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야마 日변호사연합회 회장, 서울방문서 밝혀 일본 변호사들의 전국 단체인 일본변호사연합회(日弁連·일변연) 회장이 과거사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뜻을 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일변연은 또 일본이 헌법 개정을 통해 군비를 확장하고 재무장하려는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 평화헌법 9조를 사수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어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 단체의 이같은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히라야마 세이고(平山正剛·73) 일변연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진강)와의 제21회 정례교류회에 참석,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과거사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히라야마 회장은 이틀에 걸쳐 열린 공식 행사때마다 과거사 사죄를 거듭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히라야마 일변연 회장은 또 “지난해 일변연 회장 선거에서 평화헌법 9조 수호 등 헌법의 평화이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며 “일본의 변호사들은 적극적으로 평화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여러차례에 걸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라야마 회장이 한·일 변호사 단체 정례교류회에서 변호사 업계의 현안 대신 일본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정치적 주장을 거듭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두 형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히라야마 회장은 평소 ‘강자가 무력으로 지배하는 세상은 위험하다’는 소신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누군가 강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최선의 선택으로 헌법을 만들었다면 100년 동안 개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등 법률가로서 헌법의 의미를 일깨우는 데 앞장서 왔다.

그는 일본 지식인 사회 원로급에서 ‘체험적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며 과거사 사과 및 평화헌법 수호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개헌 노선을 표방한 아베 정권이 최근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차기 총리에도 개헌론자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떠오르는 등 일본 정계는 개헌을 앞세운 우파 일색이다.

정혜승기자 hsje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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