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재난지역 선포 검토”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반도 일대 연안에서 대규모 환경재앙이 현실화하고 있다.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로 형성된 거대한 기름띠가 예상보다 빠르고 넓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확산된 기름띠는 이곳의 조수간만차와 빠른 조류를 타고 10일 오전 8시 현재 위로는 경기만 남단과 아래로는 안면도남단까지 번지고 있어 중부 서해안 전체에 오염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10일 충남 태안 앞바다를 비롯한 피해 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의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방문길에 오르기 앞서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재난지역 선포를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사고 현장에 내려가 상황을 살펴보고 법률적인 부분을 적극 검토해 재난지역 선포가 가능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사고 피해 수습 지원을 위한 국회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충남도와 해경에 따르면 유출된 원유는 사고 4일째를 맞는 10일 오전 7시 현재 사고 지점 남방 30㎞, 북방 20㎞ 해상까지 퍼졌고, 태안군 이원면과 원북원, 소원면, 근흥면을 잇는 해안선 150㎞가 기름으로 뒤덮인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이원면 등 4개면 82개 어장 2100㏊와 만리포·신두리 등 6개 해수욕장 221㏊가 오염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신두리 등에서는 일부 잠수성 철새류의 폐사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충남도는 수일내로 기름띠가 태안군 연안은 물론 인근 서산·당진·보령 등 충남 전체 연안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김·굴·바지락·전복·해삼 등 양식어장 445곳 5647㏊ 가운데 250곳 3571㏊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경측은 “기름띠가 썰물과 함께 외해로 빠졌다가 면적을 2~3배로 키워 밀물때 다시 해안으로 들어오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안면도 남단 근해까지 엷은 기름막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민·관·군 합동 방재작업이 나흘째 계속되고 있으나 지휘체계와 방재기자재 부족으로 피해어민들은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해경 등은 10일 방제정 등 선박 138척과 헬기 5대, 인력 8000여명을 투입해 방재작업을 재개했으나 장화, 장갑 등 기본장비는 물론 흡착포 등 방재장비가 현장에 제때 공급되지 않아 자원봉사에 나선 군인 등이 그냥 돌아가는 사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태안 = 김창희기자 c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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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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