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만여명이 국회 앞마당을 가득 채운 가운데 개최된 취임식은 ‘함께 가요 - 국민성공시대’라는 슬로건처럼 향후 5년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에 매진해 ‘선진화를 위한 전진’의 확실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을 축제의 무대로 구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국민을 섬기며 국민과 함께 하고 검소한 취임식이 되길 바란다”는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섬기는 정부’, ‘실용정부’의 의지가 행사 준비 곳곳에 반영됐다.
●…오전 10시53분 대통령 전용 승용차가 국회 정문 앞에 멈춰서자 양복 차림의 이명박 대통령과 한복 차림의 김윤옥 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이 대통령 부부는 내·외빈과 일반 국민 등 4만5000명의 뜨거운 기립박수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며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T자형 연단까지 200m가량을 걸어 들어갔다. 이때 국악 관현악, 서양 관현악, 합창이 어우러진 ‘신(新)수제천’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원래 ‘수제천’은 신라 때 만들어진 아악(雅樂)의 하나로 국가의 태평과 민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국악 지휘는 이상규 한양대 교수가, 양악 지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명훈씨가 각각 맡았다. 이어 이 대통령 부부가 연단에 도착하자 서울시립소년소녀합창단 소속의 우준범·성민희 어린이가 청사초롱을 들고 대통령 부부를 맞이해 연단 위 좌석으로 인도했다. 이때부터 역사적인 제17대 대통령 취임식 본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 부부가 자리에 앉자 관례대로 지금까지 취임식 사회를 맡아온 행정자치부 의전관이 개식 선언을 했고, 곧이어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시작됨을 알리는 팡파르가 장내에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이어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의 순서가 이어졌다. 애국가 제창은 당선인 부부를 맞았던 우준범·성민희 어린이가 대표로 나와 참석자 전원과 함께 합창했다. 국민의례가 끝나자 국무총리의 식사(式辭)가 뒤따랐고 참석자가 모두 기립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취임선서를 했다.
선서가 끝나자마자 21발의 예포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울려 퍼졌고 이 대통령은 3군 의장대와 군악대의 사열을 받았다. 이어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하기 위해 객석 부분인 T자 연단의 끝으로 이동했고 이 순간 연단 밑에서 연설단상이 무대 위로 솟아올랐다. 이 대통령은 25분 동안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향후 5년의 구상이 담긴 취임사를 차분하지만 힘이 담긴 목소리로 낭독했다. 연단에서 멀리 떨어진 참석자들을 위해 행사장 4곳에 대형 LCD 화면이 설치됐으며, 외국인들에게는 사전에 영문 연설문이 전달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내외빈을 소개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라보며 “5년 동안 고생하신 노무현 대통령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립시다”고 제안해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나자 정명훈씨가 지휘하고 연합합창단이 노래하는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가 9분 동안 연주되면서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단상에 앉은 내·외빈 인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 연단으로 내려와 이임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환송했다. 전·현직 대통령이 바통 터치를 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승용차에 탑승해 고향인 봉하마을로 출발하자 이 대통령 부부는 입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통로를 통해 국회 정문까지 걸어나왔다. 이때 참석자들은 박범훈 취임준비위원장이 작곡한 ‘시화연풍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미리 받은 빨강·파랑·노랑색 머플러를 흔들었다. 순간 아름다운 화합의 장엄한 물결이 연출되었다. 행사시작 1시간7분 만인 낮 12시5분쯤 이 대통령 부부가 차량을 타고 국회를 떠나자 사회자는 폐식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취임식 본행사 이후에도 분초 단위로 짜여진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국회 취임식 행사 직후 대통령 내외는 전용 대형 리무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국회를 출발한 직후 차량 덮개문을 열고 상반신을 드러낸 채 대통령을 연호하며 취임을 축하하는 연도의 시민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이 같은 장면은 전용 차량이 서강대교 남단을 지나갈 때까지 계속 연출됐다.
