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국회를 눈뜬 장님으로 아는가?”

29일 다급해진 국방부의 요청으로 열린 국회국방위의 내년도 국방부 세입세출 예산안 심의 자리에서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의 호통이 터져나왔다. 군 간부 인건비 증액분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날 출석한 김영룡 국방차관 등 군 간부들은 의원들의 집중포화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날 심의자리는 국방부가 일단 간부들 진급부터 시켜놓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군 간부 인건비 증액분 114억원을 통과시키려다 국방부 전체회의에서 삭감당하자 예산을 통과시켜달라고 통사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국방부는 인건비 증액분이 ‘과거처럼’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미 간부 386명을 진급시키거나 증원시킨 뒤였다. 그러나 지난 10월10일 문화일보의 ‘2012년까지 장교 1420명 증원’보도가 나간 뒤 의원들이 증원계획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급기야 예산이 삭감됐고 국방부는 좌불안석이 됐다. 의원들은 특히 국방부의 간부 증원 계획 자체에 문제가 있고, 더구나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육군 장교를 계속 감축해야 하는데도 2012년까지 540명이나 늘리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송자 의원도 “국방부의 예산확보 자세가 오만하고 안이하다”며 “예산확보도 안됐는데 진급시켜 사고 쳐놓고, 전쟁도 그런 식으로 하느냐”며 거들고 나섰다. 김학송 의원은 “국방부가 장교 진급까지 다 시키고, 그러고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국회더러 수습해달라는 것은 국회를 요식행위나 허수아비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방부의 ‘선 진급(또는 임용) 후 예산’ 관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군전임교수와 관련해 40명을 미리 뽑아놓고 나서 기획예산처에 예산을 요구한 적이 있고, 올해도 워게임 교관 증원에 앞서 사람부터 뽑아놓고 예산을 요구해 말썽을 빚은 적이 있다. 국방부의 국회 예산의결심의권을 무시해온 그동안의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국방부 혼자 인심 쓸 것 다쓰고 나서 밀어붙이는 건 순리를 역행하는 행동’이라는 의원들의 지적을 국방부는 곰곰 곱씹어볼 일이다.

정충신 사회부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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