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 박학용(부국장대우) 경제산업부장
문화일보가 지난 2월말부터 1개월간 진행해온 특별기획 ‘위기는 기회다-이명박 정부의 도전과 응전’을 정리하는 좌담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박학용(부국장대우) 문화일보 경제산업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에는 나성린(경제금융학) 한양대 교수와 남성일(경제학) 서강대 경제대학원장이 참석,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두 전문가는 이날 좌담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초부터 직면한 경제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선 획기적 규제 혁파와 노사 안정을 통해 기업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특히 기업투자를 짓누르고 있는 삼성특검 문제를 신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도 내년으로 미룰 게 아니라 올해 당장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하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 사회 = 현재의 한국 경제를 ‘위기’상황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경제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대내외 불안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나성린 교수(이하 나 교수)= 기업투자 부진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성장을 제대로 하려면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지금 삼성특검 등의 영향으로 삼성이나 다른 대기업들이 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 남성일 원장(이하 남 원장)= 최근 글로벌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특정지역에서 경제 충격이 있을 때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충격이 우리에게도 ‘나비효과’처럼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물가불안을 꼽을 수 있습니다.
◆ 사회 =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명박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펼쳐야 할 경제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나 교수 =‘인플레이션’과 ‘세계 경제 부진’이라는 두개의 압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중 선택을 해야 하는데 저는 경제운용의 방향을 ‘경제성장에 60, 물가안정에 40’으로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물가가 오르면 서민생활이 어려워지지만 일단 성장을 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물가를 많이 올리지 않고 성장을 하는 방법은 투자활성화를 통해 가능합니다.
◆ 사회 =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선 오랜 침체에 빠져 있는 기업들의 투자를 확대하는 게 필요할 것 같은데요. 투자 확대를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나 교수 = 규제 혁파입니다. 수도권 규제는 지금 풀면 당장 투자할 기업들이 많습니다. 최근 일본 경제가 살아난 것도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측면이 큽니다. 지난해 세금잉여분이 5조원 있는 만큼 법인세도 내년으로 미룰 게 아니라 올해부터 당장 끌어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 남 원장 = 특별히 얘기하고 싶은 건 산업단지에 대한 규제가 많다는 겁니다. 노사관계 안정도 필수적입니다. 노사관계 안정 없이 기업투자 활성화는 불가능합니다. 기업이 인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노동시장 규제 완화도 시급합니다.
◆ 사회 = 기업 현장의 ‘규제 전봇대’를 확실히 뽑아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남 원장 = 규제 완화가 안 되는 것은 이해집단의 입김 때문입니다. 예컨대 공기업을 민영화하려면 해당 공기업을 관할하는 정부부처가 싫어합니다. 내부의 이해집단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규제 개혁 진행상황에 대해 매년 평가를 해서 피드백을 넣도록 민간 주도의 규제개혁 평가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 나 교수 = 정부조직을 축소해야 인원이 줄어 자연스럽게 규제를 덜 하게 됩니다. 지금 정부조직 축소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혈세를 적게 써서 일을 잘하겠다고 했는데 정치적인 목적으로 반대한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정부조직은 2~3년내에 한번 더 파격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 사회 = 문화일보 설문조사 결과 새 정부가 가장 우선 추진해야 할 노사정책 과제로 ‘법과 원칙의 확립’이 꼽혔습니다.
◆ 남 원장 = 법과 원칙을 지키자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 순 없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선 노사 자율의 원칙을 명분으로 내세웁니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노사자율에 배치된다면서 이를 핑계로 법원칙을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법과 원칙은 그저 선반 위의 아름다운 그림이었던 셈이죠. 앞으로 정부는 책임지고 합법성과 불법성을 신속히 판단해줘야 합니다. 대신 집행은 공정하게 해야 합니다.
◆ 나 교수 =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국가리더의 태도라고 봅니다. 리더가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자세가 없다면 밑의 공무원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노조도 우습게 봅니다. 건설적인 제안기구가 아니라 정치기구로 변한 노사정위원회도 하루 빨리 폐지해야 합니다.
◆ 사회 = 친기업·친시장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와 노동단체, 특히 민주노총간 긴장관계가 벌써부터 조성되면서 올 춘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 남 원장 = 노사간 협상대상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네것과 내것이 불분명하면 싸움이 나게 돼 있습니다. 역대 정부에선 불분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법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하니 민주노총이 경직적으로 대처합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묘하게 대결구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노조도 어디 한번 보자, 정부도 한번 걸리기만 해봐라, 이런 식인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노사가 때에 따라서는 대립하지만 상생하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 나 교수 = 민주주의가 덜 발달된 나라일수록 노사화합은 쉽지 않습니다. 법과 원칙의 바탕 위에서 타협이 이뤄져야 합니다. 5월에 춘투가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결말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합리적인 노조와 비합리적 노조와의 경쟁을 통해 어떤 노조상이 바람직한지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사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는 강력한 공공(정부)부문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보다 구체적인 실행안은 4월 총선 이후에나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공부문 개혁은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요.
◆ 남 원장 = 현 정부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 넘기고, 민간이 할 수 없는 거라도 자체의 경쟁을 유도해 효율적으로 한다는 겁니다. 타당합니다. 어느 부문을 개혁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완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해야 합니다.
◆ 나 교수 = 공기업은 노무현 정부 5년동안 하나도 민영화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해야 합니다. 신속히 해야 합니다. 방송도 하나 정도는 민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사회 = 현재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삼성특검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바람직한 삼성특검의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남 원장 = 차분하고 조용히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릴 것은 가려야 하는데 그걸 여론몰이식으로 몰아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떤 조직이나 밝은 면이 있고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어두운 부분을 지나치게 밝혀 밝은 부분을 저해하는 자해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대표적인 기업이 형편 없는 기업으로 과장되게 매도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 나 교수 = 삼성특검은 올해 투자 부진의 직접적인 요인입니다. 투자계획을 못세우고 임원들 인사도 안되고… 이럴 경우 올해 5%성장은 물건너갑니다. 삼성의 문제점은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가능하면 빨리 마무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 사회 = 마지막으로 현재의 한국 경제 위기상황을 기회로 삼아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대통령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남 원장 = 현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1·2차 오일쇼크때도 다 버텼습니다. 정부가 경제주체에게 희망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이렇게 이렇게 하면 헤쳐나갈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주체들에겐 신뢰가 중요합니다. 심리적으로 신뢰가 형성되면 투자를 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비도 살아날 것입니다.
◆ 나 교수 =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혁을 할 때는 실업률도 올라가고 경제성장률도 곤두박질칩니다. 그러나 대처는 “지금은 어렵지만 이렇게 꾸준히 하면 영국은 살아날 수 있다”는 강한 신뢰감을 국민에게 심어주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대외여건은 어렵지만 이렇게 이렇게 하면 살 수 있다는 당위성을 펼쳐야 합니다. 어렵다고 포퓰리즘으로 가면 망합니다. 과실은 후대에 옵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 정부는 기반을 마련하고 혜택은 후대가 누린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정리 =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