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 바란다- 예술계 “경제뿐 아니라 문화예술 정책에도 애정과 관심을 가져 달라.”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문화 정책에도 현안 해결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대중 문화계 인사들은 오랫동안 탤런트로 활동해 온 유인촌씨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에 기대감을 표하며 문화의 다양성과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과 대중문화인을 위한 복지 정책 등을 주문했다.

◆ 고은(시인) = 새 정부가 문화의 무덤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경제 광장만 넓히고 문화는 광장 기슭의 묘지로 밀쳐놓아서는 안된다. 문화 없이는 경제도 아무런 의미 없다. 모든 정부가 문화에 대한 화려한 구호로 장식한 채 출범했지만 구호대로 실천한 정부는 거의 없었다. 새 정부가 이런 역사를 깨주었으면 한다. 대운하는 국토에 칼질하고, 해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국민의 총의를 모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 김종규(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 문화가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진정한 문화강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박물관, 미술관 관람 문화를 길러줄 필요가 있다.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 이번 숭례문 화재에서도 부처간의 유기적인 공조가 절실하다는 것이 드러났듯이 문화는 어느 한 부처에서 전담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부서에서 유기적인 네트워크와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폭넓게 접근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박물관과 미술관도 하나의 문화전시 기관으로 보고 인위적인 구분은 없앴으면 한다.

◆ 이정원(한국출판인회의 회장·도서출판 들녘 대표) = 미래를 이끌어나갈 젊은이와 미래의 산업을 위해서라도 독서운동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대통령이 독서 운동에 앞장섰으면 좋겠다. 출판 분야 중에서는 인문 분야의 출판이 거의 죽어가다시피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달의 책’과 같이 출판·독서 관련 단체가 선정한 인문서적의 경우 전국의 도서관이 구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체제가 아쉽다. 이런 것들이 이뤄진다면 출판사들이 더 폭넓고 다양한 가치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최성이(한국발레협회 회장) = 무용계의 시급한 현안이 남성 무용수들의 병역 특례 문제다. 무용계의 발전을 위해 국제 콩쿠르에 입상한 무용수에게만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병역법 시행령 개정안의 시행을 유보하고, 국내 콩쿠르 입상자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줬던 기존 방식대로 재개정했으면 한다. 또 관람 인구가 부족한 무용 장르의 발전을 위해서도 힘써줬으면 좋겠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공연 제작 지원을 하면서, 문화 마케팅과 공연 후원 등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 박명성(서울연극협회장 겸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 세계 5대 문화강국의 꿈을 이루려면 문화의 근간이 되는 기초 예술 활성화가 우선이다. 기초예술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를 문화특별지구로 지정, 정부차원에서 관리하는 등 기초예술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기대한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 내정자는 문화 현장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여러 파벌로 갈라진 현 문화예술계를 통합할 수 있는 정책을 펴기 바란다.

◆ 심재명(MK픽처스 대표) = 문화 강국, 문화 선진국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는 한국 영화산업이 예전 정부들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출발한다. 눈에 확 띄는 개혁안을 발표해 거창한 변화의 틀을 만드는 것보다는 차분하게 한국 영화산업 내부의 문제점들을 정부 차원에서 진단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영화산업의 인프라, 시스템이 허술하다. 한국 영화산업에 현미경을 가까이 들이대 문제점을 진단하고 제대로 개선하려는 차분한 노력을 했으면 한다.

◆ 박중훈(영화배우) = 새 정부의 경제 제일주의로 문화, 혹은 대중문화가 희생될 수 있다. 문화는 도표와 지수로만 표시될 수 없는데 문화정책과 경제정책이 충돌했을 때 문화가 희생되지 않았으면 한다. 문화현장을 잘 아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모토를 실천할 것이라 믿는다. 문화 외적으로는 기득권층이 돌팔매를 맞았던 지난 정권과 달리 정당하게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줬으면 좋겠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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