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장관 “기업도 대표 바뀔 때 人事 안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광화문 문화포럼’(회장 남시욱)에서 문화부 산하기관장들 중 이명박 정부의 이념과 맞지 않는 인사는 스스로 사퇴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산하기관장들은 “법과 질서에 따르겠다”, “이념을 위해서 일한 적이 없다. 국가를 위해서 일했다” 등으로 반발, 정권교체에 따른 보수·진보 세력간 문화권력의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 대변인이기도 한 유 장관은 이날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이 같이 밝히고 “30여개의 산하기관장들 중 철학·이념·개성이 분명한 사람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물러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에 이어) 계속 자리를 지키겠다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 장관은 “(법이 정한)임기는 보장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다만 그 임기가 공정한 것일 때 보장받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일반기업도 대표가 바뀌는 시점에는 인사를 안한다”며 “대통령선거 한달 전에는 상식적으로 인사를 안하는데도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많은 인사가 이뤄진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또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를 맡아 일하던 중 같은 한나라당의 오세훈 시장이 취임, 계속 맡아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빨리 비워줘 (새 시장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물러났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유 장관은 이어 “(정권이) 바뀌면 전임자를 약간 비판하면서 새로 시작하는 법 아니냐”며 “특히 문화와 정치를 같이 하는 사람들은 괴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또 기자실 문제와 관련, “기본적으로 (문화부 청사 7층에) 기자실을 원상회복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언론과 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3층 장관실 옆에 기자실을 따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은 “(임기의 문제에 대해서) 법과 절차에 따르겠다”고 원칙을 잘라 말하며 2010년 12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언론재단측도 실무적으로 “재단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 임원간의 분쟁, 회계 부정, 현저한 부당행위, 재단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했을 경우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사회 소집은 소속 이사 반수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이뤄질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이사장의 임기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새 정부와 이념이 다른 인물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재 한국민중미술전이 일본 순회전시 중이며, 내년 서울의 아시아미술관장 회의를 계기로 아시아리얼리즘전을 교섭하고 있다. 심의를 거쳐 선임된 3년 임기의 관장이 도중하차한다면 국제적으로 미술관 업무의 혼선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김 관장은 “관장으로서 현대미술을 알리고 국제교류에 주력했을 뿐 지난 정부의 이념에 따라 미술관을 운영하지는 않았다”며 “미술관 소장품 매입 때도 오히려 민중미술 쪽이 역차별을 받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부 산하 소속기관의 한 관계자는 “유 장관이 소속 정부 기관장의 퇴진 대상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와 이념을 같이하지 않는다면’이란 전제를 붙였다”며 “이를 풀어보자면 ‘모두 다 나가라’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기관장의 이념이 현 정부와 같다면 오히려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이 아니냐”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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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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