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주 목요일 오전 2~3시간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정이 정해져 있다. 국무회의나 일상적인 수석비서관 회의를 제외하고 미리 일정이 정해져 있는 경우는 유일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국경위) 전체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고 앞으로도 일정이 정해져 있다. 그만큼 국경위가 추진중인 규제개혁이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관심은 지대하다. ‘MB 노믹스의 전도사’라고도 불리는 사공일(68) 위원장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빌딩 집무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규제개혁 등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입장을 밝혔다.
사공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국제경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한국이 이를 잘 활용하면 지식기반사회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경위는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제일 먼저 생긴 조직이자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지난 6개월의 활동성과를 평가하신다면.
“인수위 출범과 동시에 출범한 것이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였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경위가 됐습니다. 대통령이 국정일정으로 바쁘지만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 회의에 참석하셨습니다. 지난 6개월동안은 주로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개혁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규제라는 것은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 관광, 의료, 보건 모든 분야에 걸쳐 있지만 우선 중소제조업체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드는 규제개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단지 인허가 과정을 4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 것입니다. 또 창업관련 규제와 금융관련 규제도 완화했습니다.”
―국경위의 활동범위는 어디까지입니까.
“사실 국가경쟁력과 관련이 안된 분야는 하나도 없습니다. 위원회 아래 태스크포스로 들어와 있는 팀만 해도 규제개혁팀 외에 외국인투자유치팀, 공공부문개혁팀. 법제도 선진화팀 등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6개월간 규제개혁을 중점으로 했지만, 앞으로 공공부문 개혁과 준법수준 올리기 등에 무게를 두게 될 것입니다.”
―새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많이 했다는데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제도가 바뀌고 규제개혁의 효과가 금방 나는 것이 아닙니다. 입법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9월 정기국회에 상당수 법안이 상정되어 있습니다. 법이 통과되면 내년부터는 효과가 나올 것입니다.”
―수도권 규제완화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방의 반발이 많은데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수도권 규제는 애초 국토균형개발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 시대적 여건에서 이러한 정책이 효력이 있느냐에 대해 살펴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국경이라는 칸막이가 있으니까 수도권에서 기업을 밀어내면 다른 지방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칸막이가 없어진 상황에서 수도권에서 기업을 밀어냈을 때 지방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중국 등 외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도권 규제로 인해 지방으로 안가고 외국으로 간 기업이 얼마나 되고, 외국기업이 한국 대신 다른 나라로 간 것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과연 이 시대에 수도권 규제가 얼마나 어떤 식으로 지방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세계화시대에 선진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토균형개발과 국가경쟁력강화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밀어내기식으로 해서 기업이 지방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기에 각 지역에서 기업을 수도권으로부터 끌어내야 합니다. 즉, 끌어내기를 할 수 있게 지방에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육이나 행정자치권 이양 등이 돼야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들과 의논해 그 지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수도권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중앙정부는 이를 행정적, 재정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최근 정부는 1, 2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구상에서 많이 후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소득 100달러, 5000달러일 때와 소득이 3만달러, 4만달러일때 공공기관이 해야할 일이 다릅니다. 주어진 여건속에 공공부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차원에서 봤을 때, 민영화와 공공부문 효율화로 나눌 수 있습니다. 민영화는 1, 2차 발표에서 상당부분 들어가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 효율화이고 지금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공부문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운영에 따른 차등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새로 경영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녹색성장을 제시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면 가장 앞선 기술과 경영기법 등을 가진 외국기업도 국내에 들어올 수 있고, 우리 기업은 그들과 손을 잡거나 그들의 정보와 모델을 보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시장기능이 작용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주면 기업이 신성장 동력도 스스로 찾는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기본방향이고 철학입니다. 예를 들면 금융의 신성장 동력화의 경우는 각종 금융규제를 적어도 뉴욕, 런던의 금융센터에 버금가도록 규제를 풀어주면 그것을 기초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자유화하고 개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기술개발에 도움을 줘야 합니다.”
―현재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세계 경제 전체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미국경제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후 주택시장 경제가 어렵고 금융적인 전체불안이 실물경제에 영향을미치며 실물경제 전반이 안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한테도 여건이 상당히 안 좋은 것입니다. 금년도 안좋고 내년에도 금년에 비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국제여건이 나쁘다는 전제하에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더욱 빠른 속도로 규제개혁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투자되도록 하고, 투자가 더 되면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더 생기면 실질 소득이 올라가는 것이 기대되고 그것을 기초로 민간 소비가 촉진되고 이렇게 선순환되기에 내수 다진다는 의미에서도 더더욱 규제개혁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국경위 차원에서 올 하반기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준법수준에서 끝에서 세번째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추산을 보면 준법을 OECD 평균만큼 올리면 경제성장률이 1% 오른다고 합니다. 준법만 제대로 지켜도 경제성장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촛불시위로 인한 가장 큰 손실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법질서가 잘 안지켜진다는 것을 보인 것입니다. 법이 안지켜지는 나라에 투자가 될 리 없습니다. 투자가 안된다는 것은 일자리가 준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고쳐야 합니다. 그것과 구체적으로 직결되는 것이 집단소송제로 이번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다루게 될 것입니다. 경제라는 것은 법적·사회적·정치적·문화적 모든 여건하에서 운영되는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9월에 법질서 확립방안이 다뤄질 것이고 공공부문 효율화방안과 국토 활용 방안도 다뤄질 것입니다”
―‘MB노믹스 전도사’로 통하는데 MB노믹스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MB노믹스는 경제성장 잠재력의 최대 함양을 위해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여건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무조건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오해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은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 아니고, 그럼으로써 기업이 투자하게 하고 그 결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함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아니면 기업이 해외로 나가므로 일자리 창출이 어렵습니다. MB노믹스의 중심에 국경위가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공교육 현실이 인재양성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한국의 교육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대학교육경쟁력을 보면 세계 100대 대학 중에서도 한 개 들어갈까 말까 합니다. 교수진이나 학생의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이 자율과 경쟁을 억누르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교육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율과 경쟁에 따른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초·중등교육의 경우는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초·중등 공교육이 잘돼야 세대간 가난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정부 출범해 조직개편과 인사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는데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터졌습니다. 이제 쇠고기 문제도 일단락됐고 이제부터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려고 합니다. 선진일류국가를 만들겠다던 대통령의 의지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국내외 경제적 여건이 안 좋아 개혁을 하는데 속도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5년안에 해야 할 일을 지금부터 할 것입니다. 지난 과정에서 정부가 조금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 국민들과 이런 정보를 공유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스스로도 노력을 많이 할 것입니다.”
leeh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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