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국제영화제 19일까지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10~19일)는 몇 가지 점에서 특징적이다. 일단 상영 편수가 세계 최다급이다. 올해로 34번째인 이번 행사에도 단편 64편을 포함해 모두 335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편수가 많은 만큼 특정 장르에 치중되지 않는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모두 아우른다. 한마디로 백화점이다. 경쟁보다는 페스티벌, 곧 영화축제를 지향한다. 우리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사실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는 별도의 개막식이 없다. 개막작 상영 때 캐머런 베일리 공동집행위원장이 나와 약식 인사말 정도를 할 뿐이다. 심지어 개막작 배우들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도 없다. 올해 개막작인 ‘크리에이션’의 남녀배우 폴 베타니와 제니퍼 코널리는 무대에 잠깐 올라와 한마디의 인사말도 없이 눈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마치 어서 영화를 보라는 듯한 태도들이다. 밤에 열리는 개막파티는 영화제 관계자들, 수입배급업자들 차지다. 배우들은 이 파티에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토론토국제영화제가 처음인 사람은 ‘영화제가 너무 싱겁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하루만 지나면 바뀌게 된다. 로이 톰슨홀을 비롯해 엘진 시어터와 바시티 시네마 등 총 15개 상영관에 유명 스타들이 즐비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는 한마디로 별들의 전쟁이다. 전 세계의 최신 작품들, 특히 할리우드 ‘신상’들이 총출동하며 그에 따라 초호화급 유명 스타들이 대거 몰려든다.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이완 맥그리거, 제프 브리지스, 메간 폭스, 에바 그린, 줄리앤 무어, 윌렘 대포, 이사벨라 로셀리니, 맷 데이먼, 틸다 스윈턴 등등 토론토를 찾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다 보면 숨이 찰 지경이 된다. 스티븐 소더버그와 브라이언 드 팔머, 리들리 스콧, 한국의 봉준호 등 다른 영화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감독들도 토론토에서는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양가적(兩價的) 평가를 받는다. 여기저기서 할리우드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 서비스가 최고라는 것, 또 그만큼 이 영화제가 세계 영화권에서 최상의 대우를 받고 있으며 그 영향력이 만만찮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토론토에서는 세계 빅3 영화제를 거론할 때 칸과 베를린, 베니스영화제라고 하면 눈총을 받는다. 이들에게 있어 세계 빅3는 칸과 베를린, 그리고 토론토국제영화제라는 것이다. 베니스와 토론토는 거의 같은 시기에 행사를 개최하며(베니스가 토론토보다 1주일 정도 이르다) 세계 영화권의 ‘설레브리티’는 점점 더 베니스를 멀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엔 물론 지리적 이점도 있다. 할리우드와 가깝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와 작품이 대거 몰린다는 건 또 한편으로 볼 때 캐나다 영화산업이 할리우드에 깊이 종속돼 있음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토론토국제영화제를 할리우드 가을 작품들의 전시장이며 연초에 있는 오스카 시상식의 전초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편수가 많은 만큼 관심을 모으는 작품도 다수다. 올해는 맷 데이먼 주연의 ‘인포먼트’, 조지 클루니 주연의 ‘염소를 응시한 남자’, 마이클 무어 감독의 독설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코언 형제 감독의 ‘심각한 남자’ 등이 주목을 받았다. 대개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겪고 있는 암울한 경제난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연평균 예산은 약 1000만달러. 지난해에는 1050만달러를 들여 136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수익이 나는 영화제라는 것인데 판매되는 티켓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무려 47만장이 팔렸다.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두고 관객들이 열광하는 영화제라고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토론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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