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채진 검찰총장은 3일 사직서 제출직후 문화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수사과정에서 느꼈던 인간적인 고뇌와 심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결과를 빚었던 이번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총책임자로 평소 주임검사 역할을 자처해왔다. 임 총장은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하면서 말을 아꼈지만 거듭된 간청에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임명장을 준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 인간의 도리와 검사의 길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면서 “그래서 총장으로서의 도리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도움말을 달라고 주변사람들에게 자주 부탁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심경에 대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잠시 말을 끊고 한참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총장은 인간적 고뇌와는 별개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당했고,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게 검찰의 사명이고 검사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표적수사 논란에 대해서는 그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힘줘서 말했다.
임 총장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평소처럼 “나요”라면서 통화가 시작됐지만 그는 언론 인터뷰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가진듯 자신의 말이 실리는 것을 고사했다. 그는 일부에서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올 수 있을테고, 그러면 검찰 조직에 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검찰 조직을 걱정했다.
하지만 임 총장은 인간적 고뇌와는 별개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당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전 회장과 관련된 수사만 했을 뿐, 이것저것 저인망식 수사를 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임 총장은 “100만달러 500만달러, 40만달러 등 박 전 회장과 관련된 수사만 했다”며 “특수활동비 횡령은 검찰이 찾으려 나선 것도 아니고,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수사 도중 우연히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두고 정치 보복 또는 표적 수사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만 고민했을 뿐”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또 “정치적 보복을 하기 위해 수사를 한다는 일은 꿈에도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지난해 11월24일 취임 1주년 때 “온몸을 던져 바람막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바람막이가 되겠다던 임 총장이 취임 이후 557일만에 사직서를 낸 이유를 물으니, “지금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검찰에 도움이 안된다. 책임론도 나오고 있고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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