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지식의 지평’- 대학과 사회 특집 다뤄 한국사회에서 대학이 끼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대한민국호’가 전반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짓기도 하고,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가부 간 판단을 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며, 특히 입시를 둘러싸고 전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한국사회의 주요 구성요인인 대학이 과연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에서는 보다 효율성이 높은 인재를 길러낼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학계에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식인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학이 과연 어떤 방향을 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해 최근 출간된 학술지 ‘지식의 지평’(한국학술협의회 편, 아카넷) 3호에선 ‘대학과 사회’라는 주제 하에 기획특집을 다루고 있다. 주요 논문의 요지를 소개한다.
◆학부대학과 전문 대학원의 분리 필요 = 김광억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 개혁 방안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강구되어 왔음에도 오늘날 심각히 제기되는 까닭은 개혁이 그동안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김 교수는 권두논문 ‘대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작은 생각’을 통해 이 같이 밝히고 그 원인으로 “대학의 비정상적인 발전 과정이 낳은 태생적인 한계와 대학의 노력에 대한 사회적 지원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탈식민지 상황과, 분단과 전쟁이 남긴 폐허 속에서 인력의 급조가 요구됐고 이에 따라 대학들이 질적인 내실화를 갖추지 못한 채 양산됐다는 것. 또한 평준화 정책은 중등 교육에서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낳음으로써 질적으로 퇴행을 거듭했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학원의 난립 및 양산과 대학원에서의 교육 및 연구의 낙후된 수준”이라며 “학부에서의 기초 교육이 충실하지 못하므로 대학원의 교육은 기초부터 다시 하거나 학부 수준과 별 차이가 없이 진행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지식 기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학은 전문화를 추구해야 하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 받아야 한다”며 “탄탄한 기초 교육을 시키는 학부대학과 고도의 연구 능력을 개발하는 대학원 대학의 전문화가 절실하다”고 결론내렸다.
◆‘유니버시티’에서 ‘인터버시티’로 = 이진우 계명대 총장은 21세기 대학의 이념을 ‘인터버시티’로 설정했다. 이 총장은 ‘대학 이념을 다시 생각한다’는 제목의 수록문에서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고, 위기의 현상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겠지만 대학의 상업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대학의 시장화는 일차적으로 고등 교육의 대중화와 직결된다. 우리의 고등 교육은 해당 연령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등 교육 재학생 비율이 15% 미만인 ‘엘리트형 단계’와 15∼50%인 ‘대중형 단계’를 거쳐 50% 이상인 ‘보편형 단계’로 접어든 지 이미 오래라는 것.
이 총장은 이어 “19세기 근대 대학의 모델이 되었던 ‘유니버시티(University)’, 20세기 학문의 분화를 지향하는 ‘멀티버시티(Multiversity)’, 그리고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의 ‘인터버시티(Interversity)’는 대학의 변천과정을 핵심적으로 보여준다”며 “처음의 두 모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델이지만, 세 번째 모델인 ‘인터버시티’는 21세기 고등 교육의 방향을 암시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밝혔다.
‘유니버시티’가 보편적 지식을 추구했다면 ‘멀티버시티’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했다. 이에 비해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는 근본적으로 세계화와 정보화, 그리고 다원화를 특징으로 한다. 이 총장은 “세계 경제에 의해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정보에 의해 학문적 지식과 삶의 지혜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고, 문화 다원주의에 의해 인류가 발전시킨 다양한 문화 ‘사이’의 충돌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대학은 이러한 ‘사이(Inter)’를 새롭게 구성하고 조직하고 체계화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공동체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21세기의 대학은 ‘인터버시티’여야 하며, 따라서 교양과 직업, 정신과 물질, 기술과 문화를 구별하지 않고 서로를 조화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이 총장은 결론 내렸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기업에서는 보다 효율성이 높은 인재를 길러낼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학계에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식인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학이 과연 어떤 방향을 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해 최근 출간된 학술지 ‘지식의 지평’(한국학술협의회 편, 아카넷) 3호에선 ‘대학과 사회’라는 주제 하에 기획특집을 다루고 있다. 주요 논문의 요지를 소개한다.
◆학부대학과 전문 대학원의 분리 필요 = 김광억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 개혁 방안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강구되어 왔음에도 오늘날 심각히 제기되는 까닭은 개혁이 그동안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김 교수는 권두논문 ‘대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작은 생각’을 통해 이 같이 밝히고 그 원인으로 “대학의 비정상적인 발전 과정이 낳은 태생적인 한계와 대학의 노력에 대한 사회적 지원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탈식민지 상황과, 분단과 전쟁이 남긴 폐허 속에서 인력의 급조가 요구됐고 이에 따라 대학들이 질적인 내실화를 갖추지 못한 채 양산됐다는 것. 또한 평준화 정책은 중등 교육에서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낳음으로써 질적으로 퇴행을 거듭했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학원의 난립 및 양산과 대학원에서의 교육 및 연구의 낙후된 수준”이라며 “학부에서의 기초 교육이 충실하지 못하므로 대학원의 교육은 기초부터 다시 하거나 학부 수준과 별 차이가 없이 진행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지식 기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학은 전문화를 추구해야 하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 받아야 한다”며 “탄탄한 기초 교육을 시키는 학부대학과 고도의 연구 능력을 개발하는 대학원 대학의 전문화가 절실하다”고 결론내렸다.
◆‘유니버시티’에서 ‘인터버시티’로 = 이진우 계명대 총장은 21세기 대학의 이념을 ‘인터버시티’로 설정했다. 이 총장은 ‘대학 이념을 다시 생각한다’는 제목의 수록문에서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고, 위기의 현상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겠지만 대학의 상업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대학의 시장화는 일차적으로 고등 교육의 대중화와 직결된다. 우리의 고등 교육은 해당 연령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등 교육 재학생 비율이 15% 미만인 ‘엘리트형 단계’와 15∼50%인 ‘대중형 단계’를 거쳐 50% 이상인 ‘보편형 단계’로 접어든 지 이미 오래라는 것.
이 총장은 이어 “19세기 근대 대학의 모델이 되었던 ‘유니버시티(University)’, 20세기 학문의 분화를 지향하는 ‘멀티버시티(Multiversity)’, 그리고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의 ‘인터버시티(Interversity)’는 대학의 변천과정을 핵심적으로 보여준다”며 “처음의 두 모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델이지만, 세 번째 모델인 ‘인터버시티’는 21세기 고등 교육의 방향을 암시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밝혔다.
‘유니버시티’가 보편적 지식을 추구했다면 ‘멀티버시티’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했다. 이에 비해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는 근본적으로 세계화와 정보화, 그리고 다원화를 특징으로 한다. 이 총장은 “세계 경제에 의해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정보에 의해 학문적 지식과 삶의 지혜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고, 문화 다원주의에 의해 인류가 발전시킨 다양한 문화 ‘사이’의 충돌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대학은 이러한 ‘사이(Inter)’를 새롭게 구성하고 조직하고 체계화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공동체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21세기의 대학은 ‘인터버시티’여야 하며, 따라서 교양과 직업, 정신과 물질, 기술과 문화를 구별하지 않고 서로를 조화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이 총장은 결론 내렸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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