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쯔 등 관련 업체들, 反日감정 고조에 ‘불똥 튈라’ 초긴장‘일본 교과서 해설서의 독도 영유권 명기’로 반일감정이 다시한번 고조되자 일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3년전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조례 공포로 촉발된 반일 감정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면서 곤욕을 치룬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과서 개정작업을 주도해 온 일본 우익단체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을 후원한 전력이 있는 일본 재계의 기업인 명단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자고 적극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후지쯔·캐논·도시바 등 일본계 IT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후지쯔의 한국법인인 한국후지쯔는 다케시마의 날 조례 공포로 우리 국민의 공분을 샀던 시마네현에 노트북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독도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초긴장 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한국후지쯔는 시마네현에서 노트북을 만든다는 언급 자체를 최대한 삼가하고 있다. 한국후지쯔의 전직 관계자는 “예전만해도 한국후지쯔는 시마네현을 중심으로 자국에서 만든 ‘메이드 인 재팬’ 노트북만을 해외에 내다 판다는 점을 널리 홍보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시마네현에서 노트북을 만든다는 얘기 자체를 일절 꺼리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한국후지쯔 관계자는 “독도 문제가 터질 때마다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며 “시마네현에서 노트북을 만드는 것은 사실이나 회사 자체가 새역모를 후원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본사 명예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후원한 적은 있어도 회사 차원의 후원은 없었다는 해명이다.

캐논, 도시바 등도 “본사 전·현직 고위 간부의 개인적인 차원의 후원이었을 뿐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독도사태의 불똥이 튀는 것을 경계했다.

일본계 IT 기업 간부는 “독도사태와 관련해 회사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이도저도 못하는 처지”라며 “정치적 이슈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마땅한 대응 수단도 없어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또다른 일본계 IT기업 관계자는 “3년전 불매 운동 때도 기업이미지 실추 외엔 실적 자체에 타격을 입은 바는 거의 없었다”며 내심 이번 역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봤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