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개혁코드 인사… 민예총 약진‘개코’ 인사.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계 인사들이 ‘개혁 코드’ 인사를 줄여서 표현한 말이다.

노 정부 들어 문화권력 분야에서 가장 약진한 그룹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과 문화연대 출신이었다. 40년 가까이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가 장악했던 문화 권력은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노문모)에 관계한 민예총과 문화연대의 진보 인사들로 채워졌다.

출발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문모 출신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이창동씨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었다. 이어 민족문학작가회의 현기영 이사장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장으로, 민예총 김윤수 이사장이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민족음악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김철호씨가 국립국악원장으로 임명되자 문화예술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대학 국악과 교수 포럼’은 국립국악원장의 임용철회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연극계 인사들도 ‘연극인 100인 성명’을 내고 민예총 중심의 코드 인사에 맞섰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문화정책위원장이던 이영진씨가 문화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문화연대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이영욱씨가 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으로 임명된 것을 비롯, 국립민속박물관장, 문화재청장, 한국영상자료원장 등에도 민예총 인사들이 대거 진출했다.

KBS와 방송광고공사 사장에 한겨레 논설주간 출신의 정연주씨와 김근씨가 각각 임명되는 등 문화부 산하기관도 대부분 코드 인사로 채워졌다. 많은 논란과 물의도 빚었다. 오지철 전 문화부 차관이 인사청탁에 연루되어 사퇴했고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도 인사를 두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경질됐다. 특히 유진룡 전 차관이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거절하자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청와대 직원과 문화부 직원을 거쳐 “배 째 달라는 거죠? 째 드릴게요”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 비서관은 당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의 여동생 문재숙 교수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과정에서도 파열음이 새어나왔다.

문화 권력이 이동하면서 핵심 관심사인 돈의 흐름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명암이 가장 극명하게 갈린 곳은 예총과 민예총이었다. 10년 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설 당시 120만명의 회원을 포용하던 예총은 문화예술진흥원으로부터 5억8000만원의 지원을 받았다. 이에 비해 회원 10만명으로 당시 5000만원의 지원을 받던 민예총은 김대중 정부 막판 지원액을 3억5000만원으로 늘린 것에 이어 2004년 예총과 같은 5억8000만원을 받았다. 회원수와 규모에서 예총의 10분의 1도 안되던 민예총이 10년 만에 예총을 누르고 권력의 핵심이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온갖 반발과 잡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노 정부 5년의 문화계는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권력과 돈줄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발하는 보수 성향의 세력과 편가르기 및 싸움으로 지새운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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