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극작가 신봉승 (75세)원로 극작가 신봉승(75)씨의 ‘건강관’은 조금 유별나다.

“어떻게 보면 ‘야만’이죠. 평생 종합검진 한번 안 받아 보았으니까요. 그렇다고 특별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예전부터 시간이 아까워서 운동을 안 했어요. 서울시내 한 호텔 헬스회원권이 있는데 20여년 다니면서도 기구 한번 만져본 적이 없어요. 그냥 목욕탕만 이용합니다.”

서울 인사동의 ‘역사문학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신씨에게 건강관리 비결을 묻자 대뜸 그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신씨는 건강해 보였다. 표정과 자세에 흐트러짐이 전혀 없었고, 논리정연한 말투에서도 도무지 나이를 짐작키 어려웠다.

신씨는 TV 장편 사극 ‘조선왕조 500년’의 작가로 유명한 방송 작가다. 그는 방대한 ‘조선왕조실록’ 원본을 10년간 통독하고 나서 1980년대 대하 역사드라마 ‘조선왕조 500년’의 극본을 썼다. 또 이를 48권으로 출간한 역사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신씨의 이름은 TV 브라운관 자막에 뜨지 않는다. 방영 중인 사극의 극본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의 일정이 한가하게 돌아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참 건강과 관련해 제 강연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이틀에 한 번 꼴로 강연 초청을 받습니다. 강연장에서 2시간 이상 서서 청중들에게 얘기합니다. 강연 중엔 물도 한 모금 안 마십니다. 보통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죠. 그리고 강연 끝나면 ‘오늘도 내 건강진단은 합격’이구나 생각합니다.”

신씨의 강연 주제는 ‘역사’다. 그는 “며칠 전에도 삼성전자에서 ‘청년 세종의 리더십’에 관해 강연했다”고 말했다. “세종시대만 제대로 알면 대한민국을 21세계 세계 최강의 국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새 정부의 시정방향도 세종실록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세종은 인류역사 이래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이 대목에서 세종의 건강관이 궁금해졌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할 무렵인 48세에 이미 당뇨 말기로 실명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또 그 무렵 등 옆구리에 큰 창이 있어서 하루 저녁 고름이 한 홉 반 나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몸을 이끌고도 경연에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맡은 일을 완성하기 위해 몸을 희생한 것입니다.”

요지는 ‘세종이 시간이 아까워 몸을 돌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문득 호텔 헬스 회원권을 예로 들며 말했던 그의 건강관이 겹쳐졌다. 신씨는 건강에 대한 생각에서도 세종을 닮고 싶은 것일까. 신씨는 요즘 비록 ‘방송 일’은 쉬고 있지만 대본은 계속 쓰고 있다.

“세조시대를 다룬 ‘난세의 칼’이라는 드라마입니다. 100회 방영 드라마로 1회 분량이 A4 용지로 45장입니다. 매주 2회분씩 쓰고 있고 현재 25회 분량이 완성돼 있습니다. 아직 어느 방송국과도 계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완성도를 높이고 제작비도 줄이기 위해선 사전전작제(방영 전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가 필수적이고, 따라서 대본도 모두 완성돼 있어야 합니다. 매일 녹화 임박해 대본 완성하는 후배작가들 보면 안타까워요. 그러다 진짜 건강까지 망가뜨리죠.”

5일 집중해서 일… 2일은 스트레스 해소

신봉승씨는 굳이 자신의 건강비결을 꼽는다면 ‘숙면’과 ‘걷기’라고 했다.

그는 “밤 12시쯤 잠들어 아침 7시쯤 일어나는데 이 시간 동안은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 깊이 푹 잔다”고 말했다.

또 “가능한 한 많이 걷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하루에 보통 5000보 정도 걷는다. 음주 흡연과 관련, 신씨는 “50대까지만 해도 ‘앉은 자리에서 폭탄주 18잔에 하루 담배 3갑’이 기본이었다”며 “그 무렵 마시고 피울 분량을 다 채웠는지 10여년 전 담배도 끊고 주량도 소주 3잔 정도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씨는 “시간에 쫓기며 사는 방송작가는 생리상 빨리 죽게 돼 있다”며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고 후배작가들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극본 집필할 때 일주일을 기준으로 5일은 집중해서 일하고 나머지 이틀은 모든 걸 잊고 술마시면서 놀았어요. 그렇게 스트레스에서 벗어낫죠.”

신봉승씨는

▲1933년 강원 강릉 출생 ▲강릉사범학교(53년) ▲현대문학지에 시와 평론 추천으로 문단 데뷔(60년) ▲경희대 국문과(61년) ▲시나리오작가협회 회장(73년) ▲한국방송작가협회 부이사장(80년) ▲추계예술대 영상문예대학원 대우교수(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연극·영화·무용분과 회장(2004년)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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