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위크 다소 황당하긴 하더라도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차라리 낫다. 준비할 시간 따위, 슬퍼하고 말고 할 것 없이 훌쩍 떠나는 것이 좋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건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을 떠나는 기분과 같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캐나다 영화 ‘원 위크’는 죽음으로 향하는 로드 무비다. 그렇다고 무슨 지옥불로 뛰어든다는 얘기가 아니라 뜻하지 않게 죽음을 맞게 된 한 젊은이가 ’그러기 전에’ 실컷 여행을 다닌다는, 우울하지만 유쾌하고, 또 그렇게 웃다가도 가만히 마음 한 구석을 토닥이며 침잠하게 되는 영화다. 그리고 이렇게 되묻게 된다. 인생에서 죽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작가 지망생으로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인 벤(조슈아 잭슨)은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듣게 된다. 의사로부터 당신은 곧 죽게 된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 것인데 그게 마치 두 식구가 앉아서 밥먹으며 대화를 하는 모양새다. 의사는 말한다. “좋지 않은 소식을 알려 드려서 죄송하군요. 당신은 암 4기입니다.” 벤이 되묻는다. “암은 몇기까지 있나요?” 의사가 답한다. “4기예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큰 일은 요란을 떨면서 다가오지 않는다. 엄청난 눈물을 쏟게 하는 식의 비극적 풍경만을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인생은 비극과 비극 사이에 꼭 희극을 넣고, 혹은 희극과 희극 사이에 비극을 넣는다. 인생은 희비극의 쌍곡선이며 그 간극에서 사람들은 종종 진리를 깨닫는다. 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곧 당장 내일, 혹은 다음주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당장 떠올리는 생각은 결혼식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시험지를 채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이다. 그것 참 웃기는 일인데…. 그만큼 그는 암환자가 되는 것에 있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죽음은 그에게 아직 비극이 아니다. 실감이 나지 않는 추상적인 무엇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거꾸로 삶을 진탕 느끼고 싶어한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다가 충동적으로 모터사이클을 사서 무작정 서쪽으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에게 어서 돌아와서 병원에 입원하라고 간청하는 애인 사만다(리앤 발라반)에게 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직 암환자가 되고 싶지 않단 말야!”

죽음이 저 고개 너머에 있다고 생각했다가 어느새 중턱쯤 내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새삼 주변이 새롭게 보이게 마련이다. 토론토에서 로키 산맥이 있는 캘거리까지 대륙횡단에 가까운 여행을 통해(캐나다에서의 대륙횡단이란 토론토보다 훨씬 동쪽에 있는 뉴펀들랜드의 세인트존스로부터 서부 끝인 밴쿠버까지를 말한다) 벤은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자신의 실존에 고독하게 맞선다. 물론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이런저런 여인들과 에피소드를 만들지만 그가 주로 함께하는 여행의 동반자는 자기 자신이다. 여행을 통해 벤은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이제 말기 암환자라는 것을, 자신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주인공 벤처럼, 다가오는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죽음에 임하는 자세야말로 종종 거꾸로 삶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를 결정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캐나다관광청이 지나치게 간섭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옥에 티다.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캐나다 관광지 곳곳을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변에서 만난 한 독일인 부부가 벤에게 말한다. “당신은 정말 세계 최고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거예요.” 이쯤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