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하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온유하고 청빈하며 무엇보다 합리적인 목회자로 개신교 교회 안팎에 깊은 인상을 주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신경하(67) 목사가 잠언집 ‘매일 아침 1분’(은행나무)을 지난주 펴냈다.

이달 말로 감독회장직을 물러나며 목회현장에서 은퇴하는 신 목사는 “이 글 모음은 지난 4년간 내가 감독회장으로서 글로, 말로, 몸으로 나눈 이야기들”이라며 “물음이 넘치는 시대에 궁리가 많은 이들이나 길을 묻는 이들에게 구김이 많은 낡은 지도 한 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40년이 넘는 목회자의 길을 돌아보며 “갓 스무살에 신학교에 입학한 후 은퇴를 앞둔 지금까지 한결같은 길을 성역(聖役)으로 자부하고 뛰어왔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존재의 떨림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평가는 오직 하나,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내가 그 사랑을 여전히 간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낮추었다.

신 목사는 항상 온유한 모습과 누구도 인정하는 합리적인 자세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회장 등 개신교계의 주요 요직을 거쳤다. 하지만 40년이 넘게 목회를 하면서 큰 교회의 담임목사도 거쳤지만 그는 이달 말 은퇴를 앞두고 아직 집이 없다. 그동안 교회와 교단에서 제공한 사택에서 살았고 담임목사 때도 교회에 먼저 헌금하느라 집을 장만할 여유가 없었던 것.

“나와 아내는 한 채의 집도, 한 칸의 방도 없습니다.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하나, 염려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은퇴하면 큰 돈이 필요 없는 시골로 내려가 새 둥지를 틀어야 겠지요. 지금껏 나그네 심정으로 살았듯이 여생 동안 그곳에 잠시 머물면서 새로운 부르심을 기다리겠습니다.”(책 중에 ‘오직 부르심만으로’)

책에는 일용할 양식과도 같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페이지별로 313편이 들어있다. 글마다 말미에는 평소 설교를 위해 틈틈이 메모해 놓은 금쪽같은 명언명구가 붙어있다.

“평안은 착한 마음의 선물입니다. 악한 생각과 거짓은 마음의 평안을 교란합니다. 마음을 비우지 않고 평안을 바라는 것은 망상입니다. 비움과 평안은 언제나 연결돼 있습니다.”(‘비움과 평안’)

하지만 막상 은퇴를 앞둔 신 목사는 요즘 평안하진 못하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차기 감독회장 선거에서 자격이 상실된 후보가 최다표를 얻으며 자신의 당선을 주장하고 있어 교단이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회장으로서 신 목사는 지난 23일 “총회를 앞두고 26일부터 31일까지 전국감리교회 기도주간을 선포한다”며 “기도 외에는 방법과 대안이 없다”고 절박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 리더십은 더 발휘되는 법이다. 감리교의 한 목사는 “신 감독회장이 흔들림 없이 교단의 버팀목이 되면서 오히려 진면목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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