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책임은 대부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있지만, 그로 인한 피해의 직격탄은 바로 해양에 위치한 섬나라 등 저개발국들이 맞고 있다. 이른바 ‘기후변화의 역설’이 존재하는 셈이다.
문화일보가 특별기획 ‘기후변화 최전선을 가다’를 위해 찾은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피해국이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이 최대 취약국가로 꼽은 이 나라는 이르면 50년 안에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우기가 최고점에 이른 지난 2월 투발루의 해수면은 최대 3.48m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연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5.5㎜.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50~60년 뒤에는 섬이 사라질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한다. 해수면 상승과 잦은 사이클론으로 해안 침식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순 투발루에서 만난 타발라 카테아(33) 기상청장은 “내가 열살 때만 해도 너비가 5~6m 되는 바닷가에서 놀았는데, 지금은 너비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면서 “지난 2월에는 기상청 사무실도 물에 잠겼고, 직원들과 함께 일종의 기념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인 투발루 명예영사 이프티카르 아야즈 박사도 지난 5월 호주 A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투발루는 빠르면 2040년, 또는 2050년 대부분 물에 잠길 것이고, 다음 세기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발루는 전세계 최초의 ‘기후 난민’국가다. 지금까지 뉴질랜드로 이주한 투발루 난민은 3000여명에 달하며, 양국 정부는 매년 75명을 이민 보내기로 합의한 상태다. 전쟁과 폭력이 아닌 기후변화로 ‘나라 잃는 설움’에 처하게 된 것이다.
투발루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에 속하지만, 아시아에서 유사한 상황에 처한 국가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무이낙 인근의 아랄해는 기후변화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는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매년 홍수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홍수에 따른 산사태로 100여명이 숨졌고, ‘벵골 호랑이’는 멸종 직전이다. 울창한 열대삼림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보루네오섬 역시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지역 중 한곳이며, 중국 내몽골의 사막화와 황사 현상은 이제 우리에게도 낯익은 주제다.
문화일보는 투발루를 포함, 아시아 5개국에서 목격한 기후변화의 피해현장을 생생히 묘사하는 기획 기사를 9차례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신음하는 아시아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인류 공통의 의무이다. 한국도 조만간 기후변화의 부메랑을 맞을지 모른다.
푸나푸티(투발루) =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
후원:한국언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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