이후 대통령은 차량으로 마포대교를 지나 시청앞 서울광장으로 이동해 서울 시민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서울광장에는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함께 근무했던 시청 직원들과 근처 회사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광장으로 나와 산책 나온 시민들과 함께 신임 대통령의 등장을 환호로 맞았다. 서울광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조성한 것으로 서울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뒤이어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주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12시30분쯤 이 대통령 내외를 태운 전용차량이 분수대에 도착하자 주변을 가득 메운 300여명의 시민들은 현수막, 소형 태극기 등을 흔들며 환영했다. 주민 대표들은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증정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 내외가 차량에서 내려 환영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자 주민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지는 등 축제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날 낮 12시40분쯤 청와대에 도착,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오후에도 강행군을 이어간다. 각종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4시쯤 다시 자리를 여의도로 옮겨 국회 중앙홀에서 열린 경축연에 참가한다. 경축연에는 여야 대표, 국회의원, 주한 외교사절단 등 1000여명이 참석한다. 5년전 노무현 대통령 경축연에는 예정에 없던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해 눈길을 끈 바 있어 이날도 이 같은 의외의 상황이 연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후 이 대통령 내외는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빈 만찬에 참석한 뒤 세종문화회관 축하 공연을 잠시 관람한 뒤 청와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날 취임식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열린 식전행사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돋보이게 한다는 의미에서 국악 등 주로 전통문화를 강조하는 공연으로 채워졌다. 식전행사의 컨셉트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했던 ‘시화연풍(時和年豊·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으로 정했다. 그러나 한류를 상징하는 비보이 춤 공연, 세계 각국 타악기 연주 등을 가미, 글로벌 시대에도 맞는 문화행사를 지향했다.
특히 “경비가 많이 드는 행사는 가급적 피하라”는 대통령 뜻에 따라 에어쇼, 불꽃놀이 등 볼거리 위주 행사를 제외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예술단체도 자원봉사로 참가하게 해 출연진은 많지만 경비는 절약하는 식전행사로 꾸몄다.
●…국회에서 한창 취임식 식전행사가 진행중인 시간, 이 대통령은 두번째 대통령 공식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통상적으로는 현충원 참배가 첫 일정이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일하는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달력이 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자마자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 근무상황을 점검하고 남극 세종기지와도 통화해 현충원이 두번째 일정이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5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사저를 나서 경호용 방탄 차량을 타고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12월 20일 당선인 신분으로 현충원을 찾을 때는 방탄 차량을 마다하고 선거 때부터 타던 카니발 차량을 그냥 이용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에야 경호진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여 방탄 차량을 타기 시작했다.
10시 16분쯤 국립현충원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현충원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현충탑에 헌화·분향하고 묵념을 올렸다. 이날 현충원 참배에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 외에 류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 김인종 경호처장 내정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내정자 등 신 정부의 청와대 인사들이 함께 참석했다.
●…참배를 마친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국민을 섬기며 선진일류국가를 만드는 데 온 몸을 바치겠읍니다. 2008. 2. 25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썼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참배한 이 대통령 부부는 취임식용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10시 43분쯤 취임식장인 국회로 떠났다.
●…식전 행사는 국회 경내에 힘찬 북소리가 울려펴지면서 시작을 알렸다. 식전행사 오프닝 공연으로 ‘전 국민의 희망을 모아’라는 주제 아래 세계 각국의 타악기를 이용한 북소리 공연과 춤이 흥을 돋웠다. 타악연주가 최소리씨 등 80여명이 힘차게 북을 두드리면서 중앙무용단의 풍년 기원 북춤 ‘풍고(豊鼓)’가 어우러졌다. 식전행사의 두번째 단계는 ‘대한민국 비전을 세우며’라는 부제가 붙은 참석자 인터뷰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개그맨 김제동·김학도씨와 최원정 아나운서가 행사장 곳곳을 돌며 행사 참가자들의 기대와 소망을 들어보는 ‘희망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어 소리꾼 장사익씨와 국악연합합창단, 중앙무용단이 ‘어화시절 좋을시고’, ‘풍년가’ 공연을 펼쳤다.
‘새로운 미래를 열고’를 주제로 진행된 세번째 무대는 취임식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음악가 지박(본명 박지웅)이 작사·작곡한 ‘오늘 그리고 내일’ 공연 등으로 채워졌다. 테너 정의근씨와 소프라노 노선우씨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불렀다. 송포 세계타악 연주단의 전 세계 타악기 연주, 한울림 연희단과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 공연 등이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식전행사의 대미는 박범훈 취임준비위원장(중앙대 총장)이 직접 만든 ‘시화연풍 아리랑’ 대합창이 장식했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주제 아래 마지막 네번째 무대에서는 가수 김장훈씨의 취임 축가 ‘우리 기쁜 날’에 이어, 전 출연진이 함께 시화연풍 아리랑을 부른다. 박범훈 위원장은 “세계인이 공감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뜻에서 노래와 춤이 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시화연풍 가무극을 만들었다”며 “경제 살리기가 곧 연풍인 만큼, 가사 내용이나 음악도 풍년가 풍을 가미했다”고 말했다.
김성훈·권로미·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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