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이 검게 칠하자 길 잃어 ‘나비 계절 이동의 비밀은 더듬이에 있다.’

북미와 남미 대륙 사이를 계절 이동하는 수백만마리의 모나크나비(사진)들이 여행시 더듬이를 내비게이터로 활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나크나비는 캐나다와 미국을 거쳐 약 4828㎞를 이동한 끝에 월동지인 멕시코 중부 삼림지대에 자리를 잡는다. 기온이 따뜻한 여름 동안 북미에 넓게 퍼져 있다가 가을이 되면 일제히 멕시코 중부의 일정한 지역으로 모여든다. 봄이 되면 원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가는데 하루에 130㎞ 이상 이동하는 나비도 있다.

모나크나비들이 한 지역에 모일 수 있는 이유는 더듬이가 태양의 빛을 인식해 예정된 진행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나비의 더듬이를 검게 칠하거나, 아예 더듬이를 제거한 경우 모두 이동 방향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더듬이에 투명한 에나멜을 칠한 나비들은 이동에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을 이끈 미 매사추세츠대 메디컬스쿨의 신경생물학 의장 스티븐 레퍼트 박사도 “다른 동물들처럼 모나크나비도 태양의 위치와 시간을 인식하는 주기시계(circadian clock)가 뇌 속에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빛을 인지하는 또 다른 시계가 더듬이 속에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레퍼트 박사는 “우리는 처음에는 나비의 뇌 속에 있는 신경이 내비게이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연구 결과 뇌와 더듬이에 있는 각각의 주기시계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24일 출판된 과학잡지 사이언스지에 실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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