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공화당계의 원로 외교안보전문가인 마이클 아머코스트(71) 전 국무부 차관은 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양국은 대북정책에 대한 분명한 합의점을 도출한 뒤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한승주)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공동으로 주최한 ‘코리아포럼’ 참석차 방한한 아머코스트 전 차관은 북한의 핵불능화중단 및 재가동 움직임에 대해 “미국과 북한간에는 상호 신뢰가 전혀 없어 검증문제에 대해 쉽게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북한이 검증의정서 합의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합의 자체를 차기 행정부로 미루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아머코스트 전 차관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가 이날 코리아 포럼에서 “북한이 검증문제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을 경우 조지 W 부시행정부는 대북테러지원국 해제를 유보하고 차기 행정부가 출범할때까지 6자회담의 휴지기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아주 현명하고 좋은 아이디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주필리핀 대사, 조지 H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무차관, 주일대사 등을 지낸 뒤 브루킹스연구소 이사장등을 거쳐 아시아재단 회장으로 활동 중인 아머코스트 전 차관은 “어떤 행정부도 마지막 국면은 어렵고, 레임덕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정권 막바지에 상대에 양보하는 듯한 협상을 하는 것은 차기 행정부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머코스트 전 차관은 특히 한·일역사 갈등 문제와 관련, “미국이 1960년대 중반 일·중관계 정상화의 산파역할을 했듯이 한·일문제를 푸는데 중개역할을 할 필요성은 있지만 각국의 민족주의 감정 부상 등에 대해 관여할 경우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미국의 역할은 조용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세계적 차원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미국의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미국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열린 시장인데다 경제기반도 여전히 탄탄하다”면서 “이번 위기가 미국의 전세계적 영향력 약화로 이어진다거나 점점 부상하는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 파워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아머코스트 전 차관은 28일 코리아포럼 토론에서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따른 작계 5029 마련 등이 논란이 되자 “한·미양국에서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북한급변사태계획(contingency plan)은 군사작전과는 다른 것”이라면서 “한·미양국이 전략적 대화를 통해 유의미하고 책임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