 한국 건설역사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었다. 1945년 해방 당시 국내에는 건설 기술이라고 여길 그 어떤 것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삽과 망치, 손으로 철로를 놓고 시멘트를 비벼 교량을 건설했다. 60여년이 흐른 현재의 한국 건설업체들은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고, 해저 터널을 뚫고, 세계 최대 플랜트를 건설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세계 건설사에서 빛나는 신기술로 난관을 뚫으며 미래를 향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대림산업의 서해대교 주탑 케이블 연결공사는 한국 교량건설의 기술발전을 상징하는 백미로 손꼽힌다. 전체길이 7310m 중 주탑 사이의 990m 구간을 케이블로 이어야 했다. 엄청난 무게의 케이블을 들어올려 63빌딩 높이의 주탑에 연결시켜야 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모든 작업이 물거품으로 끝난다. 최대 9.3m에 달하는 조수간만, 최고 25.7m가 넘는 초당 풍속, 최대 초속 2.3m의 유속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가운데 근로자들은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하지만 주탑을 수심 22m의 견고한 해저암반 위에 세웠고 한치의 오차없이 케이블을 연결했다.
2000년 11월10일 서해대교 개통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긴 다리를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은 우리 교량기술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쾌거”라고 말했다. 기념식장의 VIP 좌석에는 없었지만 당시의 주인공은 대림산업 근로자들과 기술진이었다. 1993년 11월에 공사를 시작해 꼬박 7년을 바닷물과 해풍에 맞서 싸웠다.
경기 용인시 기흥읍 공세리 삼성기술연구소. 이곳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전세계 곳곳에서 짓는 초고층 빌딩의 ‘비밀’이 숨어 있다. 삼성건설은 세계 최고층인 버즈 두바이(800m 160층) 시공과정에서 두 가지 난제에 부딪혔다. 하나는 콘크리트가 굳는 속도고 다른 하나는 건물 기울기다. 빌딩 높이가 800m에 이르다 보니 지상에서 배합한 콘크리트를 고층부로 옮기는 사이 굳어져 쓸모 없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엄청난 무게의 콘크리트를 빨리 옮겨야 했다. 연구소 엔지니어들은 거대한 초대용량 유압 콘크리트 펌프를 제작했다. 지상에서 580m 높이로 밀어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빌딩 기울기 측량은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 추적 시스템을 활용했다. 인공위성으로 건물이 비뚤어지지 않도록 수직도와 수평도를 측량하면서 한층 한층을 쌓아올렸다.
현대건설은 올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강도였던 180메가파스칼(㎫·1㎫은 1㎠당 1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보다 더 단단하고 견고한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강도는 200㎫로 바둑판 4개 정도인 1㎡ 면적에서 2만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웬만한 항공모함 한척을 올려 놓아도 끄떡없는 강도다.
조윤구 현대건설 기술연구소 차장은 “초고층 빌딩이나 특수 해양 구조물 공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며 “이만한 강도가 필요한 구조물이 지구상에는 아직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국내 최초의 침매터널인 경남 통영의 거가대교를 건설하면서 침수가능성이 0%, 100% 방수함체, 철근 부식화율 10% 미만의 고난도 선진기술을 접목시켰다.
GS건설은 편도 4차로터널로 세계에서 가장 긴 경기 양주 장흥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을 만들면서 노르웨이, 일본 등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상·하부를 동시에 굴착하는 롱벤치(Long Bench)공법을 도입, 공기를 6개월이나 앞당겼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부장은 “한국 건설업체들은 6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다”며 “세계 정상의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설계기술 부분 등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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