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복 받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유쾌하고 예쁘고 멋진 그들과의 작업은 신나지 않을 때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은 일 중에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그들에게 도취되어 작업을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국가 중대사처럼 엄청난 공적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이라는 것이 크고 작은 것을 떠나 분명히 공과 사는 있는 것인데, 너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친숙해지기만 하면 인물 사진 작업이 일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가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사진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했을 만큼, 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지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을 좋아하는 계기가 되었고 사적인 관계로 발전했다. 커뮤니케이션을 동반하는 인물사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작가와 피사체 간에는 친할 수록 최종 이미지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아직도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촬영 당일에 모델과의 대화시간이 실제 촬영시간보다 훨씬 더 길어지기 일쑤다. 당장 어제의 경우에도 따뜻한 커피와 함께 촬영 전, 안성기 선생님과 김미숙씨와 나눈 오랜만의 따뜻한 대화가 실제 촬영시간보다도 훨씬 더 길었다. 하지만 그런 친숙함은 촬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작업시간도 줄일 수 있어서 결과는 오히려 모두가 만족할 만했다.

연예계를 통틀어서 내가 사적으로 친한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는 않다. 나의 경우에도 ‘형’이라고 부르는 사적인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는 겨우 김장훈이나 유오성, 이병헌 정도다. 대부분은 선생님이나 실장님이라는 통속적인 호칭으로 부른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친숙한 것보다는 ‘애정과 존경심’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짧은 시간에 친해지기는 사실 어렵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감정도 우여곡절을 겪고 난 뒤에야 친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정과 존경’의 마음은 처음 본 순간에도 가능하고 첫인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나이차나 다양함을 넘어서서 그런 애정과 존경의 마음만 있다면 아무리 처음 본 대상과의 작업에서도 깊이 있는 교감이 가능할 것이다.

선후배를 통틀어서 많은 연예인이 있지만, 마치 동생같이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배우 신현준을 들 수 있다. 함께 일할 때마다 느꼈지만 이상하게 가족 같은 배우다. 아마도 보기와는 달리 유난히 정이 많고 따뜻한 성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동생 같다는 의미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영원한 개구쟁이처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신현준의 얼굴은 누가 봐도 처음에는 강하고 날카롭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친해지고 나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그 커다란 코 아래 빙그레 웃는 미소 속에서 한없는 천진함과 낭만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일을 사랑하고 그 일 속에 파묻힌 신현준의 모습은 그야말로 자상하기 그지없는 얼굴이다. 철없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그의 말이 실감날 만큼 벌써 나이 마흔이 되었지만, 그래서 더 친근한 동생처럼 느껴지는 속 깊은 남자가 바로 신현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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